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를 보는 눈
다카시나 슈지 지음, 신미원 옮김 / 눌와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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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의 작품과 양식을 알차게 감상하고 배울 수있어서 뿌듯한 느낌을 가져다주는 책이다.

 14세기 이탈리아에서 활짝 핀 예술의 부흥기였던 르네상스 고전부터 인상파와 순수추상까지 서양미술의 변화의 면모를 살펴보았다.

 책에서 크게 건진 것 하나를 말한다면 바로 추상미술에 대한 이해에 한 발짝 다가갔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피카소와 칸딘스키의 작품!!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을 보며 왜 그림 속 여자들의 몸이 딱딱하고 아름답지 않은걸까. 옆모습인데 눈은 정면을 향하는 다소 기묘하고 난해한 느낌이 가득하다.

칸딘스키의 작품은 굵고 얇은 검은 윤곽선들이 이곳 저곳을 날아다니 듯하고 선명한 보색의 색채들이 사방에 번져있다. 역시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 수없었다.

피카소는 이전 서양미술의 화풍을 무시하고 조형물의 형태를 부수고 다시 평면에 재배치하는 실험적인 방식을 발견했다. 이것이 바로 큐비즘이다.

칸딘스키 또한 명확한 대상없이도 색채만으로 아름다울 수있다는 것을 우연한 기회에 깨닫고 직접적인 인상과 감각에 의지해 색채와 독특하게 해석한 형태만으로 신선한 화풍을 불러왔다. 추상회화의 시발점이 되는 화가가 바로 칸딘스키다.

 

"내적요소란 예술가의 혼이 느낀 감동이며 예술가는 그 감동을 감각을 통해 작품으로 조형화 한다.

관객은 역으로 그 조형화된 작품을 자기의 감각으로 받아들여 자기의 혼 속에서 예술가가 느낀 것 같은 감동을 체험한다." 

 

위의 칸딘스키의 예술 철학에 가장 공감한다. 때문에 그의 그림을 보면 내 안의 예술 감각이 살아나는 것 같이 뭔가 모를 풍부함으로 차오르는 기분인가 싶다.

 

책을 보며 가장 재미있던 것은 작품의 색과 구도와 구성을 들여다보며 신기함을 느낄 때이다.

라파엘로의 아름다운 성모와 포동포동한 아기를 그린 작품들이 안정적인 이유는 삼각구도에 있다는 것, 보티첼리의 봄 같이 유화와는 다른 산뜻한 색깔의 템페라화의 매력, 베르메르만의 빛의 은은함, 고갱의 독특한 사색이 담긴 종교화. 마티스의 본능적인 색채감각, 몬드리안의 신 조형미 등 그림을 세세하게 살펴보는 방식을 배운 것 같다.

 

무엇보다 인상파 무엇인지, 왜 나오게 되었는지, 작가는 역사적 배경에서 어떤 영향을 받아 그림에까지 미치게 됐는지에 대해 쉽게 설명해준다.

모네와 르누아르 같은 인상파들이 원근법과 명암을 무시하고 빛이 만들어내는 색과 인상을 그대로 그리며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고 뭉크처럼 화가의 정신을 집어넣게 되고, 후에 마티스는 아예 공간의 구분을 없애면서 원하는 색채를 과감히 썼다. 곧 피카소가 몸을 기하학적으로 조각내는 큐비즘이 탄생했고, 칸딘스키에 이르러 대상자체가 없어지는 추상미술이 나오게 되었다.  

 

나는 이 책에서 작품 하나하나에 대한 해설만이 아니라 그러한 변모를 가져온 역사를 가능한 한 명확하게 서술하려고 노력했다. 추성회화라 하더라도 결코 난데없이 생겨난 것은 아니다.

                                                                -글을 마치며 작가가-

 

 

제목처럼 명화를 보는 눈을 조금이나마 알려준다고 생각한다.

