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것은 다 너를 닮았다
김지영 지음 / 푸른향기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푸른향기 / 글·사진 김지영

 

"예쁜 것을 닮은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진심입니다"

 

 

 

 

 

 

 

 

 

 

 

 

 

 

 

 

 

 

 

 

 

 

 

 

 

 

 

 

 

 

 

 

 

 

 

 

 

 

 

 

 

 

 

 

 

 

 

 

 

 

 

 

 

 

 

 

 

 

 

 

 

 

 

 

 

 

나는 행복해지기로 했다

내게 주어지는 모든 일상을 거스르지 않고 살아가는 게 순리이고 미덕이라고 생각을 해왔다
가끔씩 일탈을 꿈꾸지만 늘 깨어나면 현실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나를 돌아보고 챙길 여유 없이 지치고 힘들어하면서도 막연히 미래에 대한 기대와 행복을 꿈꾸기만 했다
하루하루 무심한 듯 평온한 듯 받아들이는 시간들 속엔 내가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한편의 에피소드를 읽으며 끝나갈 즈음이면 어김없이 코끝이 찡해왔다
자꾸만 눈물이 핑 돌아서 살며시 눈을 감았다
저자의 글들이 내 마음에 깊고 넓은 파동을 일으켰다

<예쁜 것은 다 너를 닮았다>의 저자는 재활병원에서 직업치료사로 근무하며 고된 일상의 끝이 보이지 않는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저녁도 먹지 못한 채 퇴근을 하다가 행복해지기 위해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뉴욕행 비행기 티켓을 끊는다
1년 7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40여 개국을 여행하며 자신의 진짜 모습과 마주했고 길 위에 존재하는 모든 사소한 아름다운 것들로 인해 마음이 넉넉히 채워졌고 사랑을 했으며 비로소 행복을 느끼게 된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감내해야 했던 무례한 시선과 불편한 상황들, 무거운 배낭의 무게 등 고생스러운 여행이 행복이라고 느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나라면 그 모든 두려움과 불안감을 떨쳐 버리고 나 홀로 배낭여행에 도전할 수 있을까? 나의 소심함과 안일함으로 감히 꿈을 꿀 수조차 없기에 그녀의 용기와 도전이 부럽기만 하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감행한 지극히 현실적인 여행에서 스스로의 가치를 발견하고 변해가는 저자의 모습이 뭉클하고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낯선 곳에서 예고 없이 벌어지는 일들에 좌충우돌 부딪쳐가며 오롯이 혼자서 책임지고 감당해 나가며 자신감을 얻고 자유를 만끽하게 되는 여정이 그래서 더 빛이 나는 순간이 되는 것인지도.
먼 곳만 바라보며 살아오다 직접 대면하는 모든 상황 속에서 발끝에 와 부딪는 돌멩이조차도 예쁘고 소중하다 여겨지는 마음에 공감하게 된다

<예쁜 것은 다 너를 닮았다>는 처음엔 귀엽고 사랑스러운 라마가 표지를 장식하고 있고 마음에 와닿는 예쁜 제목에 끌렸었다
여행 에세이라서 표지에 걸맞게 예쁜 사진들과 문장들이 가득 담겼을 거라 기대했다
젊은 감각이 담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여행기쯤으로 생각했었는데.....
반전으로 가득 찼다
자신의 삶을 진중하게 바라보며 풀어내는 이야기는 결코 가벼이 읽을 수 없는 사유의 힘을 발휘한다
유명 관광지에서 일반적으로 느끼는 즐거움이 아닌 오롯이 자신을 드러내 보이고 감추어져 있던 또 다른 모습들과 고민들을 찾아내며 위로하고 다독이면서 자신을 사랑하게 되고 행복해지는 자유여행이었다
담담하게 때론 격하게 때론 낭만적이고 사랑스럽게 낯선 도시로 스며들며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아간다

 

 

--- 하지만 어른이 되어가면서 밤을 지새우며 놀기엔 내일을 걱정하고, 솜 이불을 버리기엔 이불 값을 떠올리며, 소리 내 울기엔 주변 시선을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다. 웃고 싶어도 웃지 못하고, 화가 나도 참아야 하는 반쪽짜리 감정을 가진 어른이었다
여행을 하는 요즘, 나는 어느새 어린 날의 나로 돌아가 있었다
더위로 정신을 못 차릴 때 마시는 물 한 모금에서, 고단해 쓰러지기 직전 드러눕는 더러운 침대에서, 그와 손을 맞잡은 어두운 골목길에서 행복을 느낀다. 다시 온전하고 솔직한 감정으로 하루를 살고 있다.

