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여행법 - 소설을 사랑하기에 그곳으로 떠나다
함정임 글.사진 / 예담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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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인 작가가 자신이 푹 빠진 소설들의 배경이 되는 공간을 찾아다니면서 엮은 책이다. 그 공간은 소설 속에서 스토리 흐름상 없으면 안될 주요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데서 더욱 매력적이다.

소설을 읽고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곳으로 직접 떠나 소설에서 느낀 장소의 채취를 마음 껏 보고 느끼는 작가를 보며 매우 낭만적이며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을 읽고 아일랜드의 더블린으로 향하고. 알베르트 카뮈가 글을 썼던 프랑스의 작은 산악 마을인 루르마랭으로 가 그가 묻힌 무덤가를 찾고, 해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에 감명받아 우뚝솟은 봉우리와 만년설의 킬리만자로로 향했다. 그 외 페루, 인도, 아프리카, 터키 등 소설 안의 마음을 건드는 이국적인 나라들 이곳 저곳을 찾아다녔다.

 

무조건 책 속의 낯설고 이국적인 모든 곳을 다 간 건 아니다. 그 곳을 가게끔 부추긴 감명받은 문장들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킬리만자로의 눈"의 케냐처럼 장소의 아름다운 묘사 혹은 "아웃오브 아프리카"에서의 인물들이 사랑에 빠진 공간으로, 사르트르가 조약돌을 손에 쥐고 실존을 고민하던 "구토"의 프랑스 르 아브르 바닷가의 정경을 유려하고 때론 독특한 문체로 마음을 잡아 끌기 때문이다.

 

<티파사에서의 봄> 첫 문장을 나는 언제나 첫사랑의 밀어처럼 가슴속 깊이 간직하고 있었다.

"봄철에 티파사에는 신들이 내려와 산다..."  신들이 내려와 사는 곳, 그곳은 도대체 어떤 형상일까. 부르주아 계층의 사르트르와는 달리 북아프리카 알제리의 극빈층 출신인 카뮈를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린 것은 그가 유년기를 보낸 알제리 티파사의 바람과 태양과 들과 꽃. 루르마랭에 가면 티파사를 느낄 수 있을까.   내 눈은 드넓은 고원의 올리브 나무 군락과 사이프러스 나무를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훑고 지나갔다.p146

 

책을 읽으며 작가가 그렇듯이 나 또한 공간성이 뛰어난 소설이 가진 힘과 대단하다고 느꼈다.

전혀 유명하지 않던 곳, 사람들의 관심을 별로 끌지 못했던 공간이 순식간에 한 번쯤 꼭 가보고 싶은 낭만과 설렘의 여행지로 모든 이의 가슴에 새겨지게 만드는 놀라운 마력을 부린다.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 꼽추가 발표된 후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의 관광객이 치솟았고 킬리만자로의 존재 유무에 대한 의심이 헤밍웨이의 소설이 나오고 나서 싹 사라졌으며 제임스조이스 덕에 더블린이라는 아일랜드의 도시에 매력이 한층 덧입혀졌다.

 

소설과 여행은 절대 떨어뜨릴 수 없는 것 같다. 실재와 허구의 환상을 넘나드며 누구나 꿈꿔왔던 달콤한 욕망, 절대 감당할 수없을것 같은 슬픔, 또는 즐거움, 여유, 스릴등 갖가지 감정을 경험하고 감동을 맞볼수 있다.

책을 읽고 충만해진 감성과 생각 자체가 힘을 갖기 위해서는 여행을 해야한다는 구절을 읽은 적이 있다.

완전 타자가 되어 제 3자의 눈으로 낯선 곳의 풍경과 사람들을 보는 것은 외딴 곳에서의 연약한 나를 느끼게 되고 부재한 나의 자리와 지나온 과거를 돌이켜 반성하게 하기때문 아닐까.

 

소설을 읽고 그 무대가 되는 곳에 직접 가본다는 것은 그냥 읽고 끝내는 것보단 책에 갖는 애착과 감회가 더 깊어질것 같다.

개인적으로 소설의 매력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지금 나에게는 이것만큼 의미있고 아름다운 목적있는 여행도 없을 듯 하다.

그래서 소설에 깊고 따뜻하게 접근하는 작가의 방식을 알아가며 또한 여행 중 직접 찍은 사진들도 함께 보면서 읽는 내내 마음이 부풀고 설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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