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것은 다 너를 닮았다
김지영 지음 / 푸른향기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푸른향기 / 글·사진 김지영

 

"예쁜 것을 닮은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진심입니다"

 

 

 

 

 

 

 

 

 

 

 

 

 

 

 

 

 

 

 

 

 

 

 

 

 

 

 

 

 

 

 

 

 

 

 

 

 

 

 

 

 

 

 

 

 

 

 

 

 

 

 

 

 

 

 

 

 

 

 

 

 

 

 

 

 

 

나는 행복해지기로 했다

내게 주어지는 모든 일상을 거스르지 않고 살아가는 게 순리이고 미덕이라고 생각을 해왔다
가끔씩 일탈을 꿈꾸지만 늘 깨어나면 현실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나를 돌아보고 챙길 여유 없이 지치고 힘들어하면서도 막연히 미래에 대한 기대와 행복을 꿈꾸기만 했다
하루하루 무심한 듯 평온한 듯 받아들이는 시간들 속엔 내가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한편의 에피소드를 읽으며 끝나갈 즈음이면 어김없이 코끝이 찡해왔다
자꾸만 눈물이 핑 돌아서 살며시 눈을 감았다
저자의 글들이 내 마음에 깊고 넓은 파동을 일으켰다

<예쁜 것은 다 너를 닮았다>의 저자는 재활병원에서 직업치료사로 근무하며 고된 일상의 끝이 보이지 않는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저녁도 먹지 못한 채 퇴근을 하다가 행복해지기 위해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뉴욕행 비행기 티켓을 끊는다
1년 7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40여 개국을 여행하며 자신의 진짜 모습과 마주했고 길 위에 존재하는 모든 사소한 아름다운 것들로 인해 마음이 넉넉히 채워졌고 사랑을 했으며 비로소 행복을 느끼게 된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감내해야 했던 무례한 시선과 불편한 상황들, 무거운 배낭의 무게 등 고생스러운 여행이 행복이라고 느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나라면 그 모든 두려움과 불안감을 떨쳐 버리고 나 홀로 배낭여행에 도전할 수 있을까? 나의 소심함과 안일함으로 감히 꿈을 꿀 수조차 없기에 그녀의 용기와 도전이 부럽기만 하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감행한 지극히 현실적인 여행에서 스스로의 가치를 발견하고 변해가는 저자의 모습이 뭉클하고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낯선 곳에서 예고 없이 벌어지는 일들에 좌충우돌 부딪쳐가며 오롯이 혼자서 책임지고 감당해 나가며 자신감을 얻고 자유를 만끽하게 되는 여정이 그래서 더 빛이 나는 순간이 되는 것인지도.
먼 곳만 바라보며 살아오다 직접 대면하는 모든 상황 속에서 발끝에 와 부딪는 돌멩이조차도 예쁘고 소중하다 여겨지는 마음에 공감하게 된다

<예쁜 것은 다 너를 닮았다>는 처음엔 귀엽고 사랑스러운 라마가 표지를 장식하고 있고 마음에 와닿는 예쁜 제목에 끌렸었다
여행 에세이라서 표지에 걸맞게 예쁜 사진들과 문장들이 가득 담겼을 거라 기대했다
젊은 감각이 담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여행기쯤으로 생각했었는데.....
반전으로 가득 찼다
자신의 삶을 진중하게 바라보며 풀어내는 이야기는 결코 가벼이 읽을 수 없는 사유의 힘을 발휘한다
유명 관광지에서 일반적으로 느끼는 즐거움이 아닌 오롯이 자신을 드러내 보이고 감추어져 있던 또 다른 모습들과 고민들을 찾아내며 위로하고 다독이면서 자신을 사랑하게 되고 행복해지는 자유여행이었다
담담하게 때론 격하게 때론 낭만적이고 사랑스럽게 낯선 도시로 스며들며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아간다

 

 

--- 하지만 어른이 되어가면서 밤을 지새우며 놀기엔 내일을 걱정하고, 솜 이불을 버리기엔 이불 값을 떠올리며, 소리 내 울기엔 주변 시선을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다. 웃고 싶어도 웃지 못하고, 화가 나도 참아야 하는 반쪽짜리 감정을 가진 어른이었다
여행을 하는 요즘, 나는 어느새 어린 날의 나로 돌아가 있었다
더위로 정신을 못 차릴 때 마시는 물 한 모금에서, 고단해 쓰러지기 직전 드러눕는 더러운 침대에서, 그와 손을 맞잡은 어두운 골목길에서 행복을 느낀다. 다시 온전하고 솔직한 감정으로 하루를 살고 있다.

--- 이 여행은 수년간 자신을 챙기지 못한 나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나는 여행하는 동안 오직 나만 생각했다. 나의 행복을 위해 움직였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었다.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가고, 내가 멈추고 싶을 때 멈춰 섰다. 지영아, 행복해라, 행복해라, 주문을 외웠다

 

 

 

 

 

여행..... 삶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만나다

 

 

 