--- 이 여행은 수년간 자신을 챙기지 못한 나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나는 여행하는 동안 오직 나만 생각했다. 나의 행복을 위해 움직였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었다.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가고, 내가 멈추고 싶을 때 멈춰 섰다. 지영아, 행복해라, 행복해라, 주문을 외웠다

 

 

 

 

 

여행..... 삶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만나다

 

 

 

<예쁜 것은 다 너를 닮았다>는 여행 일정과 시간의 순서에 따라 나라별 여행지를 소개하지 않고 여행지에 대한 친절한 정보도 담고 있지 않지만 낯선 세상을 바라보며 느끼고 경험한 자신의 생각과 감정들에 집중함으로써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삶과 사랑과 행복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준다
마치 책상 서랍에 감추어 둔 일기장처럼 섬세하고 솔직하게 진실된 내면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그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된다
어느 페이지든 읽고 싶은 곳부터 천천히 음미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뉴욕에 도착한 순간부터 결코 순탄치 않은 행보가 시작된다
말이 통하지 않아 연속된 실수에 지하철 계단에 앉아 왈칵 울음을 쏟기도 했고 파리에서는 느닷없이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고 테러의 공포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모로코 페즈에서는 가는 곳마다 호객꾼으로부터 시달림을 당해야 했고 버스에서 잠이 들어 도착지를 지나치기도 했다
아프리카 숙소에서는 카메라, 노트북, 현금까지 몽땅 잃어버리기도 했다
인생을 빛내 줄 찬란한 여행을 꿈꿨지만 여행은 곧 치열한 현실이 되었다
하지만 힘들고 고생스러운 여행 이면에 늘 감사함과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던 것은 다름 아닌 사람들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네팔 포카라에서 만났던 포터는 제멋대로 갈라진 발뒤꿈치에 체구보다 더 커 보이는 많은 짐을 메고 설산을 왕복하지만 터무니없이 적은 수당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진한 미소를 잃지 않는 모습에 저자는 명치끝이 아려 옴을 느낀다
포르투갈 포르투의 '성주앙의 밤'축제에서 뿅망치 하나로 현지인과 관광객들이 하나가 되는 즐거움을 맛보기도 했고 상한 수박 한 조각밖에 대접할 수 없는 비루한 현실이지만 그것조차도 나누고 싶어 하는 탄자니아 잔지바르섬 파제의 아멜리의 마음을 받기도 했다
여행 후반에 늘 함께하게 된 착한 사람 진우를 만나 사랑을 하게 된 여행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면서 새로운 인연과의 만남과 나눔의 여정이었다

세상은 작은 것 하나도 그 나름의 존재의 이유와 의미가 담긴... 그래서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들이라고 느끼게 되는 건 여행이 마음의 성장 호르몬제 같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낯선 세계에서 자신의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고 이해하고 용서하고 온전히 자신과 타인을 사랑하게 되는 여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행을 통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가족과의 마음의 거리를 좀 더 좁혔고 낯선 이들로부터 나눔의 미덕을 배우는가 하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다른 나라의 문화를 차 한 잔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너그러움도 갖게 된다
여행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세상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방법과 행복은 우리 주변 어디에서든 존재한다는것을 가르쳐주기에 모자람이 없다

마음먹은 대로 살아지지 않는 인생이라고 쓴웃음을 지어 보기도 하지만 저자의 여행을 통해 마음을 다해 애쓴 적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막연히 기대하고 의지하고 방관하는 삶이 아닌 내가 중심이 되는 삶을 살아왔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여행이 좋은 이유와 해야만 하는 이유는 리투아니아의 빌뉴스와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 등 관광지 자체의 볼거리가 아니라 온몸에 와닿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연, 빗소리, 별빛,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더욱 커져가는 사랑, 낯선 사람들의 친절과 나눔, 미소, 예측할 수 없는 내일, 그리고 여행자로서의 설렘과 낭만의 순간순간을 내 것으로 만들고 즐기는 것임을 마음에 새겨본다

우리의 인생이 곧 낯선 곳으로의 여행 일지도 모른다
확실한 것 하나 없는 두렵고 불안한 여정이지만 현재에 설렘 없이 안주하는 것보다 한 번쯤 새로운 세계로 발걸음을 옮겨 볼 만한 것이라고 격려하고 용기를 주는 책이었다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상처받은 영혼들을 위한 가슴 따뜻해지는 위로와 공감으로 가득 찬 글이었다
감정의 결이 섬세하게 표현된 문장들과 따스한 시선이 담긴 사진들이 나의 감성을 흔들어 깨우는 시간이었고 지금보다 조금 더 행복해지라고, 행복해질 자격이 있다고 토닥여 주는 책이었다

 

외로움과 그리움을 이겨내고, 위험하고 두려운 모든 상황을 버텨내고 절대로 답이 없을 것만 같은 일들을 풀어나가며, 나는 나를 믿고 나를 사랑하는 일을 배웠다

 

 

 

 

 

 

 

 

 

--- "밤길과 골목길을 피하시고 언제나 적당한 경계를 품고 다니세요. 여성이라는 이유로 여행을 포기하지 마세요. 우리도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만 하는 일 때문에 미뤄둘 만큼 철이 들었다면 누릴 수 없었던 행복.
걱정해주는 사람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꿈을 포기하지 않을 만큼 이기적이었기에 할 수 있었던 경험.
땀과 모래바람으로 머리가 엉겨 붙은 것도 모르고 앞니를 내 보이고 웃었더니 조금 더 행복해진 오늘.

 

 

---내가 누군가의 잣대에 휘둘리지 않고 내 삶을 결정하는 주체성을 가지게 된 것은, 나 자신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었다
내가 내 삶을 책임지게 되자 나는 자유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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