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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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한낮에 뜨거운 태양이 쏟아내는 뙤약볕을 맞으며

건대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만나게 된 황석영 작가의 '손님'

마땅하게 읽을 책을 정해 놓고 방문한 것이 아니기에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맞이하게 된 책이다.

  황작가가 얘기하는 '손님'의 의미가 누구일지 무엇일지 대강 짐작이 되었다.

그전에 이 책에 대한 소식은 들은 것인지 아니면 현실 문제를 잘 꼬집는 작가의 성향에서

유추한 것인지 명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작가의 작품을 만난다는 것이 가슴 설레는 일이다.

  과연 내가 알고 있는 손님일까 아니면 쌩뚱 맞게도 일상에서 맞닿게 되는 손님인지....


- 간단 줄거리 -

  미국의 브루클린에서 목회 활동을 하는 요섭 그리고 뉴저지의 백인 주택가에 사는 그의 형 요한은

황해도 출신의 재미교포이다. 요섭은 이산가족 상봉 추진회를 통해 고향 땅을 밝기 얼마 전

형 요한에게 북한행을 얘기한다. 며칠 후 입국 허가를 받고 북으로 갈 준비에 여념이 없는 요한에게

형 요한의 임종했다는 같은 교회 교우들에게 소식을 듣고 형의 장례를 치룬다.

  형에게 고향 소식을 전하지 못한 요섭은 형의 골편 하나를 슬그머니 주머니에 넣는다.

그가 어릴 적 살던 고향 땅 그리고 친척들을 하나 둘 만나게 되면서

지난 날 형의 만행에 대해서 듣게 되고 그 속에서 그의 형을 용서하는 귀신들을 만나게 된다.

종교의 이름으로, 하나님의 이름으로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만행을 저질렀던 형.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성이나 후회없이 자신의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얘기하는 형,

  혈육인 동생도 이해하고 용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무리 세월이 지나 상처가 치유되었다고 하지만 드문드문 흔적이 남아 있는

고향 산천을 만나게 되는데.....    


  우리 역사의 비극이다.

동족상잔의 비극. 형제들끼리 총칼을 가슴에 겨누는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 상황들이다.

중국과 소련에 의한 사회주의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자본주의의 충돌.

그 중간에 끼어 있던 우리 민족은 어쩔 수 없이 서로 적대시하게 되었다.

  그 시대를 살지 않았지만 교과서나 어른들의 증언을 들으면 그 실상에 몸서리치게 된다.

어제까지만 해도 정겨운 이웃이었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총칼을 들이대며 적대시하는 상황들.

그러나 그것은 어느 일방의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인민군이 점령한 곳에서는 득세하던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돌변하는 모습.

다시 국방군이 탈환했을 때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던 그때.

어느 한 편의 사상에 물든 소수에 의해서 다수가 희생되는 상황들.

  더 무서운 것은 맹목적이고 복수에 의한 만행이 더 무서운 것이었다.

그저 적을 파괴시키고 살상해야 인정을 받는 현실에서 적을 만들어야 했고

그 중심에 민중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민중들끼리 서로 총칼로 맞서는 상황에서 방관하며 자기 이익을 추구했던 더 높은 자리의 사람들

  이 책은 그 시대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사상에 종교가 가미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사살이 시작되고 죽는 사람들은 자기가 왜 죽어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죽음을 맞게 된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산 자들에 의해서 그들의 죄명이 밝혀지는 불합리의 연속.

  이성을 갖은 사람이라면 절대 할 수 없는 만행들이 있었다.

거기에는 이념과 종교가 교묘히 연합하여 민중을 죽인 것이다.

이러한 비극은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반대편을 공격할 때 자주 등장하는 것 중 하나가 종북, 빨갱이라는 표현이다.

종복이라는 한 단어에는 적개심이 불타 있다.

  말도 안 되는 이데올로기로 국민들을 분열시키는 자들

그때 나 지금이나 존재한다는 것이 개탄할 일이다.

  손님의 의미.

