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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온 뒤 맑음 - 사진과 이야기로 보는 타이완 동성 결혼 법제화의 여정
무지개평등권빅플랫폼 지음, 강영희 옮김,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네트워크 감수 / 사계절 / 2022년 9월
평점 :
무지개평등권빅플랫폼은 결혼 평등권 법안을 추진하고 다양한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가진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를 널리 알리는 것을 목표로 5개의 여성운동 및 성소수자권리운동 단체가 모여 결성한 것이다. 이 단체에서는 성소수자들의 우호적인 일상을 만들어나가길 원한다. 성소수자들의 우호적인 일상을 원한다는 것이 현실 속 그들은 평등하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젠더 불평등을 없애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길 바라며, 그들이 경험한 타이완 동성 결혼 법제화의 여정을 이야기한다.
과거에도 한차례 이와 같은 주제로 토론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난 찬성의 입장이었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도 동성 결혼 법제화는 당연히 가능하다고 생각했으며, 그들에게도 존중과 평등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의 이러한 생각 속에 그들에게 평등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은 나조차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들의 불평등이 당연시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생판 모르는 타인을 보고서, 그들이 평등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동성 결혼에 대해 평등을 주장한다는 것은 이미 사회의 많은 부분에서 그들의 불평등이 뿌리 깊이 인식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사실 서로가 좋아서 하는 결혼을 동성이라는 이유로 법제화 되지 않았다는 것이 너무 아이러니한 일이 아닌가.
2018년에 국민투표 결과로 인해 자신들이 이 세상에 존재라는 의미마저 부전당한 느낌을 받고, 마음은 갈기갈기 찢겨 숨쉬기조차 힘들다는 표현에 나는 어떠한 표현조차 할 수가 없었다. 직접 그 상황과 감정을 겪어보지 않고서는 그들의 크나큰 마음의 통증에 대해, 어줍잖은 위로도 공감도 그 무엇도 나는 감히 할 수가 없다. 이 과정들을 통해 그들이 겪었을 상실과 허탈의 무게감을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궂은 노력 끝에 2019년 5월 타이완은 아시아 최초로 결혼의 자유를 얻었다. 이날 500여 쌍의 동성 커플이 서로의 배우자를 적는 칸을 채웠다고 한다. 얼마나 벅찬 감동의 순간일까.
타이완 행정원장 쑤전창님의 말처럼 그 누구에게도 다른 사람을 차별할 권리는 없다. 결점 없는 사회는 없으며, 그것을 우리 사회는 개선해나가면 되는 것이다. 결코 틀린 것도 아니며, 잘못된 것은 더더욱 아니다.
각자의 목소리를 내어, 역사를 바꾼 타이완 성소수자들은 강했다. 그들이 평등을 되찾기까지 비록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결국 그들은 해냈고, 마침내 결혼의 자유를 얻었다.
타이완의 성소수자들에 대한 여정과 그들의 현실을 체감할 수 있었던 책 :)
📖 반대 단체에서 퍼트린 악의적인 가짜 뉴스에 수많은 젊은 성소수자가 심리적 부담을 느낀다. 2016년 12월 10일, 지지자들의 힘을 정부와 사회에 보여주기 위해 불과 3주 만에 "더는 목숨을 잃게 해서는 안 된다. 결혼 평등권을 위해 떨쳐 일어나자" 콘서트를 열자, 타이완 각지에서 25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카이다거란대로로 쏟아져 나와 지지를 표명했다.
📖 성소수자들이 서로를 위해, 더 많은 생명을 위해 버텨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불안과 긴장, 슬픔, 기댜가 스크린에 떠오르는 법안 조항 하나, 또 하나와 함께 너울댔다. 하나둘씩 불이 들어왔고, 우리는 줄곧 품어왔던 신념이 현실이 되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터져 나오는 눈물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부둥켜 안았다. 아, 진짜로 통과되었구나. 마침내 우리는 결혼할 수 있게 되었다.
📖 "자기 목소리를 내면 정말로 역사를 바꿀 수 있어요. (••) 무엇이든 가능해요. 우리 함께 이렇게 엄청난 일도 해냈잖아요. 해내지 못할 일은 없어요."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