<예쁜 것은 다 너를 닮았다>는 여행 일정과 시간의 순서에 따라 나라별 여행지를 소개하지 않고 여행지에 대한 친절한 정보도 담고 있지 않지만 낯선 세상을 바라보며 느끼고 경험한 자신의 생각과 감정들에 집중함으로써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삶과 사랑과 행복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준다
마치 책상 서랍에 감추어 둔 일기장처럼 섬세하고 솔직하게 진실된 내면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그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된다
어느 페이지든 읽고 싶은 곳부터 천천히 음미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뉴욕에 도착한 순간부터 결코 순탄치 않은 행보가 시작된다
말이 통하지 않아 연속된 실수에 지하철 계단에 앉아 왈칵 울음을 쏟기도 했고 파리에서는 느닷없이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고 테러의 공포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모로코 페즈에서는 가는 곳마다 호객꾼으로부터 시달림을 당해야 했고 버스에서 잠이 들어 도착지를 지나치기도 했다
아프리카 숙소에서는 카메라, 노트북, 현금까지 몽땅 잃어버리기도 했다
인생을 빛내 줄 찬란한 여행을 꿈꿨지만 여행은 곧 치열한 현실이 되었다
하지만 힘들고 고생스러운 여행 이면에 늘 감사함과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던 것은 다름 아닌 사람들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네팔 포카라에서 만났던 포터는 제멋대로 갈라진 발뒤꿈치에 체구보다 더 커 보이는 많은 짐을 메고 설산을 왕복하지만 터무니없이 적은 수당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진한 미소를 잃지 않는 모습에 저자는 명치끝이 아려 옴을 느낀다
포르투갈 포르투의 '성주앙의 밤'축제에서 뿅망치 하나로 현지인과 관광객들이 하나가 되는 즐거움을 맛보기도 했고 상한 수박 한 조각밖에 대접할 수 없는 비루한 현실이지만 그것조차도 나누고 싶어 하는 탄자니아 잔지바르섬 파제의 아멜리의 마음을 받기도 했다
여행 후반에 늘 함께하게 된 착한 사람 진우를 만나 사랑을 하게 된 여행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면서 새로운 인연과의 만남과 나눔의 여정이었다

세상은 작은 것 하나도 그 나름의 존재의 이유와 의미가 담긴... 그래서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들이라고 느끼게 되는 건 여행이 마음의 성장 호르몬제 같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낯선 세계에서 자신의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고 이해하고 용서하고 온전히 자신과 타인을 사랑하게 되는 여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행을 통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가족과의 마음의 거리를 좀 더 좁혔고 낯선 이들로부터 나눔의 미덕을 배우는가 하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다른 나라의 문화를 차 한 잔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너그러움도 갖게 된다
여행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세상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방법과 행복은 우리 주변 어디에서든 존재한다는것을 가르쳐주기에 모자람이 없다

마음먹은 대로 살아지지 않는 인생이라고 쓴웃음을 지어 보기도 하지만 저자의 여행을 통해 마음을 다해 애쓴 적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막연히 기대하고 의지하고 방관하는 삶이 아닌 내가 중심이 되는 삶을 살아왔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여행이 좋은 이유와 해야만 하는 이유는 리투아니아의 빌뉴스와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 등 관광지 자체의 볼거리가 아니라 온몸에 와닿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연, 빗소리, 별빛,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더욱 커져가는 사랑, 낯선 사람들의 친절과 나눔, 미소, 예측할 수 없는 내일, 그리고 여행자로서의 설렘과 낭만의 순간순간을 내 것으로 만들고 즐기는 것임을 마음에 새겨본다

우리의 인생이 곧 낯선 곳으로의 여행 일지도 모른다
확실한 것 하나 없는 두렵고 불안한 여정이지만 현재에 설렘 없이 안주하는 것보다 한 번쯤 새로운 세계로 발걸음을 옮겨 볼 만한 것이라고 격려하고 용기를 주는 책이었다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상처받은 영혼들을 위한 가슴 따뜻해지는 위로와 공감으로 가득 찬 글이었다
감정의 결이 섬세하게 표현된 문장들과 따스한 시선이 담긴 사진들이 나의 감성을 흔들어 깨우는 시간이었고 지금보다 조금 더 행복해지라고, 행복해질 자격이 있다고 토닥여 주는 책이었다

 

외로움과 그리움을 이겨내고, 위험하고 두려운 모든 상황을 버텨내고 절대로 답이 없을 것만 같은 일들을 풀어나가며, 나는 나를 믿고 나를 사랑하는 일을 배웠다

 

 

 

 

 

 

 

 

 

--- "밤길과 골목길을 피하시고 언제나 적당한 경계를 품고 다니세요. 여성이라는 이유로 여행을 포기하지 마세요. 우리도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만 하는 일 때문에 미뤄둘 만큼 철이 들었다면 누릴 수 없었던 행복.
걱정해주는 사람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꿈을 포기하지 않을 만큼 이기적이었기에 할 수 있었던 경험.
땀과 모래바람으로 머리가 엉겨 붙은 것도 모르고 앞니를 내 보이고 웃었더니 조금 더 행복해진 오늘.

 

 

---내가 누군가의 잣대에 휘둘리지 않고 내 삶을 결정하는 주체성을 가지게 된 것은, 나 자신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었다
내가 내 삶을 책임지게 되자 나는 자유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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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보다 시간이 많아서 다행이야 - 낯선 세계에서의 익숙한 조우
채주석 지음 / 푸른봄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푸른봄 / 채주석 지음

 

 

 

 

 

 

 

 

 

 

 

 

 

 

 

 

 

 

 

 

 

 

 

 

 

 

 

 

 

 

 

 

 

 

 

 

 

 

 

 

 

 

 

 

 

 

 

 

 

 

 

 

 

 

 

 

 

 

 

 

 

 

 

 

 

 

낭만과 현실의 설레는 하모니
700일간의 세계 여행,
떠나보니 내가 되었다

 

"여행,
내가 되는 시간"

 

 

 흔히들 여행이라는 말 앞에서 금전적인 여유도 없고 시간도 없다고 말 들하곤 한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늘 여행을 꿈꾸고 바라지만 예의 두 조건이 발목을 붙잡는다고 여겨왔다
용기라는 인생을 살아가며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감정을 잊어버린 채 말이다
결코 적다할 수 없는 나이에 혼자만의 여행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을 새삼 상기해보며 인생 참 재미없게 살고 있구나 하는 자괴감이 스멀거린다
그래서일까 여행 에세이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꼭 펼쳐 읽게 되는 이유는.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청춘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듯 공부와 취업 문제 등으로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꿈을 꿀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 당한 채 내일의 불투명한 행복만을 꿈꾸며 살아간다
<돈보다 시간이 많아서 다행이야>의 저자는 평범한 일상에 반기를 들고 행복해지기 위해 단돈 백만 원을 들고 호주로 떠나 낭만과 현실이 버무려지는 달콤 살벌한 세계 여행기를 풀어 놓는다
세계 여행 경험이 거의 없는 그가 호기롭고 무모하게 내민 도전장!
저자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이방인에서 워홀러로 호주 적응기를 거치고 어학연수생이었다가 스스로를 찾고 경험하는 세계 여행자가 된다
온전히 자신의 모습으로 세상의 길 위에 보란 듯이 서게 된다