주인이 아니라는 것. 풀 수 있는 주체가 되지 못한다.

어찌어찌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만 갖게 되는 한계가 있다.

당사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일방적인 해석으로 자리를 떠나고

결국 그곳에는 손님의 자리는 없다.

그냥 왔다가 가는 존재.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섭게 들이닥친 이념.

그것이 손님이라고 표현한다고 했다. 스스로 생산하지 않고 하나가 되지 못한 체

풍파만 일으키고 떠나는 그들.

결국 손님의 농단에 놀아난 주인들.

  읽는 내내 이념과 종교에 대한 적개심이 생겼다.

그냥 이념이라는 괴물도 무서운데 거기에 종교가 합해져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 닳은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화나는 부분이 많은 책이다.

시대적 사실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기에 일정 정도의 상상을 가미한 가장이 있을 수 있지만

만행에 대한 객관적 사실은 분명할 것이다.

용서가 안되는 그 시절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이고...

  광화문에 촛불이 켜져 있는 지금도 괴물이 불을 끄려고 하고 있다.

약자의 편이 아니라 자기들의 안위를 지켜주는 편에 서서

지금의 우리나라 기독교를 보시면 예수님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되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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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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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이해하기 위한 마중물.

 고전을 다시 읽고 싶었다.

청년 시절 한 번은 고전을 읽어야 했다.

그래서 고전을 읽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읽었던 고전의 구절들이 가물가물해졌다. ​

논어에서 맹자에서 대학에서 무슨 구절이 있으며

그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눈을 멀뚱멀뚱 뜨고 그런 구절이 있었나 회상하게 된다. ​

그러면서 다시 고전을 읽어야겠다고 다짐해 보지만​ 어떻게 읽어야 할지 늘 고민이었다.

 고전을 그대로 읽자니 내게 부족한 것이 너무 많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읽고는 싶은데 선뜻 용기를 내어서 읽기가 어려웠다.

그러던 차에 신영복 선생님의 고전 해설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전이라는 것이 현대인이 읽어야 할 필수 인문서임에도 불구하고 접근하는 것이 녹록하지 않아

주위를 맴돌게 된다. 

전체적인 것을 이해할 수는 없더라도 문맥만이라도 알자는 생각에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서론

나의 동양고전에 대한 관심은 이처럼 감옥에서

나 지신을 반성하는 계기로 시작되었으며

또 교도소의 현실적 제약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나의 동양고전 공부에 빼놓을 수 없는 분이 계십니다.

바로 감옥에서 함께 고생하셨던 노촌(老村)이구영 선생님입니다.

노촌 선생님의 삶은 어느 것 하나 당대의 절절한 애환이 깃들어 있지 않은 것이 없지만

그중의 한 가지를 예로 들자면 노촌 선생님을 검거한 형사가

일제 때 노촌 선생님을 검거했던 바로 그 형사였다는 사실이지요. ---------------------- 18,19p

동양 사상의 특징으로서 인간주의라고 하는 경우

그것은 그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가 인문적 가치라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 40p

오래된 시와 언

미래는 과거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미래는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변화와 미래가 외부로부터 온다는 의식이 바로 식민지 의식의 전형입니다.

권력이 외부에 있기 때문입니다. ---------------------------------------------- 77p​

'주역'의 관계론 - 주역

'논어', 인간관계론의 보고 - 논어

효율과 경쟁을 강조하는 자본가는 전문성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전문화를 거부하는 것이야말로 성공한 자본가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라는 것이지요.

자본가는 어느 한 분야에 스스로 옥죄이기를 거부해왔던 것이지요. -------------------- 151p​

덕(德)으로 이끌고 예로 질서를 세우면 부끄러움도 알고 질서도 바로 서게 되지만,

정형(政刑)으로 다스리면 형벌을 면하려고만 할 뿐이며

설사 법을 어기더라도 부끄러움이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 ---------------------------- 155p

맹자의 의 - 맹자

노자의 도와 자연 - 노자

장자의 소요 - 장자

묵자의 겸애와 반전 평화 - 묵자

순자, 유가와 법가 사이 - 순자

법가와 천하 통일 - 한비자

강의를 마치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내가 이미 알고 있었던 몸에 익숙한 도덕성들 그리고 새롭게 깨닫게 되는 사실들.