그림을 아무것도 모른 채 봐도 즐거움을 느낀다면 그것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기본을 알고 본다면 그림에 의문을 던지며 보게되는 것 같다. 호기심을 갖고 더욱 세세하게 보는 태도를 가진다면

외양 뿐만 아닌 정신도 함께 보고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미술도 문학이 주는 감동과 여유가 비슷하다고 느끼기에 그림을 보는 안목도 당연히 삶에서 큰 쓸모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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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여행법 - 소설을 사랑하기에 그곳으로 떠나다
함정임 글.사진 / 예담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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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인 작가가 자신이 푹 빠진 소설들의 배경이 되는 공간을 찾아다니면서 엮은 책이다. 그 공간은 소설 속에서 스토리 흐름상 없으면 안될 주요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데서 더욱 매력적이다.

소설을 읽고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곳으로 직접 떠나 소설에서 느낀 장소의 채취를 마음 껏 보고 느끼는 작가를 보며 매우 낭만적이며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을 읽고 아일랜드의 더블린으로 향하고. 알베르트 카뮈가 글을 썼던 프랑스의 작은 산악 마을인 루르마랭으로 가 그가 묻힌 무덤가를 찾고, 해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에 감명받아 우뚝솟은 봉우리와 만년설의 킬리만자로로 향했다. 그 외 페루, 인도, 아프리카, 터키 등 소설 안의 마음을 건드는 이국적인 나라들 이곳 저곳을 찾아다녔다.

 

무조건 책 속의 낯설고 이국적인 모든 곳을 다 간 건 아니다. 그 곳을 가게끔 부추긴 감명받은 문장들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킬리만자로의 눈"의 케냐처럼 장소의 아름다운 묘사 혹은 "아웃오브 아프리카"에서의 인물들이 사랑에 빠진 공간으로, 사르트르가 조약돌을 손에 쥐고 실존을 고민하던 "구토"의 프랑스 르 아브르 바닷가의 정경을 유려하고 때론 독특한 문체로 마음을 잡아 끌기 때문이다.

 

<티파사에서의 봄> 첫 문장을 나는 언제나 첫사랑의 밀어처럼 가슴속 깊이 간직하고 있었다.

"봄철에 티파사에는 신들이 내려와 산다..."  신들이 내려와 사는 곳, 그곳은 도대체 어떤 형상일까. 부르주아 계층의 사르트르와는 달리 북아프리카 알제리의 극빈층 출신인 카뮈를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린 것은 그가 유년기를 보낸 알제리 티파사의 바람과 태양과 들과 꽃. 루르마랭에 가면 티파사를 느낄 수 있을까.   내 눈은 드넓은 고원의 올리브 나무 군락과 사이프러스 나무를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훑고 지나갔다.p146

 

책을 읽으며 작가가 그렇듯이 나 또한 공간성이 뛰어난 소설이 가진 힘과 대단하다고 느꼈다.

전혀 유명하지 않던 곳, 사람들의 관심을 별로 끌지 못했던 공간이 순식간에 한 번쯤 꼭 가보고 싶은 낭만과 설렘의 여행지로 모든 이의 가슴에 새겨지게 만드는 놀라운 마력을 부린다.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 꼽추가 발표된 후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의 관광객이 치솟았고 킬리만자로의 존재 유무에 대한 의심이 헤밍웨이의 소설이 나오고 나서 싹 사라졌으며 제임스조이스 덕에 더블린이라는 아일랜드의 도시에 매력이 한층 덧입혀졌다.

 

소설과 여행은 절대 떨어뜨릴 수 없는 것 같다. 실재와 허구의 환상을 넘나드며 누구나 꿈꿔왔던 달콤한 욕망, 절대 감당할 수없을것 같은 슬픔, 또는 즐거움, 여유, 스릴등 갖가지 감정을 경험하고 감동을 맞볼수 있다.

책을 읽고 충만해진 감성과 생각 자체가 힘을 갖기 위해서는 여행을 해야한다는 구절을 읽은 적이 있다.

완전 타자가 되어 제 3자의 눈으로 낯선 곳의 풍경과 사람들을 보는 것은 외딴 곳에서의 연약한 나를 느끼게 되고 부재한 나의 자리와 지나온 과거를 돌이켜 반성하게 하기때문 아닐까.

