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뒤에 숨은 코끼리 - 우리가 사소한 일에 흥분하는 이유
에른스트프리트 하니슈.에바 분더러 지음, 김현정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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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사소한 계기로 화가 나게 된 경험이 있는가? 예를 들어 남편이 벗어놓은 양말을 보기만 해도 갑자기 화가 확 치미는 경우 말이다. 그렇다는 것은 당신의 마음이 현재에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적으로 과거와 현재에 뒤섞여 있는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남편이 양말을 벗어놓은 것 자체로 미친듯이 화가 날 리는 없다. 남편이 양말을 벗어놓음 -> 그가 집안일을 하지 않음 -> 나만 집안일을 하고 있음-> 그가 나를 존중하지 않음 -> 남편 뒤를 쫓아다니면서 또 정리를 해야함 -> 나는 당신의 하녀가 아니라고!!

어처구니없다고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저자의 실제 임상 사례다. 남편을 보고 화가 난 아내의 경우는 평상시에 집안일을 완벽하게 해내려고 노력하고 있었고, 자신의 불만을 억누르고 있다가 사소한 것에 의해 터진 것이다.

또 하나 예를 들어보자.

당신의 상사가 당신에게 전화를 한다. 전화벨이 울리는 순간부터 혈압이 오르고 열이 받고 화가 치솟는다. 사소한 사건으로 이유 없이 흥분하는 사람은 없다. 아마 그렇다면 사회 생활을 하기도 힘들터이다. 하지만 이것은 그 사람에게 사소한 일이 아닌, 스트레스 요인이 축적되었기 때문이다. 또는 저 전화에 부여된 깊은 의미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를 우리는 '자동적 사고'라고 부른다. 이것은 흔히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온갖 감정 반응과 함께 나타나는데, 상사가 전화를 하면 아 저놈이 나한테 뭘 또 시키거나 헛소리나 거지같은 소리를 하겠군! 이라고 생각이 들기 때문에 열이 받는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모기에 숨어있는 코끼리를 어떻게 통제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나는 나를 이해할지언정, 타인은 왜 이런 작은 것에 흥분하는지 이해를 못할 수도 있고, 그로 인한 많은 논쟁을 유발할 수도 있다. 당신은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대할 때 항상 마음 내키는 대로 하지 말고 신중을 기해야 한다. 사소한 것에 집착하지 말고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보다. 그리고 나의 한계를 인지하고, 나의 결정권은 항상 나에게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나는 나의 가치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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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까짓, 민트초코 - 편식이 아니라 취향입니다만 이까짓 4
김경빈 지음 / 봄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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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음식에 대해서 쓴 책은 많이 봤지만 싫어하는 음식에 대해 쓴 책은 흔치 않다. 그래서 신선했다.

내장, 젓갈, 닭발, 홍어, 가지, 팥, 순대등의 그가 싫어하는 음식을 고백하고 있지만, 제목을 민트초코로 한 이유는 민트초코가 호불호를 가르는 대표적 음식이기에 그렇겠지.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에 대해 말할 때 더욱 당당해지고 자신에 대해 말할 정밀한 어휘를 얻을 기회라고 한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도대체 어떤 음식을 싫어하는 건지 구구절절 사연을 들어나 보자, 해서 읽었지만 나의 경우에는 좋아하는 음식을 말하는 것이 싫어하는 음식을 말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쉬운 것 같다. 예를 들면 나는 팬케이크를 좋아하는데 맥도날드나 미국식 팬케이크보다, 요즘 유행하는 안이 촉촉한 일본 식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수플레 팬케이크보다, '빌즈'의 적당히 단단하고 적당히 촉촉하며, 적당한 버터와 같이 얹어서 먹는 호주식 팬케이크를 좋아한다. 호주에서는 못 먹어봤지만. 또한 순대는 좋아하지만 순대국 안에 있는 순대는 별로다. 따로 꺼내서 먹는 것이 좋으며, 온갖 내장을 다 좋아한다. 그것도 가게마다 특성이 다르지만. 그 놈의 논란이 되는 민트초코는, 나는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 누가 먹자고 하면 응 그러지 뭐 할 정도지만 좋아서 찾아서 먹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싫다고 진저리 칠 정도도 아니고.