<돈보다 시간이 많아서 다행이야> 여행 에세이를 처음 펼치고 저자 소개를 보고서는 빵 터졌었다
영어 이름이 채리인데 자신의 첫 룸메이트 말에 속아서 세계여행 내내 사용하게 됐다는 거다
독일에서 세련된 남자들이 많이 사용한다는 말에 현혹되어서.
이 사람 어리숙하고 허당끼가 다분하다고 느꼈는데 책을 읽는 내내 첫인상과는 또 다른 그를 만나게 되었다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워킹홀리데이의 실체를 경험했던 호주 닭고기 공장에서 워홀러로 지낸 7개월의 시간은 지독한 현실이었고 시련이었지만 그가 세계 속으로 당당히 걸어 나갈 수 있는 자신감의 원동력이 되었다
좌충우돌 워홀러로 겪어냈던 호주에서의 생활을 보면서 저자의 긍정적인 사고와 탁월한 의지력에  감탄하게 된다
뜨거운 무엇인가가 가슴 저 밑바닥으로부터 서서히 끓어오르며 분출되는 느낌... 저자의 호주 적응기에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오래전에 워홀러를 꿈꾼 적이 있다
청춘이기에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경험이라고 스스로 예쁘게 포장해서 바라봤던 것 같다
현실보다 더 냉혹하고 치열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그때 만약 워킹홀리데이를 직접 체험했다면 지금의 나의 삶이 달라졌을까 하고 불현듯 궁금해진다


저자의 세계 여행기를 읽으며 세상엔 상상 그 이상으로 따뜻하고 친절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마음 한구석에 온기가 전해진다
이방인에게 허물없이 진심을 보이는 그들의 모습에 눈물이 핑 돌 정도였다
여행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값진 경험과 지혜를 배우게 되고 그 사람을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된다는 당연한 이치도 새삼 깨닫게 되고 사람들에게 상처받기도 하지만 또한 사람들로 인해 감동받는 살아갈 만한 세상임에 스르르 미소가 번지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길에서 만난 세계 각지의 청년들이 불확실한 미래의 행복이 아닌 오늘 하루에 집중하면서 현재의 행복을 만끽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가진 게 많아 여유롭게 쓰고 즐기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좋아하는 것을 찾고 즐기며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는 사람들.
분명 돈은 우리의 삶과 떼어 놓을 수는 없지만 적은 돈으로도 만족도 높은 삶을 즐기는 그들을 보며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바람직한 삶의 또 다른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국적도 다르고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지만 그들만의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보며 문화와 그들을 이해하기도 하고 더불어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소유하고 축복받으며 누리고 살아가는지 깨닫게 되는 시간이 된다

--- 그들의 삶을 어깨너머로 보며 다눈히 영어를 배우러 온 곳에서 멋있는 사람이 되는 방법까지 배울 수 있었다. 성공한 삶이 무엇인지, 어떻게 늙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스물네 살의 나에겐 다소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전에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하지만 꼭 한번은 생각해 봐야 하는 것들이지 않을까. ---

 

 

 

 

 

 

 

 

돈보다 시간이 많아서 다행이야 !



 행 내내 피할 수 없었던 선택과 책임감!
온전히 자신만의 판단과 결정으로 주어지는 상황을 헤쳐나가야 하기에 자신의 진짜 모습을 만날 수밖에 없는 혼자 여행!
타성에 젖어 있는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곳에서 마주하게 되는 자연과 사람들은 익숙한듯 하면서도 새로운 자극과 경험으로 이어지며 일상에서와는 다른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다름을 인정하고 고정관념에서 탈피할 수 있게 생각과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 준다

카우치 서핑으로 만난 나체주의자.
모든 게 부족한 상황에서 하루 1달러를 쓰며 산속에서 보낸 일주일.
볼리비아에서 거듭 마주친 사기꾼들.
산사태와 마주쳤던 마추픽추 등산.
알몸으로 사막 한가운데서 하룻밤을 지세운 경험.
안데스산맥에서 고산병으로 고생했던 일.
카사블랑카 공항에서 추위에 떨며 쓸쓸히 생일을 보낸 기억.
마약상의 차를 히치 하이킹해서 함께 탔을 때의 심장 쫄깃한 상황.
히피와 펑크족을 만나기도 했고
비행기를 놓쳤던 일.
길 위에서 열린 마음으로 국적에 상관없이 사귀었던 친구들.
수 많은 에피소드를 통해 때론 뭉클한 감동을 만나고 깔깔대며 웃기도 했고 가슴 철렁 아찔한 순간을 만나기도 했다
여행하는 동안 위험천만한 상황에 놓이는가 하면 처음 만난 사람들로부터 가족과 같은 친밀감과 따스함을 느끼기도 했다
눈앞에 펼쳐진 낭만적인 자연 풍광과 감성을 만나기도 하고 여행자로서 현실적인 괴리감과 맞닥뜨리기도 한다
돈보다 시간이 많았기에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삶의 다채로운 경험을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세계 여행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 저자에겐 행운이고 선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시간을 통해 저자는 여행을 떠나기 전과 분명 다른 모습으로 한국으로 돌아온다
스스로가 선택하고 오롯이 책임졌던 모든 순간들 덕분에 그는 여행 내내 자유로웠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철학이 나잇값 하지 않는 것이라는 저자.
책을 읽고 나니 왠지 나도 행복해지기 위해 그래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가식 없는 유쾌한 사진들이 여행에 동행하는 듯 즐거움을 주었고 평범한 듯 보이지만 인간미 넘치는 사진들이 참 좋았다
그만의 남다른 위트 있는 문장들에 중간중간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젊음과 용기, 지칠줄 모르는 자신감이 부러웠다
감동과 재미를 선사해주는것은 물론이고 유쾌하고 때로는 진중했던 700일간의 세계 여행!
유명 관광지에서 봐왔던 식상한 구경거리나 비슷한 포즈로 사진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길 위에서 만난 인연들과 친구가 되고 가진걸 나누고 함께 하면서 기쁨과 보람이 충만했던 여행 에세이다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힘든 상황에서도 잃지 않았던 용기가 존경스러웠고 영어를 배워온 것보다 그가 길 위에서 만나 맺은 수 많은 소중한 인연들이 부러웠다
더욱 견고해진 자신감으로 반짝이며 앞으로 살아갈 삶의 지혜와 에너지를 가득 채워 돌아온 저자의 모습이 멋졌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지루할 틈이 없었던 에세이였다

