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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문실의 한국전쟁 - 포로 송환과 자유주의 전쟁의 새로운 패러다임
모니카 김 지음, 김학재.안중철 옮김 / 후마니타스 / 2025년 6월
평점 :
포로송환을 중심으로 한국전쟁을 논한 저작이다. 시기적으로 한국전쟁 관련 4세대 연구에 해당되지만 시각은 좌파적인 2세대의 시각이다. 브루스 커밍스 적인 시각과 매우 유사함을 느낄 수 있다. 인종주의적 측면에서 미국의 외교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데 이를 위한 수단으로 6.25전쟁 휴전회담간 주요 논의주제였던 포로송환 문제를 활용하고 있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포로자원송환은 미국의 6.25전쟁 개입을 합리화시키고 군사적으로 승리할 수 없는 전쟁에서 정치적인 승리를 획득하기 위한 국가전략이다. 그리고 이를 입증하기 위해 미군정시 한국인에 대한 인종주의적 편견을 가지고 방첩대를 운영했고, 정부 수립 이후에도 지속적인 개입을 합리화하고 있었다는 논의를 미국인 심문관, 친공포로를 통해 입증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더불어 남북한의 포로수용소와 인도군의 포로수용소를 주제로 하여 관련 주장을 구체화하고 있다.
6.25전쟁의 포로송환 협상과 관련해서는 매우 새로운 시각이다. 읽는 동안 그 부분이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다. 자원송환원칙이 제시된 배경에 대한 기존의 시각은 양측의 포로숫자가 10:1의 비율로 공산측이 적었기 때문이었다. 유엔군이 17만에 달하는 포로명단을 제출한데 비해 공산측은 2만명에 못미치는 숫자를 제시했고, 그 이유는 현지석방과 포로 스스로가 북한군에 자원입대했음을 내세웠다. 당연히 이에 대한 유엔군측의 반발은 컸다. 한국군의 휴전회담 대표를 역임했던 이형근 장군도 “적에게 10개 사단을 증원해주고 아측은 1개 사단만 받는 것은 부적절하다.” 는 논지의 발언을 회고록에서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른 유엔군의 대응이 자원송환이었다. 더불어 이미 입증된 기존의 연구에서 많은 수의 북한군 포로들이 송환을 희망하지 않았던 현실도 고려되었을 것이다. 북한군 포로들의 송환 미희망은 구체적인 수치를 들지 않더라도 이해할 만한 충분한 정황이 있다. 남한에서 동원한 10만명의 의용군, 해방전사라는 명목으로 강제로 편입된 국군포로들의 입장을 생각해 보면 이들중 대다수가 송환을 희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자원송환이 트루먼 대통령이 설치한 심리전략위원회에서 미국의 개입을 정당화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제시한 전략이었다는 저자의 주장은 아주 흥미로웠다. 저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당시 미국의 전략기획자들은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회귀자가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도 함께 들었다.
그리고 저자의 논리대로라면 휴전협상이 지연된 이유는 오롯이 미국의 최고 지도부에 있다. 제네바 협정에 명시된 대로 무조건 송환을 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인데, 미국의 패권주의 실현을 위해 전쟁을 장기화 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조건 송환을 택했다고 해도 그냥 쉽게 끝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국정부의 반공포로 석방을 보면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논하고 있는 주제를 필자가 비판적으로 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저자의 주요 논지는 관련근거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 심리전략위원회가 동아시아 지역을 조형하려는 미국의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자원송환을 제안했다(p.129), 새로운 전쟁을 만들고 있다(p.104), 전쟁의 국제법적 정의에 부적합한 한국전쟁에서 사상자가 늘어나자 이를 미국민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포로송환논쟁이 시작되었다(p.103) 등등. 저자가 주장하는 포로송환 논쟁이 미국의 패권주의 야망을 실현하기 위한 심모원려였다면 이에 대한 근거가 필요하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3가지 내용에 대한 근거는 없다. 저자가 사실 관계를 바탕으로 추론했다고 한다면 타당하지만, 번역서에서는 추론이 아니라 확인된 사실처럼 기술되어 있다. 이런 측면에서 접근했을 때, 저자의 주장은 신선하기는 하지만 보다 많은 검증이 있어야 할 것이다.
