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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철학 - 도덕 없이도 윤리적일 수 있는 이유
미하엘 슈미트잘로몬 지음, 안성철 옮김 / 애플씨드 / 2022년 9월
평점 :
이 책의 저자인 도덕과 종교에 대한 인류학적 반성을 제기한 비판적 대중작가로 유명한 슈미트잘로몬은 <위험한 철학>을 통해 선과 악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는 이 책이 제시하는 새로운 대안이 우리의 의식구조를 긍정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이바지할 수 있기를 바라며, 뇌에 새로운 변환 모델로 삶이 얼마나 단순하고 충만해질 수 있는지를 알 수 있게 우리의 눈을 넓혀주기 위해 이 책을 펴냈다.
서문에서부터 인상깊었던 것은 '악'은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망상일 뿐이며, 우리가 사는 현실과 아무 관련도 없다는 것이었다. 저자 슈미트잘로몬은 세계를 인식하는 우리의 가정을 비판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는데, 우리 사회는 아직 편견 혹은 한 쪽으로 치우치는 방향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에 매우 동의한다.
슈미트잘로몬은 우리에게 핵심적인 물음을 던져주는데, 바로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가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바랄 수 있고, 무엇을 바라야 하는가?'이다.
그의 말대로 악은 독립적이지도 능동적이지도 않다. 한때 나는 성선설과 성악설에 많은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 시기에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있었는지, 어떤 사람들과 교류하고 어떤 일을 겪었는지에 따라 나의 관점과 시야가 바뀌었던 것 같다. 선과 악의 기준은 무엇일까. 그것이 태초에 인간이 갖고 태어날 수 있는 것은 맞는 것일까. 그 무엇도 정답은 없지만, 나의 모든 가정과 생각의 전환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 중 인상깊었던 것은 '원인'과 '이유'의 구분이다. 철학적 논의 중, 뇌 신경학 문제 부분에서 나온 것인데, 철학자는 '원인'을 특정한 결과를 위한 물질적 전제 조건으로 이해하며, '이유'는 행동에 대한 이상적인 전제조건으로 이해한다.
이에 대해 슈미트잘로몬은 얼핏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나,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유와 원인이 서로 완전히 다르다고 가정하는 것은 우리가 지금까지 설명해온 모든 주장과 양립할 수 없다고 한다.
결국 정신적인 이유가 어떤 것에 영향을 끼치려면 거기에도 반드시 물질적 원인이 존재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뇌신경과 관련하여 일어나는 작용으로 물질적 원인이 정신적인 이유가 되는 것, 이 순서 또한 중요하다.
개인적인 감정이지만, 이 책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나의 인생영화인 <굿 윌 헌팅>까지 다루고 있었다. 명대사이자, 모든 감정이 한 곳으로 모인 것만 같았건 "네 잘못이 아니야". 이 영화 속 이 대사는 한 마디일 뿐이지만, 이 책에서도 나에게도 많은 의미를 담고있다.
"네 잘못이 아니야"는 운명에 그냥 휘둘리지 말고,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움켜쥐라는, 운명론에 얽매인 수동적인 태도가 아니라, 주인의식을 더 크게 가지라는 의미다.
나는 자유의지를 믿는다. 내가 했거나 내가 하는 모든 것에 책임은 전적으로 나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위험한 철학>에서는 지속된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은 시야를 자신에게만 고정하게 해서 주변 관계에서 자기중심적인 착시현상에 빠뜨리기 때문에 개인의 성장 가능성을 막는다고 한다.
극도로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이나, 부정적인 생각은 잘 하지 않는 편임에도, 개인의 성장 가능성을 막는다는 것에는 동감한다. 자부심에 가득 찬 모습으로 자신의 성과를 자랑스러워하다가도 뭔가 다른 기준에서 실패라도 하면 곧바로 심각하게 괴로워하는 인간만의 자아 집착에서 나는 좀 멀어져야 할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이다.
심오한 내용을 다르고 있음에도, 정말 많은 예시와 함께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들이 매력적이었다. 기억에 남는 부분들이 많았고 특히 편견을 깨고 정말 새로운 생각들을 펼치며, 그에 대한 의견을 객관화 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서 더욱 좋았던 책이다.
정말 생각의 크기를 확장시켜주며, 새로운 세계를 접한 것만 같은 짜릿한 책이었다. 평소 읽던 철학책과는 사뭇 달랐다. 보지못한 오류를 일깨워 준 <위험한 철학>이 현 시대를 살고 있는 현재의 나에게는 마치 어느 한 부분의 진리처럼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슈미트잘로몬의 끝맺는 글이 너무 멋있는데,,
이건 책을 통해 그 여운과 전율을 직접 확인하길 바란다!
마음에 드는 알찬 책을 만나서, 강력 추천하는 책 :)
📖 내적•외적 행동의 자유가 함께 있을 때 우리는 진정으로 자유롭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자유'이다. 이 개념은 세뇌되는 것이 아니라 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보다 더 많은 자유는 필요치 않다. 기대하지도 않는다.
📖 이 모든 것을 충분히 마음에 깊이 새긴 사람은 세상을 다른 눈으로 바라볼 것이다. 그리고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느끼며, 내면의 깊은 고요를 경험할 것이다. 아직 이런 경험을 하지 못했다면 죄책감과 자만심, 실패에 대한 두려움, 다른 사람 앞에서 망신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초조함이 더는 없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한번 상상해보라.
📖 마지막 인류가 최후의 숨을 거두는 순간이 언젠가 틀림없이 올 것이다. 그런 뒤에 우리는 잊힐 것이고, 잊혔다는 것 자체도 잊힐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우리에게 주어진 짧은 생존의 시기에 조금이라도 풍성한 의미를 얻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괜히 모르는 척하면 안 된다. 마지막 날에는 분명히 새로운 출발이 미소를 지으며 서 있지 않을 것이다. 어떤 구원도 없이, 절망적이고 영원한 공허만이 존재할 것이다.
(책키라웃과 구름의 시간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