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new 시리즈 4
The School Of Life 지음, 구미화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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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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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친구들과 영어 스터디를 위해 찾았던 신촌의 스터디 카페에는 영어로 질문이 적힌 카드들이 구비되어 있었다. 그 카드를 이용해 대화 주제를 찾는 수고를 덜곤 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영어 학습용 질문 카드라고 생각했는데질문이 묘하게 심오한데다 직설적으로 적혀있어서 찾아보니 '인생학교(The School of Life)'와 관련된 카드였다. 인생학교라는 개념이 신기하기도 하고, 작가로 유명한 알렝 드 보통이 설립한 곳이라고 하여 잠시 관심을 가졌는데, 어느새 잊고 있었다. 그래서 인생학교 시리즈가 새롭게 나왔다는 소식이 더욱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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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학교는 세상의 '감성 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의 양을 증가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글로벌 조직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 생활을 한지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지만 사실 아직도 모르는 것 투성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상태가 이어질 것이다. 그래서 '인생'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인생학교'가 필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p.19)

인생학교는 사회가 감성적으로 똑똑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사상의 올바른 역할이라고 생각하며, 그 점을 증명하기 위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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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학교-관계> '연인 관계'에 대해 다룬 책으로, 낭만주의 애정관의 환상에 대한 지적으로 시작한다. 낭만주의 애정관은 로맨스 영화에 등장하는 것과 같은 '낭만적인' 사랑을 바람직한 것으로 여긴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애정관이기도 하다. 그러나 책에서는 낭만주의가 '사랑을 망치는 재앙'이었다고 말한다. 그렇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러브스토리는 결국 영화 속의 이야기일 뿐이다. 현실은 영화처럼 극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여러 측면에서 질척거린다. 어째서 현실이 영화같지 않은지를 생각하기 보다는, 현실적인 애정관을 정립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p.27)

낭만주의는 진실한 사랑이라면 모든 외로움이 모두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좋은 배우자라면 상대방을 전적으로이해하며, 심지어 상대방과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도 그럴 것이라고 장담했다. 직관으로 상대방의 영혼까지 파악할 것이라는 이야기다(낭만주의자들은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나를 이해할 것이라는 발상을 특히 중요하게 여겼다).

 

(p.32)

이제 낭만주의적 애정관을 심리학적으로 성숙한 애정관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되는 다양한 생각을 권장하는 이 개념은 고전주의적 애정관이라고 부를 수 있다.

-. 사랑과 섹스는 늘 한 세트가 아니어도 정상이다.

-. 초기에 대놓고 진지하게 돈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사랑에 대한 배신은 아니다.

-. 나는 약점이 있는 사람이고 배우자도 그렇다고 인정하면 서로에 대한 인내와 관용이 더욱 커진다는 점에서 서로에게 엄청난 이익이다.

-. 나는 다른 사람의 모든 것을 알 수 없으며 그들도 나의 모든 것을 알 수 없다. 어떤 특이한 결함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이 작용하는 방식이 그렇다.

-.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인위적인 노력을 수시로 해야 한다. 직감으로는 자신이 가야 할 정확한 방향을 알 수가 없다.

-. 욕실 수건을 걸어놓어야 하는지, 아니면 바닥에 깔아도 되는지를 놓고 언쟁하느라 두 시간을 소비하는 것은 시시하지도 지루하지도 않다. 빨래와 시간 약속에도 특별한 품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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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인지 연인과의 관계에서는 이성을 무시하고 감정적으로만 대응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러한 행동이 두 사람의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무슨 문제겠냐만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으니 문제가 된다. <인생학교-관계>에서는 매우 담백하게 연인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리고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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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9번째 챕터인 ['있는 모습 그대로'라는 환상]이었다. 누구나 자신의 연인만은 있는 모습 그대로의 본인을 사랑해주길 바랄 것이다. 어쩐지 사랑에 빠져 연인 관계를 맺은 상대방이라면 그렇게 해야 맞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최소 십여년 이상 따로 살아왔던 누군가를 '그대로' 사랑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함께 사는 가족들과도 이런저런 부분에서 부딪치게 되는데  말이다.