둘째, 이미 사실로 확인된 공산측의 포로를 활용한 정략은 언급되지 않고 있다. 병사로 위장한 준장급의 고위 인사가 활동한 사실, 돗드 준장을 납치하고 후임인 콜슨 준장이 시인하게 한 문건을 판문점 공산측 대표가 거의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었던 점, 76수용소에 은닉되어 있던 1천여개의 화염병을 비롯한 사제 무기들. 이런 사실은 친공포로들의 폭동 기도가 무산된 후 후속조사에서 확인된 사실이다. 이는 포로를 이용하여 전쟁을 치른 아주 특이한 사례이다. 저자는 친공포로들이 북한의 정치적 인정과 탈식민화후에 자신들이 생각하는 의미의 주권을 주장하고 있다고 수차례에 걸쳐 묘사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그랬을까? 아무런 지령없이, 아무런 단체결성 없이 수만명에 달하는 포로들이 그 정도의 자각을 할 수 있었을까? 아니 설령 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조직적으로 행동할 수 있었을까? 의문스럽다.
셋째, 사실관계에서 잘못된 주장도 눈에 뜨인다. 저자는 결론 부분에서 미국관리들이 북한군 포로들의 송환거부는 미국에 승리를 안겨 주지 않았지만 대신 중국군 포로들을 자원송환을 통한 체제경쟁에서 미국이 승리한 증거로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더불어 중국군 포로들의 송환거부는 이면에 있는 역사를 무시한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p.414) 그러나 이런 저자의 주장이야말로 사실 관계를 왜곡한 것이다. 8만명이 넘는 북한군 포로중에 7.5만명이 송환을 선택했다고 주장하지만, 이것은 기존에 2.7만에 달하는 반공포로를 대한민국이 단독으로 석방한 사실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중국군 포로 2만을 제외하더라도 15만에 달하는 북한군 포로들 중에 민간억류자로 구분되어 있던 상당수를 이미 석방하였고, 남은 11만명중에서 3만명이 넘는 숫자가 송환을 거부했다. 이에 비해 미군과 국군 포로의 송환거부는 합쳐 1천명을 넘지 않았다. 자원송환을 통해 미국의 승리를 주장하기 위해 미국 관리들이 굳이 중국군 포로를 언급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리고 중립국 송환위에 넘겨진 포로들이 전쟁 후반기에 송환거부를 선택했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의심을 받을 수 있어 더욱 폭력적이었다는 주장은 사실 관계를 잘못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립국 송환위에 넘겨진 7,900여명의 송환거부 포로들은 53.6.18, 반공포로 석방시 탈출에 성공하지 못한 인원들이지 전쟁 후반부에 송환거부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송환희망자들은 거제도 일대에 잔류하고 있었는데, 이 숫자는 최종적으로 송환된 북한군 포로들과 거의 일치한다. 만약 송환희망자들 중에 8천에 가까운 송환거부자가 나왔다면 저자의 주장이 타당하겠지만 통계수치를 보면 그렇지 않다.
나는 오히려 저자가 포로심문자료, 귀환포로 심문자료 등 다양한 1차 사료를 선별적으로 인용하지 않았는가 하는 의문도 가지게 된다. 북한 포로수용소에서 석방된 포로들의 증언은 열악한 대우에 대해 많은 언급이 있다. 그런데 그런 언급은 전혀 나타나지 않고 극히 소수였던 미귀환 포로의 진술 등을 매우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그 의도는 무엇일까? 6.25전쟁에서 포로와 관련한 사실을 알기 위해서 ‘심문실의 한국전쟁’만을 읽었다면 매우 왜곡된 사실을 진실로 받아들일 우려가 생긴다.
책의 내용과 역자의 소개글을 함께 보면서 얻은 결론은 다음과 같다. 저자는 6.25전쟁에 대해서 매우 좌편향된 시각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미국의 외교정책에 대해 극히 비판적인다. 더불어 저자가 한국계임을 고려시 인종주의적인 차별을 당했거나, 혹은 당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많은 사료들을 인용하여 6.25전쟁의 포로문제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것은 높게 평가한다. 그러나 사실 관계에 대한 부분은 다른 연구자료와 비교하여 이해하는 것이 이 책의 가치를 더욱 높일수 있는 필수적인 과정임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국의 외교정책을 강도높게 비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더욱이 사실 관계를 왜곡하는 기술이 여러 곳에 보이지만) 이를 시상하고 교수로 임용하는 미국사회는 북한, 중국, 러시아와는 다른 차원의 국가임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