 

소설을 읽고 그 무대가 되는 곳에 직접 가본다는 것은 그냥 읽고 끝내는 것보단 책에 갖는 애착과 감회가 더 깊어질것 같다.

개인적으로 소설의 매력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지금 나에게는 이것만큼 의미있고 아름다운 목적있는 여행도 없을 듯 하다.

그래서 소설에 깊고 따뜻하게 접근하는 작가의 방식을 알아가며 또한 여행 중 직접 찍은 사진들도 함께 보면서 읽는 내내 마음이 부풀고 설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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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 - 몸에 관한 詩적 몽상
김경주 지음, 전소연 사진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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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담은 몸짓의 언어를 말하려는 책인줄 알았다.

 펼쳐 첫 페이지를 다 읽기도 전에 어렵고 난해하다라고 느꼈다.

 책은 뺨 무릎 가슴골 목선 복사뼈 등 인간이 가진 몸의 부분들을 각각 나누어 작가 자신이 느낀 이미지와 언어를 시적으로 풀어 쓴 산문집이다.  

 

 철학을 전공한 작가이어서 그럴까. 나름의 이미지와 느낌과 생각을 언어로 옮겨 놓은 것이 철학적이기도 하고 복잡하면서 어려운 것같다.

 하지만 몸의 한 부분 부분에 대한 섬세하고 세밀한 관찰과 시각적인 비유들이 독특하고 풍부하다 느껴진다.

 특히 가슴골을 분꽃으로 비유? 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움푹패인 동시에 희미하게 불겨져 나온 육체의 어스름이다.

분꽃은 낮 동안에는 다소곳이 제 질량을 감추고 내려앉아 있다가 어스름이 피면 보랏빛을 띠고 내향을 갖기 시작한다.

 "보랏빛의 경련"을 사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니다. 보랏빛의 경련을 사랑이라고 부르는 자의 언어에서 분꽃은 제 가슴골을 보여준다. p134

 

"연약한 질량을 가진 채 가슴의 사이에 어스름처럼 번져 있는 분화구의 이미지"라 말하는 가슴골을 어스름한 밤이 내려서야 제 질량을 펼쳐보이는 분꽃의 이미지에 빗대었다. 분꽃으로 형상화한 가슴골이 예전보다 한층 아름답고 시적으로 다가온다.

또한 종아리를 종아리라는 발음상에서 생명력을 느끼고 발에 물을 담그고 있는 두루미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도 한 폭의 그림처럼 인상깊었다. 

 

르네상스 명화에 나오는 여신같은 나체의 여성과 나부 그림을 보면 여성의 몸이 참으로 예술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몸의 굴곡이 부드럽고 가슴과 배 어깨가 둥글면서 전체적으로 따뜻한 느낌이다.

책에서 느낀 몸의 부분들도 시각적이니 만큼 감각적이다.

작가의 사색이 강하기 때문에 문장을 읽다 끊기기를 반복하게 된다.

몇 번을 더 봐야 겨우 이해가 갈 듯 싶다. 눈과 귀 등 모든 감각을 열고 상상력까지 열려있을때 이해가 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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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산책시키는 남자 - 2012년 제8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전민식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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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은 1억원 고료 2012년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다.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는 말 그대로 주인공 임도량의 직업이다. 부자들의 품좋 좋은 개들을 한 시간씩 산책시켜 주는 알바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는 삶을 살고 있다.

그에게도 남부럽지 않은 시절이 있었다. 잘나가는 컨설턴트였던 그는 진주라는 매력적인 외부회사 인력에게 고급정보를 빼내주었다는 죄목으로 회사에서 해고 당한 아픔이 있는 인물이다.

그의 두 부모는 밑바닥의 인생을 살다 죽었고 큰 형은 자살했다.

 

그에게 닥치는 사건들은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산책시키던 다섯 마리의 개들의 목줄이 풀려 작은 요크쇼테리어를 찢어 죽이는 사고로 일자리를 빼앗긴것도 모자라 살고 있던 고시원에서 성폭행범으로 몰려 쫓겨나 거리의 노숙자 신세가 된 것이다.

겨우 갈비집의 불판닦는 일을 하게되고 그곳에서 종업원 미향을 만난다.