 지금 글을 쓰면서 몇 번씩 글을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하고 있다.

단어의 첨삭이 아니라 문장을 송두리째 지우고 다시 쓴다.

어떻게 써야 할까의 문제가 아니다 과연 써야 하는지에 대한 원론적인 의문이다.

내가 뭘 보았고 읽었다고 책의 내용을 쓸 수 있는가? ​

쓴다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동반한다.

그저 표피만을 보고 마치 전체를 보고 커다란 감명을 받은 척한다는 게

너무 위선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평 대신 책 속에 쓰여있는 좋은 글들을 옮기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결론이다.

 다른 책과 달리 이 책에 대한 글을 여기서 멈추게 되는 것이 유감이지만

여기서 멈추는 것이 스스로에게 덜 부끄러울 것이라는 판단에 여기까지 쓴다. ​

 중요한 것 하나는 이 책이 고전의 끝이 아니라 고전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하여 고전의 중요성과 재미를 알게 되었다.

많은 느낌들을 몇 줄의 글로 몇 개의 단어로 나열할 수는 없지만

이 책으로 말미암아 고전에 대한 호기심, 더 알고 싶다는 마음,

더 읽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어찌 보면 고전의 마중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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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 온전한 나를 위한 혜민 스님의 따뜻한 응원
혜민 지음, 이응견 그림 / 수오서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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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책이 좋은 이유.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혜민 스님의 신간이다.

혜민 스님을 알게 된 것은 직장 부하 직원에게서 받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읽기 전 저자가 스님이라 하여 고리타분하고 종교적 색채가 강할 것이라는 편견 속에서

나를 종교적으로 꼬시려고 해도 절대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철벽을 쌓고 읽었다.

 웬걸 읽는 중간중간 저자의 프로필을 몇 번을 다시 읽어 보았다. 이 사람 스님이 맞아?

종교 얘기는 거의 없다. 그냥 자기 직장 얘기하듯 담담하게 잠깐잠깐 언급할 따름뿐

불교를 믿으라니 가까운 불당에 다니라니 그런 강요가 없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그렇게 알게 된 저자 혜민.

신간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은 어떠할까?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내 마음에 들었을 때만, 이해가 되었을 때만 사랑하고,

그렇지 않으면 사랑을 거두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바탕으로부터 나오는 아버지의 깊은 사랑은 내 마음에 들지 않아도,

내가 동의할 수 없어도 멈추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 9p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오늘 저녁에 이렇게 속삭이세요.

나는 당신을 나보다 더 사랑하고,

어제보다 더 사랑한다고요.

매일 아침 당신이 내 마음의 출발지라고요. --------------------------- 62p

행복한 삶의 비결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입니다. - 혜광스님 - ---------------------- 276p

오랫동안 원하던 것을 성취하고 나면 두고두고 행복할 것 같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아요. 막상 성취하고 나면 잠시의 행복감 뒤에

허탈의 파도가 밀려오고, 성공 후 새로운 상황이 만들어낸

생각지도 못한 후폭풍이 몰려와요.

그러니 지금의 과정을 즐겨요.

삶에 완성이란 없는 것 같아요. ----------------------------------- 277p

 이 얼마나 좋은 말인가?

삶을 아등바등 살아보니 또 뭐 하겠냐는 것이다.

그렇다고 허무주의나 염세주의로 살라는 것이 아니다.

세상을 배려하고 넓게 보며 즐겨 보라는 것이다.

 나를 이해하고 상대를 용서하며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전투적인 삶이 주는 피곤함들, 그러함에서 한 발짝 물러서 세상을 관조할 때

우리의 삶은 좀 더 여유롭고 풍요로워지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이 주는 기쁨은 나를 다시금 돌아 보게 한다.

