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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사다리 - 불평등은 어떻게 나를 조종하는가
키스 페인 지음, 이영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2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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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이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당연한 것이니 어쩔 수 없다고 여겼다. 음, 그보다는 불평등이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그렇게 크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러진 사다리>는 불평등이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며, 그 정도를 줄임으로써 상당수의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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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은 '가난'과 동의어가 아니다. 하지만 불평등이 심해지면 가난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빈곤감을 느끼고 가난한 사람처럼 행동하게 된다. 절대적인 가난의 정도보다는 주변 사람과의 비교를 통한 상대적 가난의 정도가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무상 급식을 받았던 자신의 경험으로 이를 설명한다. 어느날 학교 급식 담당자가 바뀐 것을 계기로 그는 자신이 무상 급식 학생에 속한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 부모님의 소득과 집안 상황은 그대로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더' 가난해졌다.
(p.23)
무상 급식의 의미를 깨달았던 그 순간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고, 그 일을 되새길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우리 가족은 그 전날이나 그날이나 똑같이 가난했찌만, 그 순간 모든 것이 바뀌었다. 나와 친구들 사이의 차이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모두 똑같은 교복을 입고 있었지만, 급식비를 내는 아이들이 더 잘 차려입인 것처럼 보였다. 신발 때문이었을까? 머리 모양도 더 예뻐 보였다. 집에서 가위로 자르는 게 아니라 미용실에 다녀서 그랬을가? 우리 모두 반경 십여 킬로미터 내에서 함께 자랐지만, 무상 급식을 받는 아이들은 우리 부모님처럼 남부 사람 특유의 느릿느릿한 말투를 썼다. 반면 급식비를 내는 아이들은 마치 뉴스 앵커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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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적인 사회적 위치를 측정하는 데 사용되는 도구인 '지위의 사다리(Status Ladder)' 상에서의 위치를 측정할 때도, 소득, 교육, 직업 등 지위를 평가하는 전통적인 지표들과 주관적인 인식 사이에 큰 차이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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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불평등한 대우를 싫어한다. 꼬리감는원숭이나 아이들에게서도 불평등한 대우에 분노하는 모습이 나타나는 걸 보면, 이러한 성향은 학습되기보다는 진화된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은 굳이 배우지 않아도 똑같이 받으면 공평하고 덜 받으면 불공평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사회가 발달하면서 계급이 생겼고 어느새 불평등함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문제는 최근 수십 년 동안 많은 국가들이 아주 불평등해졌다는 사실이다. 지위의 사다리가 높아졌고, 상대적인 빈곤감을 느끼기 쉬운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여기에서 오는 '남보다 가난하다는 느낌'은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미래를 계획하는 대신 눈 앞에 놓인 당장의 이익을 놓치지 않기 위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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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을 인식하는데 있어 객관적인 지표보다 주관적인 인식이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의식적으로 이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꿀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9장 '수직 사회에서 사는 기술'에서 바로 그에 관한 내용을 다룬다. 일례로, 자신보다 위에 있는 사람과의 '상향 비교'가 아니라, '하향 비교'로 관심을 돌리는 것은 고마운 마음을 갖게 한다. 물론, 자신보다 못한 사람과 비교하면서 현실에 안주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상향 비교와 하향 비교를 현명하게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 도구로 활용하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과거를 비교 대상으로 삼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와 동기'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쓰는 대신 자기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p.258)
내가 강조하고 싶은 마지막 전략은 빈자와 부자 모두에게 적용된다. 사회적 비교나 소득 분배, 혹은 거주 지역의 문제와는 크게 상관이 없다. 바로,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책의 서두에서 말했듯이, 사람들에게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와 동기를 써보세요"라고 하면 반복적으로 나오는 답들이 몇 개 있는데, 높은 지위를 원한다고 대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소중한 가치에 대해 잠깐 생각해보라고 하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사랑하는 이들과 관련된 개인적 가치나 대의를 떠올린다. 사회적 사다리를 오르는 일과는 거의 관계가 없는 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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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개인이 불평등한 현실을 바꿀 수는 없지만, 각자의 인식을 바꾸는 것은 할 수 있다.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보다 나은 내일을 보내기 위한 전략 중 하나로 시도해 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