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건: 초대 교장의 회고록
댄 페더슨 지음, 이동훈 옮김 / 에니텔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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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Top Gun의 창설책임자인 저자의 회고는 필자에게 매우 즐거운 기억을 남겨준 작품이다. 영화 Top Gun의 실제 표기는 Topgun이라는 것도 처음 알게된 사실이다. 한국군에서는 사격왕을 나타내는 호칭으로 사용되고 있고, 미해군에서도 연례 사격대회의 명칭을 새로운 공중전 교육프로그램으로 선정한 저자와 창설멤버들의 노고와 활약, 그리고 탑건을 통해 배출된 조종사들에 의한 다대한 전과, 그리고 탑건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과 저자의 군생활, 향후 항공력에 대한 저자의 견해가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우선 이 책을 군의 획득관련 결심권자들이 읽기를 추천한다. 무기체계가 완성되어 군에 인도되고 활용되는데는 많은 검증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군의 소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특히 전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고 자신하는 무기체계일수록 더 그런 것 같다. 이 책에서 언급한 최첨단 미사일 뿐만이 아니다. 마스터스 디에어에 소개된 폭격조준기도 피클통을 맞출 수 있다고 소개되었지만 실제 전장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이 무기체계의 설계상의 오류, 해당 무기체계의 특징을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 사용될 전장환경을 고려하지 못한 때문이라고 보인다. 이 책에서도 미사일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과정을 보면 그런 이유가 상당수 작용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시험평가 뿐만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를 적절히 반영해야 한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는 이 과정이 적절치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누가 평가할 것인가의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평가한 결과 식별된 문제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신형 전투복의 최초 보급시 하계에도 팔을 걷지 못하도록 디자인 된 점을 시정하지 않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나서야 시정한 사례는 그 대표적인 경우이다. 또 신형피복이나 장비를 고위급 장교들에게 우선 지급하여 평가를 하도록 하는 관행도 시정되어야 한다.

획득관련 실무자들은 아마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무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결심권자들의 열린 사고가 필요하다. 이 책은 그런 측면에서 결심권자들의 열린 사고를 확장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공군 전투기 훈련에 관련해서도 참고할 부분이 많이 발견된다. 실전적인 근접전 훈련은 한국 공역에서는 제한되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기체 고장 또는 실속으로 인한 문제 발생시 이 책처럼 비상탈출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항공기가 추락해도 민간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지역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기체 손실은 곧 숙련된 조종사의 상실로 이어질 것이다. 이런 문제는 연합훈련을 통해 해소할 필요가 있다. 래드플래그 훈련에 참가하는 것 뿐만 아니라 다양한 미 공군과 해군의 항공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는 노력이 부가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북한 공군의 전력을 그냥 무시할 수는 없다는 생각도 가지게 된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적의 미그21 전투기는 근접전에서는 한미 연합공군의 최신예 전투기를 무력화 시킬 수 있다. 이에 대한 대비가 공군작전계획 수립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저자가 F-5N항공기와 숙련된 조종사만 있다면 스텔스 항공기로 무장한 어느 나라의 공군이라도 무력화 시킬 수 있다는 주장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우선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단순한 것이 좋다조종사가 중요하다는 저자의 의견에는 100% 공감한다. 특히 지나치게 많은 정보는 부적절한 것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인간의 인지능력에 한계가 있는데 이를 초과한 정보는 결국 소음에 불과할 것이다. 현재 다양한 기능의 전자제품을 우리는 얼마나 활용하고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좀 더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목적 사용을 위해 본질적인 임무를 소홀히 하는 행태를 비판하는 것에 대해서도 동의한다. 전투기는 상대 전투기를 제압할 수 있을 때 그 가치가 빛난다. 그런데 다양한 임무 수행을 위해 그 특성을 포기해야 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스텔스 전투기의 근접전 성능은 기존 전투기 보다 떨어질 것이다. 스텔스 기능을 위해 비행성능을 희생하는 것이 불가피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부분을 장거리 레이다와 고성능 미사일로 만회하려고 할 것인데, 근접전투가 되면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꼭 교전규칙 때문만이 아니라 항공차단 작전시 적 전투기와의 근접전 상황이 발생하면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측면을 공군의 획득정책 선정시와 작전 수행시에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우선 기술의 발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쟁의 역사에서는 새로운 기술의 채택이 지연되어 다음 전쟁에서 몰락하는 기존 세력들의 사례를 수없이 볼 수 있다. 지금 생각하면 당연한 일인데도 새로운 기술에 대한 거부감은 매우 강했다. 총기의 보급, 전함에서 항공모함으로의 전환 등에서 우리는 그런 거부감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단순한 것이 좋지만 어떤 것을 단순화 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냉병기 시대의 근접전투는 화약혁명으로 인해 그 비중이 현저하게 감소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접전투를 위한 대비는 이루어졌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사격술의 중요성이 더 강조되었을 것이다. 화약혁명의 시대에 근접전투만으로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오류를 저자가 범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주장하는 F-5N 수백대와 충분한 비행시간을 가진 조종사만 있다면 스텔스 전투기로 무장한 어느 나라의 공군이라도 무력화 시킬 수 있다는 의견은 저자의 전투경험과 무관하지 않다. 그리고 미국이 참전하는 전쟁의 형태와도 연관이 있다. 저자는 베트남전에서 제한전쟁을 경험했다. 그리고 미국이 지금 수행하고 있는 전쟁은 제한전쟁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이런 전쟁에서는 제약사항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 제약사항은 교전규칙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장거리 레이다와 공대공 미사일의 효과를 감소시킬 것이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은 다르다. 우리가 겪게 될 장차전은 전면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 공군과의 전면전에서 장거리 레이다와 공대공 미사일은 유력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근접전투에 대한 준비를 하되 그것이 전부 라고 여기는 것은 제고되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전투기 조종사의 실전 경험에 대한 간접 체험 뿐만 아니라, 사생관과 신앙생활의 중요성, 리더십에 있어서도 많은 교훈을 남기고 있다. 신앙생활이 반드시 종교시설에 대한 정기적인 출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과 난중일기에서 볼 수 있던 전투에서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라는 주장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발달하고 환경이 달라져도 생사를 걸고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변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여긴다. 기술의 발전으로 준비해야 하는 과제는 바뀌어도 이를 수행하는 것이 사람이라는 저자의 주장에는 그래서 더더욱 크게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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