 

(p.79)

배우자를 변화시키고 싶다는 생각은 왠지 이상하고 불온하게 들린다. 그 이유는 우리가 전체적으로 낭만주의가 규정한 사랑의개념 중 어떤 한 측면에 깊은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사랑을 증명하는 가장 중요한 징표가 바로 그의 모든 것을 포용하는 능력이다. 상대방의 좋은 면과 나쁜 면을 모두 받아들어야 하며, 특히 나쁜 면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p.81)

그러나 어느 시점이 되면 우리는 한계에 도달하고만다. 누군가를 그 모습 그대로 무조건 사랑해야 한다거나,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를 나쁜 사람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불가능을 요구하는 것이다. 나를 제대로아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아무것도 바꾸고 싶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 스스로도 변화와 발전을 열망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나도 내심 스스로에게 바라는 것을 그가 나에게 바란다고 해서 왜 비난하는가?

 

(p.84)

사랑은 두 사람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서로 보살펴주고 키워주는 기회여야 하며, 각자의 모든 잘못이 용서되기만을 바라는 꿈같은 희망사항이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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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시리 연인 관계에 관해서는 이성적으로 접근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에, 이러한 생각들을 피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인생학교-관계> 책을 읽으면서, 무엇이 바람직한 관계 구축 방법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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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 일본에서 살아본다면
나무 외 지음 / 세나북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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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외국에서의 ''을 그려볼 것이다. 여행은 기간이 길어도 어쨌든 여행이다. 그 곳에서 실제로 '생활'하는 것은 여행과는 다른 무게와 의미를 지닌다. 물론 여행을 가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 해외에 살러 나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인스타그램에서 [한달살기]라는 태그를 달고 올라오는 수많은 게시글들은 아마도 그 타협점의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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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 일본에서 살아본다면>은 실제로 일본에서 살았고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기록이다. 저자 16명의 사연은 각양각색이다. 한국에서 회사를 다니다 때려치고 덜컥 일본으로 향하기도 하고, 스웨덴 남편과 결혼해 일본에 살기도 하고, 일본이 좋아 이끌리듯 일본에서 살아보기도 하고, 그리고 한국으로 온 일본 사람의 이야기도 있다. 성별도 나이도 사연도, 심지어는 국적까지 제각각이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있다. 바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는 느낌이다. 물론 힘들었던 이야기들도 적혀 있지만, 그러한 과정들까지 추억으로 품어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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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일본에서 살아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 책이 더 반가웠다. 대학교 3학년을 마치고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일본에 갔다. 졸업을 하고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를 하기 전에 숨을 돌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공부할 생각보다는 일본에서 무사히 살다가 오는 것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그냥마냥 잘 쉬다가 왔다. 분명 돌이켜보면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닌데, 그러한 과정들까지 추억으로 품어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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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전해지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는 느낌은, 일반적이지 않은 길을 선택해서 무사히 걸었다는데서 오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물론 한국에서도 이탈은 가능하지만, 얽히고 설킨 것들이 너무 많아서 쉽지가 않다. 그에 비해 일본이라는 다른 나라에서 생활하는 것은, 애초에 정해진 가이드라인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게 본인의 선택하에 이뤄지게 된다. <한 번쯤 일본에서 살아본다면>에는 그렇게 각자만의 길을 만들어낸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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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 일본 워킹을 마치고 돌아온 뒤 8년만에 일본을 다시 찾았다. 남들은 23일이면 충분하다는 도쿄를 56일의 일정으로 갔다. 그래도 짧았다. 한 달은 살아야 이 갈증이 해소될 것 같은데, 그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한 번쯤 일본에서 살아본다면> 책 속 이야기들로 그 갈증을 조금이나마 달래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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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백제 - 백제의 옛 절터에서 잃어버린 고대 왕국의 숨결을 느끼다
이병호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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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백제>라는 제목과, 표지에 적힌 '백제의 옛 절터에서 잃어버린 고대 왕국의 숨결을 느끼다'라는 문장을 보고, 당연히 백제의 '역사'를 다루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백제를 사랑한 사람의 이야기이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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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날개에 적힌 저자에 대한 설명을 일부 옮겨본다. 

