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앤미러 시리즈 다섯 번째 이야기.바다에서 거대한 손이 올라왔다.「무악의 손님」 : 배예람희령은 가족 여행으로 떠난 무악의 해변에서 해일에 휩쓸려 기적적으로 살아남는다. 사라진 동생 희수의 손을 끝까지 붙잡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20년이 지난 지금도 인터넷 검색을 한다. 활기차고 당당하던 모습은 남아있지 않은 희령은 살아남았다는 죄책감만 남아 있다. 어느 날 애인 석후의 제안으로 다시 무악을 찾게 되고 그곳에서 무악의 손과 마주한다. 무악의 손, 도시 자체의 경제적 기둥이자 그것을 숭배하는 종교 집단의 존재를 확인한 희령은 손님으로 불리는 무악 그 자체와 대립한다.「바다 위를 떠다니는 손」 : 클레이븐태평양 외딴섬 세인트 데리 앞바다에 거대한 손 하나가 솟아오른다. 난파선의 파편이나 고래의 사체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따뜻하고 순식간에 재생되며 인류가 보유한 그 어떤 기술로도 내부를 분석할 수 없는 살아 있는 존재였다. 해양생물학자 에바 영은 탐사팀과 함께 손을 조사하러 세인트 데리로 떠나고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 낯설고 경이로운 존재에 호기심과 공포를 느낀다. 두 작품에서 손은 절대적인 존재로 인간 스스로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분명하게 말해준다. 각각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손을 통해 호러라는 장르를 공유하여 자연스럽고 조화롭게 뒤섞인 책, 역시 매드앤미러 시리즈는 매력적이다.같은 한 줄, 다른 두 편의 이야기두 작가의 다채로운 이야기로 다가올 무더운 여름을 대비하는 것이 좋겠다.
자연과 문학, 음악, 철학을 사랑한 요절 작가 가지이 모토지로 단편선.1924년 24세에 첫 작품을 쓰고 32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그는 늘 병상에 누워있었고 병자의 불안과 우울함, 그리고 피곤한 이야기가 매우 사실적이다. 그러나 그의 소설 속 주인공은 아프고 우울해도 바닥으로 가라앉거나 막연한 희망을 품는 대신 레몬 같은 소소한 재밋거리를 발견한다. 레몬이 짜증 나는 나를 가라앉혀주는 하찮고도 소소하지만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어둠과 빛을 그려낸 소설가로도 불리는 가지이는 소설과 병, 어둠과 빛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며 절망스러운 현실 속에서도 삶의 의지를 놓지 않는다. 투병 경험으로 삶의 무기력함과 불안을 잘 표현하고 있다. 무기력 속에서도 레몬의 색과 냄새, 감촉은 더 선명하게 표현되어 병과 우울 속에서 레몬은 남은 희망처럼 느껴진다. 레몬이 폭탄처럼 터지는 상상은 쾌감을 주기도 한다. 친구 K가 승천할 것 같은 예감은 느끼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죽음과는 정반대인 방향으로 죽음을 어떤 것에서 해방되는 것으로 재해석하여 죽음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인다.죽음으로 가는 길에서 절망보다는 현실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남기려 한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독하고 힘든 하루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레몬이 되어 줄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강아지 똥도 예술 작품이 될 수 있을까?날마다 산책을 하러 나간 강아지 조각가 헨리는 벽에 그려진 그래피티와 공원에 놓인 조각 작품 등 공공미술을 감상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것은 조각, 사실 헨리는 조각가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헨리의 조각은 바로 강아지 똥. 동글동글 꼬불꼬불한 작품을 만들며 뿌듯해하는 헨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보호자는 바로 치워버린다. 어느 날 근사한 작품 활동을 끝낸 헨리, 그의 보호자가 잠시 한눈을 팔게 되고 헨리의 작품에 1호 팬들이 생긴다.헨리는 보호자 따라서 산책하는 반려견이지만 예술적 감식안을 지니고 있다. 헨리에게 강아지 똥 조각 활동은 매일 똑같은 산책을 특별하게 만드는 즐거움이다. 좋은 예술은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즐거움을 주고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예술이란 어떤 것인가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매일 산책을 하는 반려인으로서 나의 반려견들의 작품 활동을 단 한 번도 예술품이라 생각한 적이 없었으나 이 책을 통해 나의 그녀들도 헨리처럼 매일 특별한 산책을 하고 있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헨리의 1호 팬들처럼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고 느끼는 것이 진정한 예술의 진가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창의적인 작품을 보고 즐기며 예술에 대해서 함께 해 볼 수 있는 그림책으로 아이들과 함께 읽기를 추천한다.
한 번쯤 타인으로 살아보고 싶은 우리의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내 인생이 어쩌면 내 인생이 아닐 수 있다는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이 책은 내가 아닌 존재에서 탈출하고 싶은 마음을 대변한다. 빙의물은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고 내가 아닌 내가 되는 순간을 경험하게 하며 자아와 타자의 구분이 잠시 흐려지는 순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익숙한 이야기를 새롭게, 새로운 이야기를 익숙하게 전달하며 자신의 인생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의미를 담아 단순한 판타지 장르가 아닌 개인이 느끼는 소외감과 욕망을 탐구하여 결국은 이상적인 탈출보다는 현실 속에서의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준다.
가족 문제로 지방에 계신 외삼촌과 함께 살게 된 은수는 저수지 건너편의 하얀 집을 발견한다. 마당에는 잡동사니와 포크레인 한대가 버려져 있고 사람이 살고 있는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우연히 만난 은수와 볼보, 강아지에게 포크레인과 같은 이름을 지어준 은수와 어른들에게 상처 입은 아이들, 그리고 종훈. 그들은 다시 행복할 수 있을까.“나에게도 보통의 어른이 되는 행운이 찾아올까?”각자의 아픔을 안고 있지만 덕분에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되는 그들의 이야기. 존재에 대한 존중과 회복에 대한 희망을 말하는 온기 가득한 따뜻한 소설책이다. 버려진 포크레인과 강아지의 이름, 볼보와 볼보. 상처만 남은 이름이지만 함께 견뎌낸 이름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하지만 조금씩 피어나는 우정, 그 안에 담긴 외로움과 호기심, 슬픔이 담겨 있는 이야기는 조용한 흐름 속에 진심 어린 위로와 따뜻함이 느껴진다. 서로를 이해하고 갈등을 해소해나가며 나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아픔까지도 포용하는 마음을 알려주는 책, 부서진 하루에도 희망과 내일을 있음을 말해주는 책으로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