나는 이십 대에 뭘 했을까? 저자처럼 빛나는 용기를 내어 하고 싶은 일을 당차게 도전해보지는 못했다
과거에 없던 용기가 현재에 갑자기 생길 리도 만무하지만 더 이상은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지금 당장 하
고 싶은 것을 포기하거나 참으며 살아가지는 않겠다고 소심하게 의지를 다져본다
내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저자의 크고 작은 여행 에피소드를 통해 나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고 살 자유로울 권리!
우리에게 돈보다는 시간이 더 많은 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저자가 들려 주었던 것처럼
인생 100세 시대에서 잠깐이라도 내 마음대로 살아보자고 다짐해본다

 

 

 

 

 

 

 

--- 여태껏 고생한 보람을 처음으로 느낀 순간이었다. 외국이라는 공간적 이점까지 더해져 모든 일의 선택과 책임의 주체가 남의 시선, 사회적 통념이 아닌 온전히 내가 되었다. ---

--- 어느 순간 너무나도 당연해져 버린 이 여행이, 낯선 풍경들이, 새로운 인연들이 누군가에게는 꿈과 같다는 걸 데이비드 덕분에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매 순간에 감사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도. 내가 충분히 많은 것을 누리며 살고 있다는 것도. ---

--- 여행을 통해 큰돈을 벌지도 못했고, 인생이 180도 바뀌지도 않았다. 대신 객관적으로 나를 볼 수 있게 됐다. 조금 더 긍정적인 사람이 됐고, 하고 싶은 일이 많아졌다. 세상 어디에 내놔도 죽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평생 간직할 추억이 많아졌다
여행을 통해 얻은 이 사소한 것들이 모여 내 인생을 바꾸지는 못했지만 조금 더 다채롭게 만들어 주었다. 그거면 충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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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 동경
정다원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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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출판 / 글과 사진 정다원

 

 

 

 

 

 

 

 

 

 

 

 

 

 

 

 

 

 

 

 

 

 

 

 

 

 

하나의 에피소드가 끝나면 그와 관련된 좀 더 상세한 정보를 소개해 준다

 

 

 

 

 

 

 

 

 

후지산 바라보며 목욕하기 : 어릴적 추억을 떠올리는 '센토'

 

 

 

 

 

 

 

 

 

 

여름의 하이라이트, 마쓰리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있었던 공동체 의식과 서로 돕고 산다는 연대감을 일깨워주면서
한여름 무더위를 날려 보낼 수 있는 축제

 

 

 

 

 

 

 

흐르는 소면 건져 먹기

 

 

 

 

 

 

 

 

 

 

 

 

유카타로 여름나기

 

 

 

 

 

 

 

 

 

바다와 산과 기차, 가마쿠라로

 

 

 

 

 

 

 

 

 

 

가을을 알리는 신호탄, 꽁치 축제

 

 

 

 

 

"떠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도쿄라는 도시의 매력을。"

 

 

도쿄를 떠나고도 몇 번이고 다시 찾았다.
오랜 친구들과 음식이 그립다는 핑계였지만
정작 살 때는 잘 몰랐던 도쿄의 매력에 뒤늦게 푹 빠졌기 때문이었다
오후 5시, 장 보러 온 자전거 행렬로 북적이는 상점가,
이웃들과 한마음으로 즐기는 동네 축제,
찬물에 흐르는 소면을 건져 먹으며 달래는 더위.
평범해 보이던 생활 속의 도쿄가 이렇게나 매력적이었다니.
- 프롤로그 중에서

 

 

 화려한 대도시 도쿄에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들이 있는 줄 알고 있었지만 그와는 또 다른 반전의 매력들이 숨겨져 있을 줄은 책을 읽기 전엔 미처 알지 못했다
앞서 만났던 여행서들을 통해 트렌드와 옛것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곳! 한 번쯤은 여행하고 싶은 곳으로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는데 <소소 동경> 여행 에세이로 다시 만난 도쿄의 모습은 그동안 접해 왔던 도쿄와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일본의 수도로서 화려하고 세련된 모습보다 친근하고 익숙한 이웃 같은 모습으로 조우하게 된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혼잡한 여행지보다는 여유롭게 거닐며 그곳의 진짜 모습들을 만나는 일정을 선호하게 되는데 책에는 내가 원하는 그대로가 담겨 있었다
사실 책을 처음 봤을 때는 제목에 먼저 이끌렸다
소소와 동경이라는 단어의 조합이 어색할 것만 같았는데 보면 볼수록 이처럼 잘 어울리는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예쁘고 낭만적이라는 느낌이 들면서 입에 척 붙는다
그다음은 사진에 반했다
책장을 휘리릭 넘겨보니 수록된 사진들이 내 감성코드와 너무 잘 맞았다
평소 사진 찍는 걸 즐겨 하고 관심이 많았던 터라 일본스러운 느낌을 충분히 표현하고 있는 사진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책에는 자전거와 사람들의 뒷모습 사진이 많이 나온다
애써 과장되지 않은 그 모습에선 여름 한낮의 여유로움과 소박함이 살며시 배어 나온다
바라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긴장이 풀리고 미소가 번진다
저자는 4년 동안의 도쿄 생활을 포함해 10년 넘게 타지 생활을 하면서 유독 도쿄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갖게 되었단다
살 때는 몰랐지만 그곳을 떠난 후 푹 빠지게 된 매력들을 저자만의 감성과 특별한 애정을 더해 보여주고 있다
아직 한 번도 일본 여행을 한 적이 없어서 여러 매체를 통해 알게 된 도쿄는 이방인으로서 바라볼 뿐이었는데 저자가  생활자로서 오롯이 눈과 마음에 담은 그들의 문화와 일상, 풍경들이 생생하고 친근하게 전해져 온다
짧은 여행에서는 찾아지고 느낄 수 없는 한 도시에 대한 깊은 애정이 책 곳곳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제목과 사진에 이어 동경에 대한 소소하고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본 여정의 글에 이끌리게 되었다

