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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 일본에서 살아본다면
나무 외 지음 / 세나북스 / 2017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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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외국에서의 '삶'을 그려볼 것이다. 여행은 기간이 길어도 어쨌든 여행이다. 그 곳에서 실제로 '생활'하는
것은 여행과는 다른 무게와 의미를 지닌다. 물론 여행을 가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 해외에 살러 나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인스타그램에서 [한달살기]라는 태그를 달고 올라오는 수많은 게시글들은 아마도 그
타협점의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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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 일본에서 살아본다면>은 실제로 일본에서 살았고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기록이다. 저자 16명의 사연은 각양각색이다. 한국에서 회사를 다니다 때려치고 덜컥
일본으로 향하기도 하고, 스웨덴 남편과 결혼해 일본에 살기도 하고, 일본이
좋아 이끌리듯 일본에서 살아보기도 하고, 그리고 한국으로 온 일본 사람의 이야기도 있다. 성별도 나이도 사연도, 심지어는 국적까지 제각각이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있다. 바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는 느낌이다.
물론 힘들었던 이야기들도 적혀 있지만, 그러한 과정들까지 추억으로 품어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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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일본에서 살아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 책이 더 반가웠다. 대학교 3학년을 마치고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일본에 갔다. 졸업을 하고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를 하기 전에 숨을 돌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공부할 생각보다는 일본에서 무사히 살다가 오는 것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그냥마냥 잘
쉬다가 왔다. 분명 돌이켜보면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닌데, 그러한
과정들까지 추억으로 품어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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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전해지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는 느낌은, 일반적이지 않은 길을 선택해서 무사히 걸었다는데서 오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물론 한국에서도 이탈은 가능하지만, 얽히고 설킨 것들이 너무 많아서
쉽지가 않다. 그에 비해 일본이라는 다른 나라에서 생활하는 것은, 애초에
정해진 가이드라인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게 본인의 선택하에 이뤄지게 된다. <한 번쯤
일본에서 살아본다면>에는 그렇게 각자만의 길을 만들어낸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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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월, 일본
워킹을 마치고 돌아온 뒤 8년만에 일본을 다시 찾았다. 남들은 2박3일이면 충분하다는 도쿄를 5박6일의 일정으로 갔다. 그래도 짧았다.
한 달은 살아야 이 갈증이 해소될 것 같은데, 그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한 번쯤 일본에서 살아본다면> 책
속 이야기들로 그 갈증을 조금이나마 달래볼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