낙원맨션
방우리 지음 / 교유서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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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맨션
방우리 소설 / 교유서가

"어떤 이들은 이야기를 하고,
어떤 이들은 이야기가 된다."

방우리의 소설은 이 세계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증언인 동시에
한 작가가 밀고 나가는 소설론에 대한 증명이기도 하다.
- 소유정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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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편의 단편소설이 실려있는 낙원맨션

작가님의 편지속에는 책에 대해 이렇게 쓰여있다

한계를 깨닫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
보이지 않던 벽을 마주하고서야
그 벽을 넘어설 가능성이 생긴다는 의미에서
변화에 대한 이야기 이기도 하다고..


이사
창문을 여는 일
물왕멀
낙원맨션
최소화의 순간
행갈이
ㅂ의 유실


7편의 소설들이 가볍고 밝은 내용들은 아니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굳이 사람들이 주의깊게 들여다보고 싶어하지 않는
그런 조금은 어둡고 불편한 주제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뒤쪽 해설에서는 상실이 방우리 소설을 이루는
주된 키워드 중 하나라고 이야기한다

이 소설집에서 발견되는 상실은
누군가의 죽음에서 비롯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잊히거나 잃어버리게 된다는
단어 본래 의미와도 연관된다

이웃집 아이가 죽고 맡긴 개가 사라지고
살던 집이 점점 낡아가고 시력과 정신이 깜박거리고
이별하고 키보드의 글자가 사라지는 등

이야기 속에서는 상실이 여러 모습으로 표현된다

*p38
왜 눈은 바깥을 향해 열려 있을까. 눈으로 바깥이 아닌 안을 볼 수 있다면 무엇이 보일까. 나는 안을 향해 열린 눈으로 무엇을 볼 수 있을까. 내 눈에는 과연 무엇이 보일까.

문장들 역시 가볍지 않다

이런 문장들을 읽으며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p110
'십칠층짜리 건물이 한 칸, 한 칸 불빛을 깜박이는 걸 외부의 누군가 우연히 보게 된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 그는 불빛이 일층에 닿을 때까지 눈을 떼지 않고 바라봐줄 사람일까. 누군가 일정한 속도로 한 층씩 걸어서 내려가고 있다는 것에서 무어라도 의미를 발견해줄 사람일까.'

같은 공간에서 함께 지내는 가족들도
하루의 대부분을 함께 일하는 회사 동료들도

서로 함께 있지만 보이지 않는 벽이라도 있는 것처럼
단절되어있고 무관심하며 그렇기에 외로운 우리의 현실이

이야기들속에 드러나 있어
읽으면서 내내 무거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그런 현실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마주할 때
그 벽 너머에 있는 가능성과 변화를 꿈꿔볼 수 있는게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상실은 무언가를 잃어버린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게 느껴지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또다른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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