 

 

 

 

 

 

 

 

도쿄 감성 여행 에세이

 

 책장을 넘기는 내내 쨍한 햇볕 아래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고 자전거 페달을 유쾌하게 밟으며 작은 골목들을 신나게 누비는 상상을 하게 된다
여름향기 물씬 나는 도쿄의 구석구석을 거닐다 보면 사소한 행복에 도취되어 이방인에서 낭만 여행자로 거듭나게 될 것만 같다
아니 어쩌면 그곳의 동네 주민이 된 듯 한결 여유로운 감성으로 눈앞에 펼쳐진 모든 풍경들을 마음에 담게 될지도.

저자는 화려한 도심에서는 볼 수 없는 사람 냄새 폴폴 나는 날것 그대로의 시타마치 생활에서 숨겨진 진짜 도쿄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고 회고한다
해질녘 자전거를 타고 장을 보러 온 사람들로 활기를 띠는 상점가와 골목 한 쪽 구석에서 지글지글 구워지는 닭꼬치와 함께 기울이는 맥주 한 잔, 주말이면 단골가게 주인과의 수다...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을 떠올리게 하는 한결같던 선술집의 마스터, 거대한 후지산 그림 아래서 동네 할머니들과 대화하며 목욕했던 경험, 오래된 나무 바닥소리가 귓가에 울릴것만 같은 동네의 역사를 간직한 채 새롭게 태어난 카페 렌게츠, 소박한 일상과 이웃 간의 정을 면밀히 느낄 수 있는 서민들의 장소인 상점가 등 오래된 추억이 현실 위로 오버랩되며 사람 냄새 가득한 이야기들을 만나게 된다
우리가 국제적인 대도시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인간다운 소박한 모습과  매력들을 느낄 수 있다

<소소 동경>에는 유명한 맛 집이나 관광지는 찾아볼 수 없다
여기 도쿄 맞아? 의문이 들 정도로 낯선 길위에 서지만 그동안 동경 여행으로 접할 수 없었던 느긋하고 여유로운 여행에 몸을 내맡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복잡하고 쫓기는 듯 바삐 움직여야 하는 여행지가 아닌 한적한 분위기로 느긋하게 주위를 돌아보며 멋진 풍광에 매료되는 낭만적인 시공간에 서게 된다
일본스러움을 고스란히 담아낸 감각적인 사진들과 마음을 말랑하게 만드는 차분하고 다정스럽게 기록한 글들은 여행인 듯 일상인 듯 동경의 다른 이면을 만나게 해준다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식 소개도 눈여겨볼 만하다
유년 시절이 오롯이 담긴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경양식집의 음식들, 도쿄 사람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몬자야키와 후미진 골목에서 만난 미슐랭 돈카츠, 일본 특유의 장인 정신으로 만들어진 나폴리 피자, 한 그릇에도 대단한 열정과 내공이 느껴지는 라멘, 가을을 알리는 꽁치 축제에서 만난 꽁치구이까지 평범해 보이지만 한 번쯤 먹을 만한 가치가 충분히 담겨있는 음식들이 오감을 자극한다
특히나 흐르는 물에 떠내려 오는 소면을 어른 아이 할것 없이 앞다투어 건져 먹는 여름 한정 별미 나가시소멘은 생소하면서도 유쾌하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먹거리로 인상적이었다

도쿄에서 찾은 도심 속 오아시스인 도도로키 계곡과 현지인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동네 기치조지, 센과 치히로의 배경이 된 곳을 만날 수 있는 에도도쿄다테모노엔 박물관, 바다의 청량함과 산의 고즈넉함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 가마쿠라, 그리고 그곳의 상징인 노면전차 에노덴까지 마치 영화나 드라마에서 봐왔던 일본 특유의 풍경과 동네들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실제 눈앞에 펼쳐지는듯하다
친절하고 섬세한 저자의 가이드는 도쿄의 색다른 매력을 충분히 전해주고 만나게 해준다
그곳에는 저자가 오롯이 느낀 사람 사는 정과 아련한 향수가 전해지는 추억들이 풍요롭게 머물고 있다

<소소 동경>은 바삐 살아가는 우리에게 한 템포 느리게 걷고 쉬어갈 수 있는 평온함과 여유로움을 선물해 주는 책이다
그동안 우리 눈에 비췄던 가깝고도 멀었던 여행지의 낯선 모습이 아닌 친근함과 정겨움으로 막연하고 멀게만 느껴졌던 일본 여행이... 도쿄가 조금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감성이 짙게 배어있는 동경을 만날 수 있고 일본의 문화와 전통 등을 간접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저자가 현지인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 그들을 이해하고 함께 어울리며 자신의 행복한 일상을 가꾸었던 여정들로 인해 낭만 가득한 여행을 꿈꾸게 된다
지금 당장 도쿄로 떠나고 싶다
한 칸짜리 열차를 타고 도쿄를 한 바퀴 돌아보고도 싶고 자전거를 타고 이 골목 저 골목 달려보고도 싶다
알록달록 화려한 색감의 유카타를 입고 한 여름의 더위를 즐기고 싶은 7월이다

