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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소멸 - 우리는 오늘 어떤 세계에 살고 있나 ㅣ 한병철 라이브러리
한병철 지음, 전대호 옮김 / 김영사 / 2022년 9월
평점 :
서문에서부터 사물이 사라짐으로써, 그와 함께 기억도 사라진다는 현실을 나타내는 말들에 기분이 묘했다. 시대가 발전하고 점차 주변의 모든 것들이 새로운 것으로 변해간다는 것이 마냥 행복하고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인지하게 되었다. 어느 방향이든 나쁜 것은 없지만, 그만큼 새로운 것들이 자리잡는 곳에 시각적인 것을 넘어서 기억에서조차 흐릿하게 사라지는 옛것들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사물의 소멸>에서는 사물처럼 소유할 수 없는 정보의 현상학에 대해 다루고 있다.
사물들에서 온기가 사라져, 오늘날 사물들은 냉기도 온기도 지니지 않았다는 말이 인상깊었다. 온기와 냉기, 그 어느 것도 느낄 수 없는 사물들은 모든 살아 있음이 사라지는 것이다.
디지털화는 우울증을 확산시키는 한 요인이라고 한다. 점차 타자가 사라지면서, 처분 가능하고 소비 가능한 객체로 전략한다. 이는 즉 사물들 고유의 무게, 고유의 삶, 고유의 의미를 상실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우리는 세계과도 정보와도 관계를 맺는 것이 불가능한데, 상대, 즉 '너'라는 칭하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병적으로 심화한 세계 결핍인 우울증이 확산된다. 결국 우리의 자기관계를 심화하며, 우리의 모든 것을 우리의 욕구에 종속시키는 정보권은 타자의 부활만이 우리를 세계 결핍으로부터 해방할 수 있는 것이다.
역자 후기 중, 어려운 책이 아니지만, 얕잡아 볼 책은 더더욱 아니라는 표현이 이 책을 정말 잘 표현한 것 같다. 어쩌면 이 책을 읽기에 내가 부족했지만, 그럼에도 정말 의미있고 깨우침이 많은 책이었다. 조만간 한병철님의 다른 책들도 모두 읽어보아야겠다.
본질적인 것은 눈에 보이지 않기에, 더욱 추천하는 책 :)
📖 아날로그 사진은 하나의 사물이다. 드물지 않게 우리는 아날로그 사진을 마치 충심의 사물처럼 공들여 보존한다. 아날로그 사진은 취약한 물질성을 지닌 탓에 늙고 퇴락한다. 아날로그 사진은 태어나고 죽음을 맞이한다. (••) 사진 찍힌 대상은 가차 없이 과거로 멀어진다. 아날로그 사진은 애도한다.
📖 모든 것이 계산 가능해지면, 행복은 사라진다. 행복은 어떤 계산으로도 가둘 수 없는 사건이다. 마법과 행복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계산 가능한, 최적솨된 삶은 마법이 없다. 바꿔 말해, 행복이 없다.
📖 오랜 사용이 비로소 사물에게 영혼을 준다. 오직 충심의 사물만 영혼이 있다. 플로베르는 자신의 잉크병과 함께 묻히기를 바랐다. 주크박스는 무덤에 함께 들어가기에는 너무 클 것 같다. 나는 주크박스가 나랑 같은 나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는 확실히 나보다 더 오래 살 것이다. 이 생각이 왠지 위안이 된다.
(서평단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