하지만 나도 편식이라는 것을 많이 했으며 지금도 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께서는 제발 밥좀 먹으라고 쫓아다녔고 싫어하는 건 남기고 맛없는 건 뱉어버렸다. 억지로 먹이시려고 하면 먹는 척 하며 삼키기까지 했다. 지금도 부모님은 예전보다는 나아지셨지만 내가 뭘 안먹으면 계속 먹이시려고 하는 건 똑같다. 나를 생각해서 그런 것은 알겠지만 왠만하면 내 취향의 음식만 먹고 싶은 나로서는 억지로 먹기 싫은 것을 먹는 일이 참 힘들다.

저자는 어릴 적 본인에게 해산물을 억지로 먹이시려는 아버지에게, 사람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과 적절한 무기질을 섭취하면 되는데 나는 다른 음식으로 단백질을 섭취하겠다. 굳이 내가 먹기 싫은 것으로 억지로 채워야 할 필요가 있냐고 반박했다는데 참으로 똑소리가 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바로 그 표현은 내가 지금 30대 중반이 되어 어머니한테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단지 불특정 다수나 포멀한 자리에서 나의 음식 취향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특히 좋아하는 것에 대해 표현하는 것은 그래도 자유로운 분위기나, 이것이 싫다고 콕 집어서 말할 필요가 있나 싶다. 특히 싫다는 표현을 할 때는 그것을 비판하는 것을 지나 비난으로 갈 때도 있는데, 이건 개인 취향이므로 존중하려다가도 그 자리에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들으면 기분이 썩 좋지는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러한 부분을 속속들이 묘사하며 책을 낼 용기를 가진 저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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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단편 만화 - 심심한 일상에 냥아치가 던지는 귀여움 스트라이크
남씨 지음 / 서사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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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매력은 엉뚱함에 있다. 아무리 비싼 집을 사줘도 그 집이 들어있는 박스를 더 좋아한다는 이야기. 높은 곳을 잘 올라가는 모습도 신기하기 짝이없다. 꼭 높은 곳에 올라가서 아래를 평화롭게 관망하는 모습은, 강아지와는 정말이지 너무 다르다.



아아, 하지만 너무 귀여운 생명체다. 이 귀여운 것을 만지고 있으면 행복해지고 포근해진다. 따끈 따끈하고 부드럽고. 몸을 잔뜩 둥글게 말고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 다리가 저려와도 움직일 수가 없는 것이다.



이 책을 쓴 작가는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귀엽기도 하고 공격적인 고양이의 성향을 잘 그려낸 이모티콘을 많이 그렸다. 아마 고양이를 사랑하고 같이 살아가고 있지만 그만큼 모르는 생물체이기에 사고도 많이 치고, 알 수 없는 모습도 많기에 그런 소소한 현실적 모습을 그린 것이 아닐까 한다.



여러 에피소드가 있지만 귀여움의 심쿵포인트는 바로 대화가 불가능하여 그들의 속을 알 수 없는데, 그들을 사람처럼 상상하여 그려놓고 대사를 넣어놓은 부분이다.



왜 고양이는 꾹꾹이를 하는 것일까? 싫다는 표현인지 좋다는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공격을 하는 건 아니지 않을까.. 현실은 발톱에 옷이 걸려서 괴로울 지언정 이 꾹꾹이를 보는 것을 멈출 수는 없다.



가끔, 우울할 때 이 책을 펼쳐보면 귀여움 지수가 충전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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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큼의 행복 - 사소하고 평범하지만 빛나는 날이 되기를
김유영 지음 / 북스고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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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을 살면서 삶의 전체가 행복으로 충만하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는다. 행복은 끈기도 없고 변덕스러워서 한자리에 오래 머물러 있지 않는다. 하지만 행복은 행복해지려는 사람을 찾아다닌다.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말은 지겹도록 들어보았을 것이다. 뻔한 이야기지만 저것 만큼 행복을 잘 나타내는 표현도 업는 듯 하다.




"행복은 끊임없이 노력하고 만들어가는 과정 사이사이에 있다" 는 작가의 말처럼 늘 결과만 중시하지 말고 과정을 만들어나가는 것을 즐거워해보는 것도 방법이겠다.