-. 국립박물관 큐레이터로서 '특별전 백제', '백제의 공방' 등의 전시 업무와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 개관, '한국 박물관 100년사' 편찬 사업, 조선총독부박물관 자료 정리 사업 등을 수행했다. 현재는 국립미륵사지유물전시관 관장으로 새로 건립하는 국립익산박물관(가칭)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박물관의 수장고를 발굴하여 소장품을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전시와 교육을 활성화시키는 일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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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가 백제 연구자로 성장한 과정에 대한 서술로 시작해, 국립박물관 큐레이터로서 백제 특별전을 맡고, 정림사지 소조상과 능산리 목간 연구를 하고, 일제강점기에 행해진 백제사 연구를 살펴보고, 일본에서 백제 관련 연구를 하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 책은 백제 연구자인 저자의 삶의 기록이다. 백제의 흔적과 그 역사를 다루면서도, 연구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 신선했다. 백제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지만, 연구 과정을 거쳐 '정제'된 정보만 휙휙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연구 과정을 함께 밟아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저자와 함께 답사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 (프롤로그...'나의 백제 예찬')

-. 백제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백제가 문화 강국이었다고 항변하지만 이 또한 선뜻 떠올리기 힘들다. 고구려는 세계 어느 나라에 내놓아도 손생이 없는 고분벽화가 있고, 신라에는 눈부신 황금의 나라답게 금관을 비롯한 화려한 금속공예품이 남아 있다. 이에 반해 백제는 공주 무령왕릉 말고는 특별히 떠오르는 것이 없고, 생각난다 한들 대부분 깨지거나 부서진 파편들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역사 교사인 아내에게 백제와 관련된 책을 쓰려고 한다 했을 때 "팔리지도 않는 책을 내 주는 출판사가 있느냐"며 잔뜩 핀잔을 들어야 했다.


-. 일반인에게 백제는 삼국 중 가장 먼저 멸망한 나라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 물론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므로 삼국 통일 전쟁의 승자였던 신라가 고구려나 백제의 역사를 철저하게 말살시키고, 신라인의 관점에서 쓴 역사서만 남긴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삼국 간 전쟁에서 승리한 신라가 백제와 의자왕에 대해 부정적으로 묘사했을지라도 그러한 관념이 잭제사 전체에 덧입혀져 확대재생산되는 것은 잘못이다. 백제는 고대 삼국의 한 축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허허벌판에 서서 백제 문화의 독자성이나 국제성을 상상하고 이야기한다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가? 그렇다고 부족한 볼거리를 채워 줄 상징적인 조형물이나 기념비적인 건물을 복원하자는 말은 결코 아니다. 이제 우리는 뭔가 다른 방법으로 백제를 만나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적어도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백제사가 아니라 구체적인 유적이나 유물을 마주하면서 거시적인 시각으로 백제를 관조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이제 백제사를 찬란하고 위대한 고대사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나와 같은 곳에서 태어나 몇 세대를 먼저 살다 간 우리 아버지나 할아버지와 나누는 이야기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 이 책은 지금까지 내가 찾아 헤맨 백제사 연구에 대한 기록이자 지금부터 내가 만들어 갈 삶에 대한 약속이다. 나의 백제 이야기가 현재를 함께 살아가는 동시대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공유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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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 우연한 기회로 일본 칸사이 지역에 패키지 여행을 갔었다. 오사카와 교토, 나라 지역에는 한반도와 관련된 유적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단연 백제의 존재감은 두드러진다. 그리고 당시 가이드분이 '하찮다, 별볼일없다'라는 뜻의 일본어인 '구다라나이(くだらない)'라는 말이 백제와 관련있다고 설명했던 부분은 지금도 기억이 난다. 구다라(くだら)는 '백제'를, 나이(ない)는 '없다'는 뜻이다. 즉, 백제가 없으니(백제의 것이 아니니) 하찮다는 것이다. 일본어를 전혀 모르던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설명만은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정작 한국에서 역사를 배울 때는 백제를 그렇게까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는데, 일본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 신기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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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백제>를 읽으면서, 다시 백제에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반성이라기보다는, 그냥 그렇게 하고 싶어졌다. 'ㅡ'  


