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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전의 전설
칼 하인츠 프리저 지음, 진중근 옮김 / 일조각 / 2007년 12월
평점 :
우선 먼저 번역이 잘되어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 역자가 현역군인으로서 또 당시의 군사적 상황
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읽는 이의 입장에서 무척 편안함을 느꼈다. 군사적인 상식이 없는
이들이 번역한 책은 읽다보면 무척 피곤함을 느낀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알리라.
전격전의 모습이 특정한 모델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독일군의 전통인 임무형 전술에 의해
발현된 일종의 현상이라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세부적인 지도자료는 읽는 이로 하여금 당시의 전장상황속으로 들어가 그 현장에 있는
느낌을 주었고 그로인해 이해의 폭을 넓게 할 수 있었다. 군에 복무하는 한 사람으로서 전반적인
소감은 어떤 전장의 현상이라도 결과적으로 보는 관점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는데 흔히 알려진 독일군의 서부전역이 일방적인 승리가 아니라 수 차례의
어려운 위기를 극복한 결과라는 점을 이 책만큼 명확하게 보여준 것은 없지 않나 싶다.
프랑스의 군 지도부가 보다 긍정적으로 현 상황을 인식하고 조치하였다면 지헬슈니트 작전의
결과는 전혀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다. 수 없이 많은 역습의 기회를 놓치고 결과적으로 20세기
최대의 참패를 당했던 것은 같은 군인의 입장에서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수 없었다.
내가 어려우면 적도 어렵다. 내가 피로하면 적도 피로하다. 잔속의 물을 넘치게 하는 것은
한방울의 물이다. 라는 군사적 금언을 다시 한번 상기할 수 있었고,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조치하는 모습이 군인에게는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대몰트게의 금언인 " 전장에서는 무엇을 할 것인가 보다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이
중요하다. 간단한 착상과 신속한 결심, 불굴의 추진은 가장 확실하게 승리를 보장한다." 라는
원칙은 군사학도들이 뼈에 새겨 잊지 말아야할 명언이다. 전장에서 햄릿처럼 무엇을 할까
고민하기 보다는 조금 미흡하더라도 신속하게 결심하고 끈질기게 추진하여 결과를 완수할 수
있도록 하는 군인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번역부분에서 조금 의문스러운 점은 기갑군과 야전군의 차이점이다. 역자는
클라이스트 기갑군, 제 16군 식으로 모두 "군"으로 번역하였는데 황규만 장군의 롬멜전사록에서
처럼 "클라이스트 기갑집단" 이라고 번역하는 것이 혼돈을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러나 그 정도는 지극히 지엽적인 부분이며, 본인은 군사학도 뿐만 아니라 2차대전시 서부전역
에 관심을 가진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일독할 것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