나는 늘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여럿이서 분업을 하는 일에는 과정이 필요없기 때문이다. 그 과정까지 판단하기에는 효율이 떨어지니까. 하지만 책을 읽는 일, 여행을 하는 일, 블록 놀이를 하는 일, 퍼즐을 맞추는 일. 이런 여가 생활을 보내는 것에는 했다기 보다는 역시 과정이 중요하겠지.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쉽게 알 수 있는 세상을 살고있다. 그래서 타인의 의식에서 벗어나기도 어렵다. 자의식의 내가 만들어 낸 눈을 짊어지고 사는 것 만큼 피곤한 것도 없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남의 일에 놀랍게도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타인을 의식하며 걱정하며 초조하고 불안하면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가능성도 줄어들고, 마음도 불편해 진다.




행복의 방법은 자유와 평화로움이 중요하니까.




매번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은 다 똑같은 책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행복으로 귀결되는 길은 내면에 있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기에 어쩔 수 없다. 우리는 늘 행복을 좇고 있지만 잡혀지지 않을 때마다 이런 책을 찾게 된다. 이런 책을 한 번씩 읽어보며 마음을 다시 다잡는 것이다. 아, 그래. 행복은 이런거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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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남자에 관한 44장의 일기 섹스/라이프
BB 이스턴 지음, 김진아 옮김 / 파피펍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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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다닐 때 읽던 '브리짓 존스의 일기'가 생각나서 읽어봤다. 이 책에 비하면 브리짓 존스의 일기는 영국 요조 숙녀 같은 느낌이기도 하다. 작가의 실화가 꽤 반영되어 있고 여러가지로 각색해서 썼다고 한다. 남편에게 바치고 싶지만 남편은 이 책을 영원히 모른다고 하길래 그럼 필명으로 몰래 책을 냈나? 하고 책 앞 표지를 봤더니 필명인지 본명인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도록 작가의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실려있다. 심지어 거주지와 남편, 아이 이름까지 실명으로 써있다. 

본인의 연애얘기를 이렇게 써도 안 창피한가라는 물음을 누가 할 지는 모르겠지만 범죄도 아니고 뭐 어떤가. 다 지나간 이야기인 것을. 물론 그렇다기에는 수위가 좀 세고 너무 디테일하다. 연애 상황을 곱씹는 일도 그다지 쉽지 않은데 저걸 다시 각색해서 글로 쓰고 책으로까지 낼 정도면 앞으로 인생을 살면서 연애는 다시는 안 하고 싶어질 듯하다. 작가가 물론 결혼을 했지만 이혼을 할 수도 있고 사별을 할 수도 있는데 연애를 앞으로 안 한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에 하는 이야기다. 그리고 소설이건 수필이건 뭐건 뭘 좀 겪어봐야 쓸 수 있는 것이다. 일 평생 절이나 성당에서 하느님만 모신 사람이 갑자기 베드신 남무하는 미친 연애 소설을 쓸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뭔가 지금 순간적으로 내 필력이 버프를 먹은 것 처럼 상승한 것처럼 보이는데 기분탓은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면 음.. 누구든 한 15분 정도는 눈 앞의 상황을 그림그려지듯 묘사하면서 생각과 젠장, 맙소사 라는 마음에 더하여 다음 장면이 어떻게 될 것인지 쓰는 능력이 약간 늘어날 것이다.

그저 여름 휴가기간에 가볍게 읽을 책을 고른 것 뿐이었는데, 불륜이나 살인으로 얼룩진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쓴 일반적인 소설들과 달리 1인칭 시점으로 본인 위주의 서사를 풀어나간 책은 오랜만이어서 신선했다. 하지만 미주알 고주알 내 얘기를 친구들에게 떠들고 다니는 타입과 거리가 먼 나에게는 공감이 많이 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옆집 언니가 쫑알거리는 목소리, 친한 친구가 나 어떡하냐고 전화로 고민을 털어놓는 느낌, 카톡으로 친구들이 남친이 ㅇㅇ했는데 어떡하냐는 소리를 들었을 때의 기분이 떠올라서 약간은 귀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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