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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의 시선 (반양장) - 제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창비청소년문학 125
김민서 지음 / 창비 / 2024년 4월
평점 :
”난생처음 타인의 시선이 궁금해졌다.“
무성한 말들로 상처뿐인 사회, 늘 상대방의 발에 머물러 있던 중학생 율의 시선이 친구 이도해를 만나 하늘을 바라보게 된다.
”인간관계는 전략이라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중략)그런점에서 삶은 게임과 닮았다.“
책의 서두에서 만난 중학생 율은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버린 남학생 같았다.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그게 자기 때문이라는 죄책감에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지 못하며 늘 상대방의 신발과 발을 기억한다. 옆집 할머니가 살해되고 범인을 목격했지만 신고하지 않았던 율은 이렇게 말한다.
”신고해서 제가 얻을게 없잖아요.“
율은 학교에서도 진짜 친구가 없다. 적당히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와 관계를 맺기위해 게임을 좋아한다고 했고, 축구를 잘 하는 아이와 관계유지를 하기 위해 축구를 좋아한다고 했을 뿐이다. 그런 율에게 이도해라는 아이는 가장 밝은 별, 북극성 같은 존재가 된다.
”인간관계를 유지한다는 건 피곤한 일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친구는 필요하니까. 학교라는 전쟁터에서 안전하게 졸업하기 위한 수단, 그게 친구라는 것이다.“
율을 대신해 몸을 던져 죽은 아버지, 율의 기억 속에서 사람들은 그저 호기심 어린 시선뿐,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고 그들에게 누군가의 죽음은 그저 남의 일이었다. 그런 세상속에서 율은 너무 마음 아픈아이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나의 일로도 벅차다“
율은 이도해를 통해, 엄마를 통해 갇혀있던 율의 세상에서 서서히 바깥으로 나오려는 용기를 얻는다. 이도해의 불행을 목격하고 이해하면서 조금씩 마음의 병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책속의 율은 고작 중학생일 뿐이지만, 율의 시선을 가진 어른들이 더 많다. 진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이 없고, 진짜 마음 속의 말을 해 본 사람도 없을 것이다. 율에게 북극성이 되어준 이도해가 있듯 나에게도 이도해가 되어 줄 누군가가 필요할 것이고, 나 역시 누군가의 이도해가 되어 주어야 한다. 그래야 마음을 열고 세상밖에서 함께 살아갈 용기를 얻을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 연약한 아이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아프기도 했지만 그 속에서 희망을 찾아내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한 일인지 깨닫는다.
이 세상 모든 율의 시선에 새로운 희망이 보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