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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평점 :
고전을 이해하기 위한 마중물.
고전을 다시 읽고 싶었다.
청년 시절 한 번은 고전을 읽어야 했다.
그래서 고전을 읽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읽었던 고전의 구절들이 가물가물해졌다.
논어에서 맹자에서 대학에서 무슨 구절이 있으며
그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눈을 멀뚱멀뚱 뜨고 그런 구절이 있었나 회상하게 된다.
그러면서 다시 고전을 읽어야겠다고 다짐해 보지만 어떻게 읽어야 할지 늘 고민이었다.
고전을 그대로 읽자니 내게 부족한 것이 너무 많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읽고는 싶은데 선뜻 용기를 내어서 읽기가 어려웠다.
그러던 차에 신영복 선생님의 고전 해설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전이라는 것이 현대인이 읽어야 할 필수 인문서임에도 불구하고 접근하는 것이 녹록하지 않아
주위를 맴돌게 된다.
전체적인 것을 이해할 수는 없더라도 문맥만이라도 알자는 생각에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서론
나의 동양고전에 대한 관심은 이처럼 감옥에서
나 지신을 반성하는 계기로 시작되었으며
또 교도소의 현실적 제약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나의 동양고전 공부에 빼놓을 수 없는 분이 계십니다.
바로 감옥에서 함께 고생하셨던 노촌(老村)이구영 선생님입니다.
노촌 선생님의 삶은 어느 것 하나 당대의 절절한 애환이 깃들어 있지 않은 것이 없지만
그중의 한 가지를 예로 들자면 노촌 선생님을 검거한 형사가
일제 때 노촌 선생님을 검거했던 바로 그 형사였다는 사실이지요. ---------------------- 18,19p
동양 사상의 특징으로서 인간주의라고 하는 경우
그것은 그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가 인문적 가치라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 40p
오래된 시와 언
미래는 과거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미래는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변화와 미래가 외부로부터 온다는 의식이 바로 식민지 의식의 전형입니다.
권력이 외부에 있기 때문입니다. ---------------------------------------------- 77p
'주역'의 관계론 - 주역
'논어', 인간관계론의 보고 - 논어
효율과 경쟁을 강조하는 자본가는 전문성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전문화를 거부하는 것이야말로 성공한 자본가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라는 것이지요.
자본가는 어느 한 분야에 스스로 옥죄이기를 거부해왔던 것이지요. -------------------- 151p
덕(德)으로 이끌고 예로 질서를 세우면 부끄러움도 알고 질서도 바로 서게 되지만,
정형(政刑)으로 다스리면 형벌을 면하려고만 할 뿐이며
설사 법을 어기더라도 부끄러움이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 155p
맹자의 의 - 맹자
노자의 도와 자연 - 노자
장자의 소요 - 장자
묵자의 겸애와 반전 평화 - 묵자
순자, 유가와 법가 사이 - 순자
법가와 천하 통일 - 한비자
강의를 마치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내가 이미 알고 있었던 몸에 익숙한 도덕성들 그리고 새롭게 깨닫게 되는 사실들.
지금 글을 쓰면서 몇 번씩 글을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하고 있다.
단어의 첨삭이 아니라 문장을 송두리째 지우고 다시 쓴다.
어떻게 써야 할까의 문제가 아니다 과연 써야 하는지에 대한 원론적인 의문이다.
내가 뭘 보았고 읽었다고 책의 내용을 쓸 수 있는가?
쓴다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동반한다.
그저 표피만을 보고 마치 전체를 보고 커다란 감명을 받은 척한다는 게
너무 위선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평 대신 책 속에 쓰여있는 좋은 글들을 옮기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결론이다.
다른 책과 달리 이 책에 대한 글을 여기서 멈추게 되는 것이 유감이지만
여기서 멈추는 것이 스스로에게 덜 부끄러울 것이라는 판단에 여기까지 쓴다.
중요한 것 하나는 이 책이 고전의 끝이 아니라 고전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하여 고전의 중요성과 재미를 알게 되었다.
많은 느낌들을 몇 줄의 글로 몇 개의 단어로 나열할 수는 없지만
이 책으로 말미암아 고전에 대한 호기심, 더 알고 싶다는 마음,
더 읽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어찌 보면 고전의 마중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