"나무들이 만드는 자연 그늘 아래서 졸졸 소리를 내며 흐르는 시냇물을 따라 걷다 보면 여기가 정말 도쿄인가 착각이 든다. "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엄마 부대의 자전거 행렬이었다. 어린아이를 뒤에 태우고 볼일을 보러 가는 엄마, 바구니 한가득 장을 본 것을 싣고 집으로 돌아가는 엄마 등등. 다른 가족들이 회사로 학교로 떠나고 텅 빈 동네는 그렇게 자전거를 탄 엄마들로 채워졌다. 오후 5시는 저녁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장을 보러 온 엄마들로 자전거 행렬이 가장 바빠지는 시간이었다. 저녁 어스름이 내려앉기 시작할 무렵, 엄마들이 따르릉 벨을 울리며 분주히 페달을 밟는 풍경. 왠지 모르게 콧등이 시큰거리고 가슴이 먹먹해지는 아련한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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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다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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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차 안의 그 여자, 그때는 살아 있었을지도 몰라."

 

 


마지막 50페이지를 향해 달려가는 고속질주 스릴러

 

 



 범인은 누구일까?
<브레이크 다운> 소설 초반부터 범인이 누구인지 추리해 나가며 흥미롭게 책장을 넘겼는데 스릴러 소설이 주는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여주인공 캐시의 섬세한 심리묘사를 통해 쫀쫀한 긴장감과 공포감이 유지되었던 가스라이팅 심리 스릴러!
워낙 공포스러운 분위기의 영화나 소설은 수시로 떠오르는 잔상으로 인한 두려움을 만들어 내기에 그동안은 철저히 배제해 왔는데 얼마 전에 읽은 세 권의 스릴러 소설로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장르 소설에 입문하게 되었다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묘한 쾌감을 준다고나 할까?
앞으로 이어질 무더운 여름 날씨에 독서하기 딱 좋은 소설이다

캐시 주변의 모든 인물들을 한 명씩 관찰하기 시작했다
범인은 분명 주인공을 포함해 주변 인물 중 한 명일 테니.
누구든 믿지 말고 확신하지 말라 하지 않았던가.
한 치 앞도 가릴 수 없는 폭우가 쏟아지던 어느 여름밤, 캐시는 동료 교사들과의 모임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지름길인 블랙워터 숲길을 선택해 달린다
폭우 속에 갓길에 정차된 차를 발견하고 그 안에 타고 있는 어떤 여자와 마주친다
도움을 필요로 할까 싶어 잠깐 정차하고 기다리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자 내릴까 말까 갈등하던 캐시는 자기합리화를 통해 그냥 집으로 출발한다
다음 날, 숲길에서 보았던 차 속의 여자가 잔인하게 살해당했다는 뉴스를 보게 된 캐시는 그날 이후로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상생활에 치명타를 입게 된다
차 속에 있던 여자는 다름 아닌 캐시가 새로 사귄 친구 제인이었던 것이다

캐시는 자신이 그냥 지나치지 않고 도움을 주었더라면 제인이 살아 있을 거라는 양심의 가책을 받는다
죄책감으로부터 파생된 두려움과 공포는 말없이 걸려오는 수상한 전화를 자신을 알고 있는 범인이 걸었을 거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설상가상으로 그녀의 기억력에 문제가 생기고 조기 치매를 앓았던 엄마를 떠올리며 극도의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캐시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나 자신도 그녀로 빙의된 듯 점점 빠르게 진행되는 기억력 감퇴가 공포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자신이 어느 일정 순간에 한 일을 전혀 기억해 내지 못하는 캐시.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은 더더욱 믿을 수 없게 되어버린 현실이 냉혹하리만큼 잔인하게 가슴을 후벼판다
죄책감으로 스스로를 고립시키며 주위로부터 소외되어  어둠속에 갇혀버린 그녀가 가여웠다
히스테릭하게 변해가는 캐시... 그녀가 느끼는 공포, 두려움, 절망, 무기력함이 온전히 나에게 전해지며 모든 상황들이 답답하게 여겨졌고 짜증이 스멀거리며 올라왔다
왜 경찰이나 친구, 남편에게 솔직하게 진실을 말하지 않는 걸까? 도덕적 비난이 자신이 겪고 있는 현실의 공포와 두려움보다 더 참을 수 없는 것이란말인가?
계속 침묵하며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폐해져가는 캐시가 안타까우면서도  답답했다
혹시 그녀가 사건의 목격자이면서 범인인것은 아닐지 온갖 추측이 머리속을 가득 채웠다
조발성 치매일지도 모른다는 정신과 의사의 소견을 받고 약까지 처방 받아 먹으며 점점 더 무기력해져가는 캐시.
자신조차도 믿을 수 없기에 그녀는 더욱 빠르게 허물어진다
솔직히 중반까지는 살인사건 보다 캐시의 건망증으로 인해 연속적으로 야기되는 일상의 여러 사소한 사건에 초점이 맞춰져서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다
캐시에 대한 답답한 행동으로 짜증이 극에 치달을 무렵 우연한 계기에 극적으로 상황이 전환되며 후반부의 반전에 반전을 더한 거침없는 질주가 시작된다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을 정도로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다음 전개될 상황들이 너무 궁금해졌다
섬세하게 이어지던 캐시의 심리 묘사와  끊임없이 반복되며 나열되던 일상들 속에 마지막 반전을 위해 저자가 치밀하고 촘촘하게 설치해 두었던 복선들이 숨쉬고 있었던 것이다
저자의 탁월한 필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사건의 전말이 예기치 못했던 상황에서 밝혀지며 맞닥뜨려졌던 당혹감이란...
하나하나 밝혀질수록 인간의 탐욕이 불러온 배신과 악랄함, 교활함에 격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모든 상황들이 전환되면서 그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브레이크 다운>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며 첫 장부터 다시 들여다봤다
헛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의 가증스럽고 혐오스러운 탐욕의 실체 앞에 왠지 모를 역겨움이 일어난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 그리고 선택의 딜레마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심리 스릴러 소설이었다
인간이기에 누군가를 믿고 의지하려는 마음이 있지만 그걸 교묘하게 이용하려 드는 것도 인간이라는 사실에 씁쓸함이 느껴진다
인간애로 가득한 세상을 원하지만 마음 같지 않은 현실이기에 마음 한 켠이 묵지근해 진다
삶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선택의 연속이다
이걸 선택할 수도 저걸 선택할 수도 있는데 그 선택의 책임은 오로지 본인 스스로에게 주어진다
선택에 따른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우면서도 두렵기도 한 부분이다