미향 역시 두 부모를 여의고 스스로 벌어먹고 사는 불쌍한 20대 초반의 여자다. 둘은 서로에게 잠시나마 위로와 의지가 된다.

도량은 동시에 인력대행의 일도 한다. 그 곳의 운영자인 삼손과 함께 의뢰인 오빠가 되기도 하고 결혼식 축하객의 역할을 맡기도 한다. 삼손은 그와 주변 모든사람에게 미스테리한 인물로 보여지지만 그 역시 가족의 상실을 경험한 상처입은 남자임이 드러난다.

 

책은 상처입고 잘 못나가는 사람들 천지다. 그들의 고단한 일상과 일마다 꼬이는 도량을 볼 때 마음이 참 답답하고 현실이 눈 앞이 한치 보이지 않는 안개투성이처럼 느껴진다. 인물들의 인생에 대한 체념어린 한탄이나 또는 고통에 통달한 끝에 얻은듯한 나름의 정의를 내뱉는 장면은 곳곳에 나온다. 인생이 내맘대로 안된다고.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삶은 불공평하고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거라고.

역시 도량에게도 삶에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불판이나 닦던 도량은 상류층으로부터 개를 산책시키는 일자리의 제안을 받게된 것이다. 개는 강남 아파트 한 채값의 중국 황실 개 차우차우인 라마이며 받는 돈이 무려 대기업 월급 이상이었다.

 

라마를 산책시키며 넉넉한 돈으로 오피스텔을 얻고 라마 주인에게서 받은 고급양복 등으로 서서히 미래에 대한 꿈과 자존감이 되살아나기 시작하며 미향을 조금 업신여기는 마음을 갖게된다. 그러다 라마의 죽음으로 다시 그의 삶은 흔들리게 된다.

 

나는 책을 보면서 세상에 나 혼자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소설 속 인물들이 겪는 혼자라는 외로움과 삶의 무게가 유독 지독하게 느껴졌다.

특히 인력대행에 가족을 의뢰한 은주가 더 그랬다.

 

"나는 본능적으로 혼자인 사람들의 냄새를 맡게 돼요"p126

 

"인간에 대한 이해와 정서를 지닌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 잘 만들어진 웰 메이드 소설"이기 때문에 당선이 됐다는 이 책은 아픔을 간직하고 외롭게 살아가지만 살기위해 나름대로 애써 돌파구를 만들어내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금전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게 살아가는 도량은 시간 날때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고 영어 회화를 청취하곤 한다. 본인은 별 생각없이 시간 때우려고 하는 행동들이지만 이런 모습이 그가 삶을 자포자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앞날에 대비하려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세상에는 내가 생각못할 정도로 힘들고 외롭게 분투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고 다시 한번 깨달으면서  내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내 삶에 문득 감사함도 느꼈다.

 

요 근래 읽은 소설들과 더불어 인간의 삶에대한 관심과 이해의 지평을 넓혀주는 소설의 힘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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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를 지배한 여인들 - 천하는 황제가 다스리고, 황제는 여인이 지배한다
시앙쓰 지음, 강성애 옮김 / 미다스북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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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하고 장대한 중국을 다스리는 황제는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있는 권력을 갖고 있었다.

 그 중에 가장 왕성한 욕구를 드러내는 것은 역시 여자였다. 만 백성을 품어 모든 여성의 모범이 되는 황후와 그 밑에 비빈들과 후궁, 궁녀들까지 모두 합하면 800명에서 많게는 4만명까지 두는 왕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한 명의 황제를 두고 서로간의 질투와 음모와 불안으로 궁은 하루가 편안한 날이 없는 듯 했다.

한 번 총애를 받는 후궁은 그 때를 잘 이용하여 모든 부귀영화를 누렸다. 때문에 그 후궁에게 받쳐지는 진귀한 보석들과 찾아오는 인사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는데, 이것을 질투한 황후나 다른 비빈들이 무고(저주)를 행하거나 관심을 자기에게 돌리기 위해 살인도 마다하지 않았다.