[+]

후기에서 저자는 "학술 논문을 주로  써 온 내가 갑자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글을 쓰려니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적었는데, 대중적이지 않은 주제를 쉽게 풀어낸 문장에 감탄하며 책을 읽어나간 사람으로써 배신감(!)에 가까운 감정을 느꼈다. 허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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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취월장 - 일을 잘하기 위한 8가지 원리
고영성.신영준 지음 / 로크미디어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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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성 작가님과 신영준 박사님의 신간이 나왔다. 전작 <완벽한 공부법>이 '공부'에 관한 책이었다면,  <일취월장>은 '일'에 관한 책이다. 띠지에서는 책 제목인 <일취월장>을 "일을 성취하여 월등히 성장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p.5)

진지하게 우리 인생을 들여다보면 우리 대부분은 30년도 넘게 일을 해야 한다. 그런데 만약에 우리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과연 어떤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반대로 단순히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하는 일이 아닌 우리를 성장시키고 또 의미까지 부여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면 그것보다 즐거운 삶이 또 있을까? 그렇다면 인생에서 우리가 가장 시간을 많이 쏟어야 하는 일을 어떻게 좋아하면서 잘할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일을 잘하기 위한 방법을 총체적인 관점에서 설명하였다. 과연 일은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고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가? 또 우리는 그런 일에 대해 어떤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가? 우리는 일의 본질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제대로 그리고 즐겁게 일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연구한 8가지 핵심 요소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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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취월장>에서 제시하는 8가지 핵심 요소는 '운','사고', '선택', '혁신', '전략', '조직', '미래', '성장'이며, 이들 핵심 요소 각각에 초점을 맞춰 각 장의 내용을 풀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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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퀘스트의 시작에 불과하다. 문제는, 그 사실을 깨닫는데 너무 오래 걸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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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일을 하고 있었도, 나이가 서른이 넘어도 질풍노도의 시기는 찾아온다. 그리고 여전히 험난하다. 과거형으로 쓰고 싶지만 슬프게도 현재진행형이다. 열심히 마음을 추스려 보려고 하는데, 당장 다음달에 수입이 없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 심난함이 쉬이 가시지 않는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부정당하는 느낌이라 의연하기가 쉽지 않다. 나름 한다고 했는데,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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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지 않지만 그렇다고 늦지도 않게 취업을 했다. 본격적으로 기업 분석을 하고 자소서 작성을 시작하려던 차에, 우연히, 운 좋게, 덜컥(!) 취업을 했다. 작은 중소기업이지만, 커다란 조직보다는 매일 서로를 마주치는 소규모 조직이 더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싫지 않았다. 매일매일 비슷한 업무가 반복되는 경향이 있지만 그래도 못 견딜 정도로 싫지는 않았다. 적잖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월급이 오르지 않았지만 그러려니 했다. 그렇게 현실에 안주해버렸고, 그 결과가 지금이다. 분명 지금보다 더 나은 상황을 만들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든다. 다 내가 뿌린 씨앗이니 열심히 수습하는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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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설명을 덧붙일 수야 있겠지만, 그냥 간단히 말해 지금 나는 길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머지않아 다시 새롭게 취업 준비를 해야 할 수도 있다. 잠깐 쉬어보는 선택지도 있지만, 아예 일을 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먹고 살아야 하니까 말이다. 후하. 지금의 질풍노도를 헤쳐나가고, 이 다음에 찾아올 질풍노도에 조금 덜 흔들리기 위해서는 결국 일 잘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회사에 다니든 프리랜서로 일을 하든, 어쨌든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되고 싶다. 