<브레이크 다운>은 스릴러 소설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 그 매력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소설이라 여겨진다
박진감은 조금 덜했지만 주인공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예상치 못한 반전을 마주하면서  아드레날린이 제대로 분비된다
직접적인 물리적 폭력성과 잔인함이 드러나지 않고도  영화를 보는듯 심리를 파고드는 문장 하나 하나가 이미지화 되어 인물들의 서스펜스가 생생하게  전달된다
가독성이 뛰어난 작품이라는 점도 박수쳐 주고 싶다
한동안 맹렬히 진행해 왔던 책 읽기가 무더운 여름 날씨로 주춤거리는 요즘 새로운 활력과 즐거움을 가져다준 소설!
특히 비 오는 밤에 맥주 한 잔과 함께 읽으면 더할 나위 없는 꿀잼을 맛볼 수 있는 책이다
올여름의 무더위는 스릴러 소설과 함께 시원하고 짜릿하게~
P.A. 패리스의 전작인 『비하인드 도어』 가 궁금해진다!!

 

 

 

 

 

 

 

 

--- 멍청한 생각이라는 건 알지만, 그녀의 죽음이 내 잘못인 것 같다. 눈물이 솟아오른다. 이 죄책감이 사라질 것 같지 않다. 한 순간 이기심의 대가로 평생 이 죄책감을 짊어져야 하다니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내가 어젯밤 비에 젖을 것을 각오하고 차에서 나갔더라면 그 여자는 지금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 입안에서 쓴맛이 돈다. 자신에 대한 역겨움에 몸이 반응하고 있다.
---38P

 

--- 두 달 전 제인의 자동차를 그냥 지나쳤던 이후 나의 모든 깨어 있는 순간을 끊임없이 들쑤시고 있는 공포와 죄책감이, 나를 의존적인 인간으로 만들었다. ---23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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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양장) - 개정증보판
알베르 카뮈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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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새움 / 알베르 카뮈 / 이정서 옮김

"자기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은 사람은 누구나 사형선고를 받을 위험이 있다.
나는 이 책의 주인공이 그 손쉬운 일(jeu)을 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죽음을 선고받았다고 말하고 싶다."

 

 

정당방위로서의 첫 발과 위장된 도덕, 종교, 권위, 폭력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자유를 향한 무의식적인 발사!!

 이십 대 초반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방인>을 읽은 지 오래되어서 어떤 내용이었는지 확실하게 떠오르는 건 별로 없지만 아직까지도 선명하게 인식되어 기억하고 있는 문장이 있다
재판장이 주인공 뫼르소에게 아랍인을 권총으로 쏜 이유를 묻자 '태양이 너무 눈부셨기 때문이었다"라고 대답한 문장이다
사람을 죽였는데 그 이유가 단순히 태양 때문이었다니... 정신 감정을 받아봐야 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오랜 시간이 흘렀건만 왜 유독 이 부분이 뇌리에 남아있는지 의아했었는데 다시 만난 <이방인>을 읽고서야 그 의문이 풀렸다

처음 <이방인>을 읽을 당시에 내가 어느 정도 이해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세월의 간극이 너무 크기에.
세대와 시공간을 초월해 감동적으로 읽히는 세계 고전 문학을 접할 때마다 난해해서 잘 읽히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다른 이유는 차치하고 나의 빈곤한 문학적 감수성과 지적 수준을 탓하기만 했다
번역의 문제는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다양한 세상 경험들이 쌓이고 책을 읽어 오면서 번역 작품들을 대하는 나의 인식도 바뀌기 시작했다
소설은 번역을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인물과 전체적인 서사의 느낌이 매우 다르게 와닿는다
솔직히 영어나 다른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지 못하기에 독자의 입장으로서는 번역 그대로를 믿고 작품의 세계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꽤 유명한 작가의 인기 있는 소설이라 해서 읽었더니 내용이 이해되지 않고 재미도 없는 경우를 맞닥뜨리게도 된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번역과의 연관성이 적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새로 만난 <이방인>은 역자 노트를 통해 번역에 따라 원작의 내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번역문이 백 프로 원문을 담아내진 못한다 해도 저자의 문체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면서 한 줄 한 줄 알베르 카뮈의 독창적인 사유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로 시작하는 첫 문장!
모친 사망이라는 전보 한 통을 받은 후 감정의 동요 없이 무덤덤하게 치른 장례식과 마리와의 만남, 레몽과 아랍인들 그리고 우발적 살인, 재판, 사형선고를 받기까지 뫼르소라는 인물에 집중하게 된다
주위 사람들이 냉소적이고 이기적이라고 느낄 만큼 자기감정 표현이 없었던 뫼르소.
그의 심리에 보다 밀착해서 다가간다
태양 때문에 총을 쏘았다
아니 총을 쏜 이유는 '햇빛에 반사되어 눈을 찌르는 위협적인 칼날' 때문이었다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저항감과 분노를 표출한 것이라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저자의 번역을 통해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다

"나는 내가 한낮의 균형을, 스스로 행복감을 느꼈던 해변의 그 예외적인 침묵을 깨뜨려 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고는 미동도 하지 않는 몸뚱이에 네 발을 더 쏘아 댔고 탄환은 흔적도 없이 박혀 버렸다. 그것은 불행의 문을 두드리는 네 번의 짧은 노크 같은 것이었다 "

