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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 나무야 - 국토와 역사의 뒤안에서 띄우는 엽서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1996년 9월
평점 :
세상을 바라보는 따스한 눈길.-여행 작가 지망생들에게 추천
신영복 교수의 책을 접하게 된 게 어떤 의도나 목적이 아니었다.
여행 작가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러던 중 인터넷 서점에 전시되어 있는 책 중에서
가격이 저렴하고 별점이 많은 것을 고르다 보니 우연하게 고르게 된 것이다.
저자의 연력을 읽다 보니 예사로운 인물은 아니었다.
'통일 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받고 20년 20일 동안 영어의 몸이었다가 풀려났다고 한다.
시간을 거슬러 생각해 보면 억울한 옥살이가 아니었겠나 짐작해 본다.
150여 페이지의 얇은 책이라 금세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내용의 깊이 그 어느 책보다 심오하였다.
글을 쓰기 위해서 떠난 여행은 편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좋은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부담 없이 다시 떠나보고 싶습니다. ------------------------------6P
피라미드의 건설이 정치가 아니라
피라미드의 해체가 정치라는 당신의 글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땅을 회복하고 노역을 해방하기 위해서는
먼저 모든 형태의 피라미드를 허물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 23P
"처음으로 쇠가 만들어졌을 때 세상의 모든 나무들이 두려움에 떨었다.
그러나 어느 생각 깊은 나무가 말했다. 두려워할 것 없다.
우리들이 자루가 되어주지 않는 한 쇠는 결코 우리를 해칠 수 없는 법이다." ----- 29p
세상에서 가장 능력이 있는 사람이 수많은 손을 가진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그러나 그것은 마음이 있는 손이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 69p
없이 사는 사람들의 부정은 흔히 그 외형이 파렴치하고 거칠게 마련이지만
그것은 마치 맨손으로 일하는 사람의 손마디가 거친 까닭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합니다.
그에게는 '합법적인 불법'을 저지를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정작 딱한 것은 그 부분을 줌렌즈의 피사체로 잡는 세상 사람들의 춘화적(春畵的) 탐닉이며
그러한 이데올로기의 당의(糖衣) 길들어 있는 우리들의 빈약한 의식이라고 해야 합니다. --- 116p
감성적으로 느낌이 와 닿는 얘기보다는 왜 저렇게 말했을까 곱씹어 보게 된다.
어떤 연유에서 저런 생각을 갖고 저런 말, 표현을 할 수 있는가 생각하게 된다.
자연의 이치 속에 사람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작고 미약한지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토를 발로 디뎌 보면서 새롭게 느끼는 국가.
그리고 그 속에 어우러져 사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
치열한 인간들의 삶과 달리 질서 정연하게 움직이고 있는 자연의 위대함.
그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세상의 불공평함과 현실의 부조화, 부조리에 대해서 일침을 놓는다.
큰 목소리를 자기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겸손하게 설득하며 세상 사람들에게
이렇게 살지 말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 바둥바둥 살아 뭐 하겠소. 같이 어깨동무하며 더불어 살면 얼마나 좋소라고 말하고 있다.
여행 작가의 글이 어떠해야 하는가의 호기심에서 출발해 읽게 된 책이다.
바위와 나무의, 건물의 풍광을 노래할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숨 쉬고 있는 문화를 볼 줄 아는 게
진정 여행 글이라는 것을 알게 해 준 책이다.
그래서 여행 글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어떤 콘텐츠로 글을 채워야 하는지 알게 된 책이다.
여행 작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 보면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