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new 시리즈 4
The School Of Life 지음, 구미화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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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친구들과 영어 스터디를 위해 찾았던 신촌의 스터디 카페에는 영어로 질문이 적힌 카드들이 구비되어 있었다. 그 카드를 이용해 대화 주제를 찾는 수고를 덜곤 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영어 학습용 질문 카드라고 생각했는데질문이 묘하게 심오한데다 직설적으로 적혀있어서 찾아보니 '인생학교(The School of Life)'와 관련된 카드였다. 인생학교라는 개념이 신기하기도 하고, 작가로 유명한 알렝 드 보통이 설립한 곳이라고 하여 잠시 관심을 가졌는데, 어느새 잊고 있었다. 그래서 인생학교 시리즈가 새롭게 나왔다는 소식이 더욱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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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학교는 세상의 '감성 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의 양을 증가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글로벌 조직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 생활을 한지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지만 사실 아직도 모르는 것 투성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상태가 이어질 것이다. 그래서 '인생'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인생학교'가 필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p.19)

인생학교는 사회가 감성적으로 똑똑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사상의 올바른 역할이라고 생각하며, 그 점을 증명하기 위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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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학교-관계> '연인 관계'에 대해 다룬 책으로, 낭만주의 애정관의 환상에 대한 지적으로 시작한다. 낭만주의 애정관은 로맨스 영화에 등장하는 것과 같은 '낭만적인' 사랑을 바람직한 것으로 여긴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애정관이기도 하다. 그러나 책에서는 낭만주의가 '사랑을 망치는 재앙'이었다고 말한다. 그렇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러브스토리는 결국 영화 속의 이야기일 뿐이다. 현실은 영화처럼 극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여러 측면에서 질척거린다. 어째서 현실이 영화같지 않은지를 생각하기 보다는, 현실적인 애정관을 정립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p.27)

낭만주의는 진실한 사랑이라면 모든 외로움이 모두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좋은 배우자라면 상대방을 전적으로이해하며, 심지어 상대방과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도 그럴 것이라고 장담했다. 직관으로 상대방의 영혼까지 파악할 것이라는 이야기다(낭만주의자들은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나를 이해할 것이라는 발상을 특히 중요하게 여겼다).

 

(p.32)

이제 낭만주의적 애정관을 심리학적으로 성숙한 애정관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되는 다양한 생각을 권장하는 이 개념은 고전주의적 애정관이라고 부를 수 있다.

-. 사랑과 섹스는 늘 한 세트가 아니어도 정상이다.

-. 초기에 대놓고 진지하게 돈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사랑에 대한 배신은 아니다.

-. 나는 약점이 있는 사람이고 배우자도 그렇다고 인정하면 서로에 대한 인내와 관용이 더욱 커진다는 점에서 서로에게 엄청난 이익이다.

-. 나는 다른 사람의 모든 것을 알 수 없으며 그들도 나의 모든 것을 알 수 없다. 어떤 특이한 결함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이 작용하는 방식이 그렇다.

-.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인위적인 노력을 수시로 해야 한다. 직감으로는 자신이 가야 할 정확한 방향을 알 수가 없다.

-. 욕실 수건을 걸어놓어야 하는지, 아니면 바닥에 깔아도 되는지를 놓고 언쟁하느라 두 시간을 소비하는 것은 시시하지도 지루하지도 않다. 빨래와 시간 약속에도 특별한 품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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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인지 연인과의 관계에서는 이성을 무시하고 감정적으로만 대응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러한 행동이 두 사람의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무슨 문제겠냐만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으니 문제가 된다. <인생학교-관계>에서는 매우 담백하게 연인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리고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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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9번째 챕터인 ['있는 모습 그대로'라는 환상]이었다. 누구나 자신의 연인만은 있는 모습 그대로의 본인을 사랑해주길 바랄 것이다. 어쩐지 사랑에 빠져 연인 관계를 맺은 상대방이라면 그렇게 해야 맞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최소 십여년 이상 따로 살아왔던 누군가를 '그대로' 사랑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함께 사는 가족들과도 이런저런 부분에서 부딪치게 되는데  말이다.

 

(p.79)

배우자를 변화시키고 싶다는 생각은 왠지 이상하고 불온하게 들린다. 그 이유는 우리가 전체적으로 낭만주의가 규정한 사랑의개념 중 어떤 한 측면에 깊은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사랑을 증명하는 가장 중요한 징표가 바로 그의 모든 것을 포용하는 능력이다. 상대방의 좋은 면과 나쁜 면을 모두 받아들어야 하며, 특히 나쁜 면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p.81)

그러나 어느 시점이 되면 우리는 한계에 도달하고만다. 누군가를 그 모습 그대로 무조건 사랑해야 한다거나,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를 나쁜 사람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불가능을 요구하는 것이다. 나를 제대로아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아무것도 바꾸고 싶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 스스로도 변화와 발전을 열망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나도 내심 스스로에게 바라는 것을 그가 나에게 바란다고 해서 왜 비난하는가?

 

(p.84)

사랑은 두 사람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서로 보살펴주고 키워주는 기회여야 하며, 각자의 모든 잘못이 용서되기만을 바라는 꿈같은 희망사항이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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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시리 연인 관계에 관해서는 이성적으로 접근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에, 이러한 생각들을 피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인생학교-관계> 책을 읽으면서, 무엇이 바람직한 관계 구축 방법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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