 

이렇게 전율이 느껴지는 문장을 처음 이방인을 읽었을 때도 발견했었던가 질문을 던져본다
자기방어 기재로 당겨졌던 방아쇠... 그의 살인은 정당방위로서 배심원들이 참작할 만한 것이 되지 못한 채 엄마의 죽음을 일반적인 슬픔으로 표현하지 않고 무심했다는 이유로 공공의 적이 된다
뫼르소의 재판 과정을 지켜보며 사람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됐다
한 인간을 이해하기보다는 사회의 관습과 편견, 부조리한 판단력과 선입견 앞에 개인의 인권과 자유가 짓밟히고 존재 이유가 거세될 수 있다는데 분노의 감정이 일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시선과 판단으로 뫼르소가 엄마를 보고 싶어 하지도 않았고 장례식 내내 한 번도 울지 않았으며, 담배를 피웠고 잠을 조금 잤고 카페오레를 마셨다는 이유로 부도덕하고 비인간적인 사람으로 만들며 죽음으로 내 몬다

누구나가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가치관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고 그 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변두리로 내몰고 소외시키는 세태.
관계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정작 누구를 위한 관계인지 헷갈릴 정도로 사람과의 소통과 관계에서 부조리함이 일어나고 좌절하고 고독을 느끼며 온전히 나로서 이해되지 않는 현대인들.
그런 면에서 우리는 모두가 외따로이 세상을 걷도는 이방인인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온갖 파렴치한 권위와 이기심과 부조리함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뫼르소...
그것들로부터 영원히 자유로워지기 위해 선택한 죽음.
정직하고 철저히 이성적이었던 그에게 자유를 위한 탈출구는 죽음뿐이었다
뫼르소의 인간적인 고뇌와 아픔이 전달된다

 

 

 

 "나는 엄마를 생각했다. 그녀가 왜 삶의 끝에서 "약혼자"를 갖게 되었는지, 왜 그녀가 새로운 시작을 시도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거기도, 역시, 삶이 점차 희미해져가는 그 양로원에서도, 저녁은 쓸쓸한 휴식 같은 것이었다. 죽음에 인접해서야, 엄마는 해방감을 느끼고, 모든 것을 다시 살아 볼 준비가 됐다고 느꼈음에 틀림없었다. 누구도, 그 누구도 그녀의 죽음에 울 권리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리고 나도, 또한, 모든 것을 다시 살아 볼 준비가 되었음을 느꼈다." ---167p

 

 

 

 

 

 

 

우리가 읽은 『이방인』은 카뮈의  『이방인』이 아니다


섬세하고 정교한 번역으로 새롭게 태어난 이방인



새움 출판사의 『이방인』 개정증보판에는 이정서의 보강된 역자 노트와 <이방인> 불·영·한 비교 분석의 글, 카뮈의 연보도 수록했는데 카뮈 작품의 제대로 된 번역을 위한 저자만의 열정과 노력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우리가 읽은  『이방인』은 카뮈의  『이방인』이 아니다라는 노란 띠지에 적힌 문구가 꽤나 인상적이었다
그럼 내가 읽었던 이방인은 뭐지? 약간의 의혹과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다
다시 읽는 고전이지만 처음부터 새로 읽어야 했기에 기존의 정형화된 의식에서 벗어나 카뮈가 표현하고자 했던 그만의 사유와 가치들을 하나하나 재발견해 가며 읽는 재미가 있었다
기존 번역의 오류를 걷어내며 카뮈가 문장 곳곳에 숨겨 놓은 소설적 장치들을 발견하게 되고 부조리한 세상을 향해 줄기차게 던지는 메시지를 발견하게 된다
이방인에 대해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놓쳤던 의미 있는 포인트들을 짚어내며 다른 시각으로 읽게 되었다
기존에 다른 번역서로 읽었던 독자들에게 원작에 보다 가깝게 접근하려는 이정서의 섬세하고 정교한 번역으로 카뮈의 이방인을 좀 더 쉽게 이해하고 고전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기대해 보며 추천해 본다

작가의 의도를 정확히 짚어내고 원문에 충실한 번역서! 그것이 좋은 번역서이고 그 좋은 번역서를 찾아 읽는 것은 독자들의 권리면서 의무라는 생각이 든다
잘 읽히고 안 읽히고를 떠나서 번역 소설은 일단은 원문에 가장 가깝게 해석해 놓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인물과 소설을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 적용할 수 있는 것은 그다음 문제다
인물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전체적으로 완성도 높은 제2의 창작이 실현된다고 믿는다
나에게는 좋은 번역이란 평이하고 쉽게 읽히는 글보다는 소설적 긴장감을 유지한 채 생각의 여지를 남겨주고 작품 속으로 계속 이끌어 공감하게 되는 글이다
번역이란 무엇일까? 기존 글의 새로운 창작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원문에 가장 충실한... 작가가 글을 통해 보여 주려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짚어주고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번역의 오류를 걷어내며 원문에 가장 가깝게 다시 태어난 소설  『이방인』은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내포하고 있지만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고 한 번에 읽어내려갈 수 있다
이런 소설이었구나! 가슴이 벅차오른다
온전히 작품을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뫼르소라는 인물이 무의식적으로 자행한 행동에 대해, 전체의 이야기속에서 보여지던 이해되지 않았던 인물들의 모습과 심리를 역자 노트를 통해 조금이나마 들여다보고 이해하게 되었다
책을 읽고 나니 알베르 카뮈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의 문학과 삶에 대한 깊이있는 사유에 대해...
쉼표 하나도 허투루 넘기지 않는 섬세한 번역으로 만들어진 다른 위대한 고전 문학 작품들도 맛보고 싶어진다


"번역에 답이 없다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떠한 문장이고 작가는 하나의 의미를 가지고 썼고, 번역은 그 의미를 정확히 짚어내는 지난한 과정이다. 그것이 불가능하다고들 말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역자 노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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