이러한 시점에 <일취월장> 출간 소식을 접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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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취월장>은 심난한 마음을 부드럽게 다독여주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힘들다고 피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 반성하는 마음을 담아 한장한장 읽어나갔다. 아직 내용을 다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에 앞으로 몇번이고 다시 읽어볼 예정이지만, 처음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을 간단히 기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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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집중해서 읽었던 부분은 2장 '사고'였다. '반성적 사고'와 '기록 : DR과 AAR'의 내용은 분명 <완벽한 공부법>에서 접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부끄러웠다. 왜 내가 처한 상황이 호전되지 않고 있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양손잡이 경영 : 지식의 탐색과 심화' 부분을 읽으면서, 뭔가 하고 있는데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 이유를 알았다. 말할 것도 없이 지식의 심화 과정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알고만 있고 실천 및 적용하지 않는 태도가 지금의 상황을 초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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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서 살아남고,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실력'이 중요하다. 주관적인 기준인 '열심히 했다'가 아니라,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입했는지는 사실 의미가 없다. 결과물로 이야기하는 것이 맞다. 여기까지 생각하고, 내가 걸어온 길을 뒤돌아봤다. 객관적으로 업무를 빠르게 잘 처리했다고 말하긴 어려웠다. 나름대로 열심히 했고, 많은 시간을 투입했다. 그래서 나는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던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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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취월장>은 일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는 '실용서'가 아니다. 애초에 업계마다, 회사마다 필요한 업무 방식이 상이하기 때문에 그런 책은 나오기 힘들다. 그 대신 <일취월장>은 회사 운영 및 사업 추진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다룬다. '회사'와 '사업'에 대한 설명을 함으로써, 그 구성원들이 각자에게 필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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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일취월장>은 중간 관리자를 비롯해 회사 운영과 관련된 의사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특히 필요한 책이라 생각한다. 회사는 여러 명의 구성원들이 상호작용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혼자 열심히 잘한다고 해서 즉각적인 성과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게다가 조직 구성원들이 모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상호작용하는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곳이 대부분인지라, 입사 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의욕'을 잃고 기계적으로 주어진 일만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는 것은 사실상 관리자급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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얍. 일단, 사원 나부랭이는 데일리 피드백과 자기계발(독서, 글쓰기, 영어공부) 등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해보기로 합니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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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박에 한국사 : 현대편 - 역사 무식자도 쉽게 맥을 잡는 단박에 한국사
심용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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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박에 한국사> 시리즈는 앞에 붙은 '역사 무식자도 쉽게 맥을 잡는'이라는 수식어가 매력적이다. 여전히 역사 무식자이지만 계속 이것저것 넣다보면 뭐라도 쌓이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관련 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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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박에 한국사 현대편은 총 19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 2차 세계대전부터 1987년 6월항쟁까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음, '현대편'이니까 그 이후의 이야기도 함께 담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 1강 ::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다

