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관계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더글라스 케네디의 『모멘트』를 무리없이 읽었던 터, 서점에 그의 책이 눈에 띄는 곳에 자극적인 제목으로 진열되어있었던 터라 의심없이 회사 도서관에서 대출 리스트에 올려두었다. 하지만, 이 작가의 책은 아마 더이상 읽어보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두 권으로 충분하다.

 

책의 초반부터 주인공들이 만나 임신하고 결혼하게되기까지 빠른 속도로 진행되서인지 따라읽기가 벅찼다. 보통 처음에는 인물들과 배경을 소개하며 긴장감을 조금씩 끌어올리기 마련인데 이 소설은 처음부터, 사건이 일어나는 중반까지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 책을 읽는 내내 긴장하게 만든다.

 

책의 초반이 내가 겪은 산후우울증의 일부와 오버랩되어 불편한 느낌이 들어서였을까? 중반 이후 사건이 발생하고 해결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읽어내는 것이 좀 힘들었다. 주인공이 겪은 산후우울증이 밖에서 보기에 그렇게 극단적이고 무례하게 보였을까? 내면의 불안감이 주변 사람들에게는 전혀 양해가 구해지지 않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나도 그렇게 보였을까? ...

 

아이들이 태어나고나서 10여개월동안 정말 남편과 엄청나게 싸웠고,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 힘들었고, 세상과 내가 단절되는 느낌을 참아내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몇번 운전할 일이 생겨 올림픽대로를 타고 성수대교를 건너는 중에 핸들을 확 틀어버리고 싶은 생각이 드는게 무서워 한동안 운전을 기피할 정도였다.

다행히 길지 않게, 또 극단적이지 않게 우울한 터널을 빠져나왔나보다. 아이들이 예쁘게 보여진 시기가 왔고, 가족들과도 잘 지내고 있으니 말이다.

 

소설을 통해 내가 힘든 시기를 다시 되돌아볼 기회가 생겼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하게 된다. 그 시기를 잘 극복해냄으로 인해 내가 얻은 것은 반짝이는 아이들이다. 쉴새없이 조잘거리고, 놀라운 언어사용으로 매일매일 커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회사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당시 회사로 도망친 시간을 만회하고 싶어서인지, 육아휴직 생각이 간절한... 요즈음이다.

 

 

책에서...

 

p56

한번은 '난 한계가 있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 말을 굳이 자기 비하로 볼 필요는 없었다.

 

p152

나는 '이런 흉한 꼴로 살 사람은 바로 나인데 남편이 무슨 상관이죠?라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입을 꾹 다물었다.

 

p154

나는 살다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카드를 받아들었을 때처럼 내가 모든 걸 다 감당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p405

인생에는 말하지 않고 고백하고 싶은 건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큰 욕망이기도 하죠. 고백은 일을 망쳐놓고 사면을 받으려는 일종의 거짓 회개일 수도 있어요.

 

p406

누구나 모든 죄책감을 훌훌 털어 버리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 자기 자신을 용서하는 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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