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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양장본) ㅣ 스티브 잡스
월터 아이작슨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초등학교 입학 직전즈음 부자이신 큰아버지 댁에서 사촌오빠가 쓰던 컴퓨터를 물려받은 적이 있었다. 검정 화면에 녹색 글씨의 베이직 코딩이 가능한 컴퓨터였는데, 우리는 그 컴퓨터를 가지고 벽돌부수기 게임을 했었다. 바로 그 벽돌 부수기 게임은 스티브잡스가 다녔던 아타리에서 만들었던 게임 중의 하나였다는 사실을 이 책에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아직도 탁구공 치는 듯한 경쾌한 소리를 내며 벽돌이 하나씩 또는 여러개씩 부수어지던 화면이 생각 난다. 아마 그때의 영향으로, PC게임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테트리스를 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당시 컴퓨터의 저장장치였던 5.25인치의 얇은 디스크와 3.5인치 플로피디스크를 몇 박스씩이나 보관하던 기억. 대학교에서 복수전공으로 전산을 택하면서 프로그래밍 숙제를 3.5인치 플로피 디스크로 제출하면서 몇번이나 잘 저장되었는지 확인해보던 기억이 난다.
아마 손톱만한 크기의 8메가 플래시 메모리를 흔히 쓰는 지금의 세대들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작은 볼륨의 저장장치 세계를 지나온 것이다.
스티브잡스의 인생은 애플의 제품이란 아이패드 이외에는 직접 소유해본 적이 없는 나에게도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IT매장에서 형형색색의 애플제품 및 악세서리들을 접할때면, 실제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함에도 소유하고 싶은 욕망을 느낄때가 있다. 그만큼 애플의 디자인은 훌륭하다. 아마 IT의 역사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인물 둘을 꼽으라면 빌게이츠와 스티브잡스가 아닐까?
(아이패드는 남편의 취미에 따라 딱 두달만 우리에게 머물다가 중고로 팔려나갔다...ㅠ.ㅠ)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현실왜곡장을 지닌 스티브 잡스와 일하는 것은 직장인으로서는 무척이나 고역으로 여겨졌을 것 같다. 보통의 직장인이란 현실과 일을 적당히 타협하게 마련인데, 스티브잡스는 단 한번도 이런 타협의 상태를 거치지 않았을 것 같다. 일단 그 스스로 지닌 창조성과 예민함이 일과의 타협을 허락하지 않았을테고, 또 애플을 창업했고, 그로인해 얻은 부의 영향으로 항상 지시하는 상사의 입장에서만 일해봤기 때문에 그랬을 것 같기도 하다.
만약 나에게 로또가 당첨된다면, 지금처럼 비굴(?)하게 상사나 선배의 눈치를 보는게 아니라 회사를 소신있게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아마, 평범한 사람인 나는 소신있게 다니려다 때려치우고 말겠지만...
거의 9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한달여간 읽어낸 것은 나에게 무척이나 좋은 경험이었다. 일단 책의 내용은 전혀 지루하지 않아 시간만 허락한다면 쭈욱 읽어내리고 싶었을 정도이니 말이다.
책에서...
p227
잡스는 경력 전체에 걸쳐 스스로를 사악한 제국에 맞서는 깬 반항아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었다.
p231
누군가가 임의로 회로 기판을 확장 카드 슬롯에 쑤셔넣어 자신의 우아한 디자인을 망치는 것을 원치 않았다.
p304
그는 이렇게 술회한다. "그에게 맞서는 데 에너지가 너무 많이 소모됐어요. 그것도 대개는 아무 의미 없는 것들을 놓고 긴장이 고조되곤 하는 통에 더는 못 참겠더라고요."
p430
언제든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거였죠. 그녀가 말한다. "그런 자세를 가진 저에 대해 자부심을 느꼈어요. 돈에 대해서도 저는 그것이 자립하는데 필요한 도구라고 생각하지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요소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p485
그 대신 그는 자아 욕구와 개인적인 동기들로 인해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낼 만한 유산을 창출함으로써 만족을 얻으려고 했다. 사실 그는 두 가지 유산을 남기고 싶어했다. 혁신과 변혁을 선도하는 위대한 제품을 만드는 것, 그리고 영구히 지속될 수 있는 회사를 구축하는 것, 이렇게 두 가지였다.
p497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포장하거나 감춰두는 사실을 말함으로써 잔인할 정도로 솔직해지는 때도 있었다. 의도적인 거짓말과 지나친 솔직함 모두 일반적인 규칙들이 자신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그의 니체 철학적 태도의 여러 측면일 뿐이다.
p500
어떠한 행동 방식이 옳다고 확신할 경우 그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의심이 생길 경우 그는 마음에 완벽하게 들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뒤로 물러나곤 했다.
p612
슬라이드가 있어야 설명을 할 수 있다면 그건 자기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른다는 뜻이오.
p644
잡스는 결코 애플에 준자치적 사업부문(division)을 편성하지 않았다. 그는 모든 부문을 가까이에서 관리했으며 그들이 결속력 있고 유연한 단일 손익구조를 갖는 하나의 조직으로서 일하도록 했다.
p645
잡스의 사업원칙 중 하나는 결코 자기 잠식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 아이폰이 아이팟의 매출을 잠식하고, 아이패드가 랩톱의 매출을 잠식할 가능성이 있었지만 그 때문에 잡스가 계획을 포기하는 일은 없었다.
p721
내가 곧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 그것은 인생의 중대한 선택들을 도운 그 모든 도구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외부의 기대와 자부심, 망신 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등 거의 모든 것이 죽음 앞에서는 퇴색하고 진정으로 중요한 것만 남더군요.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상기하는 것은 아까운 게 많다고 생각하는 덫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우리는 이미 알몸입니다. 가슴을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지요.
p866
그는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이나 화를 내는 일을 주저해요. 그래서 적절하게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지요" 그러고는 내 생각을 읽은 듯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시인했다. "그래요. 난 그런 문제가 전혀 없었죠"
p877
뭔가(원조 매킨토시의 사용자 인터페이스, 아이팟과 아이폰의 디자인, 음반회사들을 아이튠스 스토어로 끌어들이는 것 등)가 주의를 끌면 그는 가차없이 거기에 집중했다. 그러나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것들(법적인 문제나 특정 사업 현안, 암진단, 친권자 문제 등)은 단호하게 무시했다. 그러한 집중 때문에 그는 "안 돼"라고 말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