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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남자에 관한 44장의 일기 ㅣ 섹스/라이프
BB 이스턴 지음, 김진아 옮김 / 파피펍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학교다닐 때 읽던 '브리짓 존스의 일기'가 생각나서 읽어봤다. 이 책에 비하면 브리짓 존스의 일기는 영국 요조 숙녀 같은 느낌이기도 하다. 작가의 실화가 꽤 반영되어 있고 여러가지로 각색해서 썼다고 한다. 남편에게 바치고 싶지만 남편은 이 책을 영원히 모른다고 하길래 그럼 필명으로 몰래 책을 냈나? 하고 책 앞 표지를 봤더니 필명인지 본명인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도록 작가의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실려있다. 심지어 거주지와 남편, 아이 이름까지 실명으로 써있다.
본인의 연애얘기를 이렇게 써도 안 창피한가라는 물음을 누가 할 지는 모르겠지만 범죄도 아니고 뭐 어떤가. 다 지나간 이야기인 것을. 물론 그렇다기에는 수위가 좀 세고 너무 디테일하다. 연애 상황을 곱씹는 일도 그다지 쉽지 않은데 저걸 다시 각색해서 글로 쓰고 책으로까지 낼 정도면 앞으로 인생을 살면서 연애는 다시는 안 하고 싶어질 듯하다. 작가가 물론 결혼을 했지만 이혼을 할 수도 있고 사별을 할 수도 있는데 연애를 앞으로 안 한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에 하는 이야기다. 그리고 소설이건 수필이건 뭐건 뭘 좀 겪어봐야 쓸 수 있는 것이다. 일 평생 절이나 성당에서 하느님만 모신 사람이 갑자기 베드신 남무하는 미친 연애 소설을 쓸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뭔가 지금 순간적으로 내 필력이 버프를 먹은 것 처럼 상승한 것처럼 보이는데 기분탓은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면 음.. 누구든 한 15분 정도는 눈 앞의 상황을 그림그려지듯 묘사하면서 생각과 젠장, 맙소사 라는 마음에 더하여 다음 장면이 어떻게 될 것인지 쓰는 능력이 약간 늘어날 것이다.
그저 여름 휴가기간에 가볍게 읽을 책을 고른 것 뿐이었는데, 불륜이나 살인으로 얼룩진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쓴 일반적인 소설들과 달리 1인칭 시점으로 본인 위주의 서사를 풀어나간 책은 오랜만이어서 신선했다. 하지만 미주알 고주알 내 얘기를 친구들에게 떠들고 다니는 타입과 거리가 먼 나에게는 공감이 많이 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옆집 언니가 쫑알거리는 목소리, 친한 친구가 나 어떡하냐고 전화로 고민을 털어놓는 느낌, 카톡으로 친구들이 남친이 ㅇㅇ했는데 어떡하냐는 소리를 들었을 때의 기분이 떠올라서 약간은 귀엽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