내가 위로받아 다행인 것처럼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위로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한다.

 더 많은 글을 보고 그 글을 통해 말로,

글로 표현하여 상대를 보담아 줄 수 있다면 좋겠다.

말과 글의 표현력 부족으로 마음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순간들이 많다.

 성현들의 글을 통해 넓은 마음을 갖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표현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이 책으로 말미암아 표현의 방식을 얻고 싶다. 혜민보다 더 낫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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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 나무야 - 국토와 역사의 뒤안에서 띄우는 엽서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199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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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라보는 따스한 눈길.-여행 작가 지망생들에게 추천

 신영복 교수의 책을 접하게 된 게 어떤 의도나 목적이 아니었다.

여행 작가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러던 중 인터넷 서점에 전시되어 있는 책 중에서

가격이 저렴하고 별점이 많은 것을 ​고르다 보니 우연하게 고르게 된 것이다.

 저자의 연력을 읽다 보니 예사로운 인물은 아니었다.

'통일 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받고 20년 20일 동안 영어의 몸이었다가 풀려났다고 한다.

시간을 거슬러 생각해 보면 억울한 옥살이가 아니었겠나 짐작해 본다.

 150여 페이지의 얇은 책이라 금세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내용의 깊이 그 어느 책보다 심오하였다.

글을 쓰기 위해서 떠난 여행은 편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좋은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

그런 부담 없이 다시 떠나보고 싶습니다. ------------------------------6P

피라미드의 건설이 정치가 아니라

피라미드의 해체가 정치라는 당신의 글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

땅을 회복하고 노역을 해방하기 위해서는

먼저 모든 형태의 피라미드를 허물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 ------------ 23P

"처음으로 쇠가 만들어졌을 때 세상의 모든 나무들이 두려움에 떨었다.

그러나 어느 생각 깊은 나무가 말했다. 두려워할 것 없다.

우리들이 자루가 되어주지 않는 한 쇠는 결코 우리를 해칠 수 없는 법이다." ----- 29p​

세상에서 가장 능력이 있는 사람이 수많은 손을 가진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그러나 그것은 마음이 있는 손이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 69p

없이 사는 사람들의 부정은 흔히 그 외형이 파렴치하고 거칠게 마련이지만

그것은 마치 맨손으로 일하는 사람의 손마디가 거친 까닭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합니다.

그에게는 '합법적인 불법'을 저지를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정작 딱한 것은 그 부분을 줌렌즈의 피사체로 잡는 세상 사람들의 춘화적(春畵的) 탐닉이며

그러한 이데올로기의 당의(糖衣) 길들어 있는 우리들의 빈약한 의식이라고 해야 합니다. --- 116p​

 감성적으로 느낌이 와 닿는 얘기보다는 왜 저렇게 말했을까 곱씹어 보게 된다.

어떤 연유에서 저런 생각을 갖고 저런 말, 표현을 할 수 있는가 생각하게 된다. ​

자연의 이치 속에 사람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작고 미약한지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토를 발로 디뎌 보면서 새롭게 느끼는 국가.

그리고 그 속에 어우러져 사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

치열한 인간들의 삶과 달리 질서 정연하게 움직이고 있는 자연의 위대함.

그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세상의 불공평함과 현실의 부조화, 부조리에 대해서 일침을 놓는다.

큰 목소리를 자기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겸손하게 설득하며 세상 사람들에게

이렇게 살지 말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 바둥바둥 살아 뭐 하겠소. 같이 어깨동무하며 더불어 살면 얼마나 좋소라고 말하고 있다. ​

 

 여행 작가의 글이 어떠해야 하는가의 호기심에서 출발해 읽게 된 책이다.

바위와 나무의, 건물의 풍광을 노래할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숨 쉬고 있는 문화를 볼 줄 아는 게

진정 여행 글이라는 것을 알게 해 준 책이다.

그래서 여행 글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어떤 콘텐츠로 글을 채워야 하는지 알게 된 책이다.