-. 2강 :: 미국이 만든 세계로 재편되다

-. 3강 :: 공산 진영의 양대 강자, 소련과 중국

-. 4강 :: 해방의 기쁨도 잠시, 갈등이 증폭하다

-. 5강 :: 해방 후 3년, 어떻게 분단되었는가

-. 6강 :: 불완전한 신생공화국, 대한민국 출발

-. 7강 :: 제주 4.3사건, 민간인 학살이 자행되다

-. 8강 :: 해방 후 북한은 어떻게 변화했는가

-. 9강 :: 민족의 상흔만 남긴 참극의 절정, 한국전쟁

-. 10강 :: 이승만의 몰락, 민주공화정의 정체성을 찾아나서다

-. 11강 :: 민주주의가 아닌 군인들의 시대가 열리다

-. 12강 :: 누구를 위한 베트남전쟁인가

-. 13강 :: 적과의 싸움인가, 가난과의 싸움인가

-. 14강 :: 냉전 시대의 중국과 일본의 길

-. 15강 :: 유신체제로 좌절된 새로운 시대

-. 16강 :: 조국 근대화, 서울에서 시작해 서울에서 끝나다

-. 17강 :: 체제 유지를 위한 인권 유린이 자행되다

-. 18강 ::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세벽은 온다

-. 19강 :: 1987년 6월, 거대한 변화가 시작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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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박에 한국사 현대편>은 무겁지 않은 역사책이다. 단순 서술이 아니라 이야기하는 어투로 서술되어 있고, 일러스트도 전혀 무겁지 아니하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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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장의 [맥을 잡아봅시다] 부분에서 시대적 상황에 대한 설명을 하고, [함께 생각해봅시다] 부분에서는 주요 이슈에 대해 말 그대로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예를 들어, 제2차 세계대전을 이해하는 방식을 살펴보면, 세계사라는 장르 자체를 서양인들이 만든 것인지라 제2차 세계대전을 비극적인 단어들로 묘사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제국주의가 붕괴했고, 조선을 포함한 많은 식민지 국가들이 해방을 맞았다는 것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p.29)

-. 함께 생각해봅시다 :: 제2차 세계대전을 이해하는 방식

사실 세계사라는 장르 자체가 서양인들이 만든 거거든요. 인류사에 대해 체계적으로 기술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전체적인 비중으로 보았을 때 서양 이야기가 훨씬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죠. 특히 근대 이후의 역사는 철저하게 서양인 관점에서 쓰였답니다. 그런 세계사 교육과정이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적용됐고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모든 세계사 서적이 같은 방식을 따르죠. 그래서 세계사를 바라보는 관점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다른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어요.


(p.30)

제2차 세계대전을 받아들이는 감수성 역시 천편일률적이에요. 전쟁의 참화, 끔찍한 죽음, 엄청난 고통, 제2차 세계대전은 흔히 이런 비극적인 단어들로 묘사됩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대부분 결과적인 묘사랍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의 본질 자체가 열강의 기득권 다툼이자 제국주의의 모순이 폭발한 것이거든요. 그 결과 전 지구적 제국주의가 붕괴되었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됩니다. 즉, 식민지 조선뿐 아니라 19세기부터 진행된 전 지구적인 식민지가 해체되기 시작하는 역사의 극적인 출발점이었다는 말이에요. 그렇다면 이 사건을 음미할 때 어떻게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과정은 너무나 힘들었지만 진정한 희망, 새 역사의 시작이라고 느끼는 것이 적당한 감정이 아닐까요? 제국주의 시대는 끝났지만 마음속에 여전히 아로새겨진 내면의 식민주의, 이제 극복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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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이슈들이 각 장에서 다뤄지고 있기 때문에, 관심있는 부분을 발췌독 방식으로 읽는 것도 좋다. 제주4.3사건은 최근 알쓸신잡2에서 언급된 바 있는지라 더 관심을 가지고 읽었다. 고등학교 수업시간에 들었을 때도 충분히 충격적이었는데, 역시 다시 읽어도 현실감이 없는 사건이다. 베트남전쟁에 관해서는 정리된 내용을 접할 기회가 잘 없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머리 속에 있던 여러 내용들이 조금은 정리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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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역시 최근의 정치 상황과 관련된 이슈들을 읽는 것이 더 재미있다. 유신체제에서 6월항쟁으로 이어지는 내용은 접할 때마다 어딘지 모르게 답답한 느낌이 든다. 그와 동시에 지금의 정치 상황에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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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박에 한국사 현대편 뒷페이지에는 간단하게 연표가 정리되어 있다. 역사 관련 책을 읽으면 이런저런 내용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기 때문에, 연표로 흐름을 잡아주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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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더불어 맨 뒤에는 미니북 형태의 <심쿵비기 인물열전>이 붙어 있다. ㅋㅋㅋ 한국사 능력시험을 봐야지 생각만 하고 있는데, 만약 준비하게 된다면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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