가장 특이했던 것은 황제가 함께 밤을 보낼 여자를 택하는 방식이다. 수백에 달하는 여자를 고르기가 쉽지 않자 황제는 양차를 이용했다. 양이 끄는 수레가 멈추는 곳의 침전에 드는 것이다. 머리좋은 후궁은 문 앞에 양이 좋아하는 향의 풀을 심어놓기도 했다.

 

모든 세대를 막론하고 중국 궁 안에는 향락이 가득했고 색을 마다하는 황제는 없었다.

책은 황제가 아닌 황후에 초점을 두었다. 황후는 왕에 못지않게 역사를 휘황찬란하게 물들였다. 책을 보고 여자도 권력 앞에 눈이 뒤집히면 보이는게 아무것도 없을 수있음을 알고 새삼 놀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역대 황후는 두명이다. 바로 여후와 무측천.

조선왕조 여자들의 음모와 암투는 저리가라다. 그 잔인함과 악랄함. 끝없는 권력욕과 색정은 끝이 없지 싶다.

유방의 아내 여후는 농사꾼에서 황후에 올랐다. 황후자리를 넘보고 왕의 총애를 빼앗아간 빈에게 이를 갈고 있다가 유방이 죽은 후 바로 보복을 시행했다. 손과 발을 자르고 눈을 판 후 말못하는 약을 먹여 벙어리로 만들어 인간돼지처럼 만들어 비참하게 죽였다. 임신한 궁녀의 배를 쇠고창이로 찔러 죽이는 등 악행이 치가 떨리는 황후 중에 으뜸이다.

 

무측전 또한 대단하다. 영리한 무미는 치밀한 계획으로 황후에 올라 그 자리에 만족하려 했지만 심신이 유약한 황제 대신 조정업무를 처리하면서 권력에 맛을 들였다. 자신의 뜻에 반대하는 자는 모두 참수해버렸으며 천하를 수중에서 맘대로 주물렀다.

가장 잔인한 사례로 기억에 남는 일은 황후가 되기 위해 갓 출생한 자신의 딸을 직접 죽인 일이다. 이 일을 황후에게 덮어씌워 죽이고 그 자리를 꿰찼다. 황제가 죽고 태후에 오른 무측천은 황제에 오른 자신의 아들을 뜻대로 할 수없자 아들까지 독살했다. 뒤이어 오른 또다른 아들도 자살하게 만들어 스스로 통치자가 되어 무씨왕조를 만들었다.

남자에 대한 욕망도 대단했는데 80살이 넘도록 꽃미남들과 밤을 보냈다. 전국을 뒤져서 몸좋고 잘생긴 미소년을 뽑아 밤을 즐겼는데 싫증나면 곧바로 죽였다.

 

천하를 다스리는 권력욕은 비단 남자에게만 해당되는게 아닌가보다. 물론 특수한 황가의 경우지만 인간의 욕망이 실로 대단하며 만족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렇게 권세와 총애를 두고 살육을 저지르고 안간힘을 썼어도 결국 최후를 맞이했다는 것에 허망함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눈이 부신 화려한 삶과 죽음, 그리고 권력의 전세역전. 역사 대대로 이것들이 반복한다. 그 중심에는 황제의 여인들이 있다.

시아버지와 사랑에빠진 양귀비, 기녀 출신의 조씨자매, 잔인하고 포악한 가황후 등 여러 시대의 궁중의 여인들의 재미있고 놀라운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황제의 여인들에 대한 내용이니 만큼 밤을 보내는 것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사치와 향락의 궁궐의 밤의 역사는 참 흥미롭다.

나름 교훈도 있다. 여자에 지나치게 빠져지낸 왕가는 거의 대부분 왕위를 다른 성씨에게 빼앗기거나 패망해 끝이 안좋았다는 것이다.

질투와 모함과 독살이 팽배하는 궁의 여인들은 물질적으로는 넘쳐나지만 정신적으로 매우 불행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다고 생각한다. 중국 황실의 사생활과 더불어 인간본연의 욕망의 절정과 그 최후를 볼 수있어서 좋았다.

나라와 이름 등의 용어들이 조금 헷갈리지만 내용을 이해하는데는 문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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