여행 작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 보면 어떨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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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숲 1
신영복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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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각각의 것이 아니라 더불어 같이 사는 하나의 숲으로 보는 넓은 마음.

세계 유랑의 기행문

 이 책은 내가 그리고 소망이가 존경하는 소망이의 고등학교 때 은사님의 추천으로 읽게 된 것이다.

신영복 교수님을 알게 된 것은 교수님의 저서 '나무야 나무야'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통해서였다.

​그렇게 오랜 시간 감옥 생활을 한 줄도 몰랐다. 충격이었다.

'나무야 나무야'를 읽고 느낀 것은 기행문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 이야기는 추후에 독서일기를 통해 상세하게 기술할 예정이다.) ​

그의 긍정과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내용에 감명을 받았기에

선생님의 도서 추천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아 바로 구입해서 읽게 되었다.  

 ​여행이란 떠남과 만남의 낭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재발견이었습니다.

여행은 떠나는 것이 아니라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자기의 정직한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이며 우리의 아픈 상처로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여행은 돌아옴(歸)입니다. 나 자신으로 돌아옴이며 타인에 대한 겸손한 이해입니다.

정직한 귀향이며 겸손한 만남입니다. ------------------------- 2권 책머리에

 이 책의 글 역시 경어체이다.

우리는 경어체의 글에 익숙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반말로 '~~했다.'식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교수님의 글은 정좌를 한 선비의 자세가 느껴지는 문체이다.

 문체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온몸으로 전달이 된다.

상대가 어떠한 사람이든 지위 고하,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고 자세를 흩트려뜨리 지 않고

존중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문장을 읽고 단어를 읽다 보면 마침표 부위는 대충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경어체의 마무리에 자세를 바로잡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독자를 배려하는 마음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늘 반말에 익숙한 책 그리고 대화. 책 내용에서 느껴지는 깨달음 못지않게 글체에서

맞닿게 되는 깨달음도 컸다.

 '나무야 나무야'라는 책이 국내를 여행하면서 적은 글이라면

이 책은 세계를 유랑하면서 느낀 것을 담아 놓았다.

자연 풍광이나 자기와 다른 생김새의 사람들의 모습이나 품성에 대한 감탄이 아니라

그 민족의, 국가의 역사를 되짚어 보며 현재의 그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역사의 인과 관계로 지금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한 개인의 지나친 비약일 수도 있겠지만

막연한 짐작이나 짜 맞추기 식의 엉성한 해석보다는 논리적 근거로 자근 자근 설명해 주고 있다.

그곳에 오래 살았던, 한국어를 사용하는 토박이 가이드를 만난 듯한 착각이다.

책 속의 그곳으로 가고 싶었다. 저자의 말이 맞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고

글로 읽는 여행이 보물 지도를 들고 유적지를, 그 곳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을 미리 읽고 그곳에 간다면 얼마나 반가울까?

 화보로 꽉 채워진 화려한 가이드북과 차원이 다른 안내서이다.

유적지를 돌아보고 기념 촬영하며 여행의 추억을 간직하기 위한 목적의 책은 아니다.

글로 보는 여행 가이드북인 것이다.

그러나 여러가지 여건이 된다면 글 속의 흔적을 찾아 나서고 싶어진다.

 어떤 글을 보느냐에 따라 사람의 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글을 모두 이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또 다른 품격이 느껴진다.

 신영복 교수님이 얼마 전에 영면하셨다.

교수님의 저서 '강의'를 읽는 중이라 느낌이 또 달랐다.

교수님께 수업을 듣다가 소식을 들은 것처럼 멍한 느낌이었다.

 교수님의 사상이 이념이 어떠한지 모른다. 다만 그의 글을 통해 그의 마음을 알 수 있다.

세상은 따로 따로가 아니라 더불어 사는 하나라는 것을....

 세계 여행을 떠나기 전 읽게 된다면 깊이 다른 여행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니 굳이 여행을 떠나지 않더라도 쇼파에 앉아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도

재미난 여행이 되지 않을까?

 신영복이 어떤 사람인지 그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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