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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물건 - 김정운이 제안하는 존재확인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개인적으로 나는 김정운 교수의 책들을 무척 좋아한다. 아무래도 보통 남자들이 하는 이야기보다 재미있는 스토리가 들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으례 남자들만의 대화라는 골프, 군대 이야기에 한정되어있지 않기때문에 더 재미있을 수도 있다. 또 글들은 정감있는 대화를 하는 듯한 표현이 많아 책을 읽고나면 한바탕 수다를 떨고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나는 저자의 책을 『노는만큼 성공한다』, 『일본열광』,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부터 이번 책까지 네권째 읽었으므로 김정운교수와 총 네번의 수다를 떨었다고 볼수 있다.
수다란...
결국엔 같은 이야기가 반복된다는걸 알면서도 끊을 수 없는 약과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다. 수다를 떨고 나면 가슴에 지니고 있던 문제의 무게가 절반쯤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문제 자체의 해결도 중요하지만 삶에서 이런 공감과 감정의 교류 역시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네권째 같은 저자의 책을 읽다보니 저자가 하고자하는 주요 내용은 책마다 비슷비슷하다. 결국 여유와 주체적인 삶만큼 중요하다는 건 없다는 얘기다. 그러기 위해서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낼수 있는 취미, 일이 필요한 것이다.
이 책에서는 김정운 교수가 만난 사회명사들의 취미, 일과 관련된 물건들에 대한 소개가 되어지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안성기의 취미 <그림>이다.
안성기는 성당을 다니면서 직접 얼굴을 본 적이 서너번 있다. 안성기의 얼굴을 실제로 처음 보게 되었을 때 마침 크리스마스 미사 중이었고, 영성체를 위한 행렬을 보며 만약 한국에서 예수그리스도와 관련된 영화를 찍게되면 저런 사람이 인상이 딱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주위에서 안성기가 등장했다며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때 영화'남부군' 촬영중이었을 때라고 하는데, 얼굴을 잘 모르던 터에 만난 안성기의 첫인상은 나에게는 그렇게 특별했다.
그 이후 성당 주차장에서 만난 안성기, 신부님께 인사하던 안성기의 태도는 특별히 연애인이란 인식 없이 주위의 웅성거림과 달리 차분함을 지니고 있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김정운교수가 소개한 그의 취미가 더욱 인상깊게 다가왔다.
항상 사람들의 시선때문에 평범한 일상이 불가능해 외출도 쉽지 않은 연애인이라는 직업 속에서 삶의 올바른 방향타를 위해 그가 취미아닌 취미로 삼은 그림. 그의 자화상.
연애인 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 역시 올바른 삶의 방향타를 위해 일 이외에도 이런 취미가 필요할 것 같다. 그래서... 나의 취미는 무엇인가...
나이가 들고보니 잘생긴 남자보다는 재미있는 남자가 더 좋다. 그래서 김정운 교수의 새책은 비록 새로운 것이 좀 부족하더라도 신나는 수다가 가능한 남자친구같이 친근하고 좋다.
책에서...
p23
자꾸 반복적으로 한 이야기를 하고 또 하는 이유는 뭔가 심리적으로 막혀 있기 때문이다.(여자들이 모여 않으면 시집살이 이야기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p34
내가 좋아하는 게 분명해야 설레는 삶을 살 수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지난 한 주간 내 일상에서 가장 기분 좋았던 순간을 떠올려보면 된다. 내가 가슴 설레며 기다렸던 일을 기억해내면 된다.
p45
삶의 속도가 급변하여 생기는 문화병의 치료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걷기'다.
(중략)
새벽에 자꾸 깨지 않고 잘 수 있는 것처럼 행복한 일은 세상에 별로 없다
p61
나이가 들수록 부부관계가 삐걱대는 이유는 서로 이해하는 사랑의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p62
결혼이 일상이 되면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정서적 경험이 밋밋해지기 때문이다.
p99
이 집단 자폐의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우려면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주체적 관심과 가치를 먼저 찾아내야한다.
p187
신영복은 '과정으로서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 삶이란 목적을 사는게 아니라 과정을 사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물론 목적이 중요하다. 그러나 목적에 의해 과정이 생략된 삶을 사는 것처럼 불행한 삶이 없다.
p239<안성기>
모든 사람이 겸손하다고 하는 사람은 결코 겸손한 사람이 아니다. 누구도 나와 비교할 수 없다는 내면의 절대적 자만이 있어야만 모든 사람에게 겸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p282
인간의 정체성은 자신의 현재 처한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재구성된다. 승승장구, 탄탄대로를 달릴 때는 과거의 긍정적 사건들만 기억난다. 힘든 기억들조차 의미있는 고통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현재가 어렵고 견디기 어려우면 끊임없이 힘들고 괴로웠던 일들만 기억난다. 힘든 현재가 고통스런 과거를 불러내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런 기억의 왜곡이 바로 우울증이다. 그래서 우울증이 무서운 것이다.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