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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 동경
정다원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7월
평점 :
상상출판 / 글과 사진 정다원
하나의 에피소드가 끝나면 그와 관련된 좀 더 상세한 정보를 소개해 준다
후지산 바라보며 목욕하기 : 어릴적 추억을 떠올리는 '센토'
여름의 하이라이트, 마쓰리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있었던 공동체 의식과 서로 돕고 산다는 연대감을
일깨워주면서
한여름 무더위를 날려 보낼 수 있는 축제
흐르는 소면 건져 먹기
유카타로 여름나기
바다와 산과 기차, 가마쿠라로
가을을 알리는 신호탄, 꽁치 축제
"떠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도쿄라는 도시의
매력을。"
도쿄를 떠나고도 몇 번이고 다시
찾았다.
오랜
친구들과 음식이 그립다는 핑계였지만
정작 살 때는 잘 몰랐던 도쿄의 매력에 뒤늦게 푹 빠졌기
때문이었다
오후
5시, 장 보러 온 자전거 행렬로 북적이는 상점가,
이웃들과 한마음으로 즐기는 동네 축제,
찬물에 흐르는 소면을 건져 먹으며 달래는
더위.
평범해
보이던 생활 속의 도쿄가 이렇게나 매력적이었다니.
- 프롤로그 중에서
도쿄 감성 여행 에세이
책장을 넘기는 내내 쨍한 햇볕
아래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고 자전거 페달을 유쾌하게 밟으며 작은 골목들을 신나게 누비는 상상을 하게
된다
여름향기 물씬 나는 도쿄의 구석구석을 거닐다 보면 사소한 행복에 도취되어 이방인에서
낭만 여행자로 거듭나게 될 것만 같다
아니 어쩌면 그곳의 동네 주민이 된 듯 한결 여유로운 감성으로 눈앞에 펼쳐진
모든 풍경들을 마음에 담게 될지도.
저자는 화려한 도심에서는 볼 수 없는 사람 냄새
폴폴 나는 날것 그대로의 시타마치 생활에서 숨겨진 진짜 도쿄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고
회고한다
해질녘 자전거를 타고 장을 보러 온 사람들로 활기를 띠는 상점가와 골목 한 쪽 구석에서 지글지글 구워지는
닭꼬치와 함께 기울이는 맥주 한 잔, 주말이면 단골가게 주인과의 수다...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을 떠올리게 하는 한결같던 선술집의 마스터, 거대한 후지산 그림 아래서 동네 할머니들과 대화하며 목욕했던 경험, 오래된 나무 바닥소리가
귓가에 울릴것만 같은 동네의 역사를 간직한 채 새롭게 태어난 카페 렌게츠, 소박한 일상과 이웃 간의 정을 면밀히 느낄 수 있는 서민들의 장소인
상점가 등 오래된 추억이 현실 위로 오버랩되며 사람 냄새 가득한 이야기들을 만나게
된다
우리가 국제적인 대도시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인간다운 소박한 모습과 매력들을 느낄
수 있다
<소소 동경>에는 유명한 맛 집이나 관광지는 찾아볼 수
없다
여기 도쿄 맞아? 의문이 들 정도로 낯선 길위에 서지만 그동안 동경 여행으로 접할 수 없었던 느긋하고 여유로운
여행에 몸을 내맡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복잡하고 쫓기는 듯 바삐 움직여야 하는 여행지가 아닌 한적한
분위기로 느긋하게 주위를 돌아보며 멋진 풍광에 매료되는 낭만적인 시공간에
서게 된다
일본스러움을 고스란히 담아낸 감각적인 사진들과 마음을 말랑하게 만드는 차분하고
다정스럽게 기록한 글들은 여행인 듯 일상인 듯 동경의 다른 이면을 만나게
해준다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식 소개도 눈여겨볼
만하다
유년 시절이 오롯이 담긴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경양식집의 음식들, 도쿄 사람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몬자야키와
후미진 골목에서 만난 미슐랭 돈카츠, 일본 특유의 장인 정신으로 만들어진 나폴리 피자, 한 그릇에도 대단한 열정과 내공이
느껴지는 라멘, 가을을 알리는 꽁치 축제에서 만난 꽁치구이까지 평범해 보이지만 한 번쯤 먹을 만한 가치가 충분히 담겨있는
음식들이 오감을 자극한다
특히나 흐르는 물에 떠내려 오는 소면을 어른 아이 할것 없이 앞다투어 건져 먹는 여름 한정
별미 나가시소멘은 생소하면서도 유쾌하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먹거리로
인상적이었다
도쿄에서 찾은 도심 속 오아시스인 도도로키 계곡과 현지인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동네 기치조지, 센과 치히로의 배경이 된 곳을 만날 수 있는 에도도쿄다테모노엔 박물관, 바다의 청량함과 산의 고즈넉함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 가마쿠라, 그리고 그곳의 상징인 노면전차 에노덴까지 마치 영화나 드라마에서 봐왔던 일본 특유의 풍경과
동네들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실제 눈앞에 펼쳐지는듯하다
친절하고 섬세한 저자의 가이드는 도쿄의 색다른 매력을 충분히
전해주고 만나게 해준다
그곳에는 저자가 오롯이 느낀 사람 사는 정과 아련한 향수가 전해지는 추억들이 풍요롭게 머물고
있다
<소소 동경>은 바삐 살아가는 우리에게 한 템포 느리게 걷고 쉬어갈
수 있는 평온함과 여유로움을 선물해 주는 책이다
그동안 우리 눈에 비췄던 가깝고도 멀었던 여행지의 낯선 모습이
아닌 친근함과 정겨움으로 막연하고 멀게만 느껴졌던 일본 여행이... 도쿄가 조금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감성이 짙게 배어있는 동경을 만날 수 있고
일본의 문화와 전통 등을 간접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저자가 현지인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 그들을 이해하고 함께 어울리며 자신의 행복한 일상을 가꾸었던 여정들로 인해 낭만 가득한 여행을 꿈꾸게
된다
지금 당장 도쿄로 떠나고 싶다
한 칸짜리 열차를 타고 도쿄를 한 바퀴 돌아보고도
싶고 자전거를 타고 이 골목 저 골목 달려보고도 싶다
알록달록 화려한 색감의 유카타를 입고 한 여름의 더위를 즐기고
싶은 7월이다
"나무들이 만드는 자연 그늘 아래서 졸졸 소리를 내며 흐르는 시냇물을 따라 걷다
보면 여기가 정말 도쿄인가 착각이 든다. "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엄마 부대의 자전거 행렬이었다. 어린아이를
뒤에 태우고 볼일을 보러 가는 엄마, 바구니 한가득 장을 본 것을 싣고 집으로 돌아가는 엄마 등등. 다른 가족들이 회사로 학교로 떠나고 텅 빈
동네는 그렇게 자전거를 탄 엄마들로 채워졌다. 오후 5시는 저녁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장을 보러 온 엄마들로 자전거 행렬이 가장 바빠지는
시간이었다. 저녁 어스름이 내려앉기 시작할 무렵, 엄마들이 따르릉 벨을 울리며 분주히 페달을 밟는 풍경. 왠지 모르게 콧등이 시큰거리고 가슴이
먹먹해지는 아련한 풍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