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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 집에 살고 싶을 뿐이야 - 스물다섯 부린이의 본격 내 집 마련 프로젝트
진리 지음 / 미래의창 / 2022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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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은 여전히 어렵게만 느껴지는 단어이다. 투자와 투기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고. 하지만 모두들 내몸 뉘일 한 곳 정도는 있었으면 하지 않나. 책 제목 그대로 내가 내 집에 살고 싶을 뿐이다. 또로록. 미래의창에서 출간된 <내가 내 집에 살고 싶을 분이야>는 저자가 무려 스물다섯에 집주인이 되었다는 소개글에 이끌려서 읽어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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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 집에 살고 싶을 뿐이야> 책을 펼치면 프롤로그에 이어 '부린이 유형 테스트'가 등장한다. 일단 내 집 마련을 망설이는 이유를 (A) 돈이 없다, (B) 집값이 떨어질 것 같다, (C) 부동산 지식이 없다, (D)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 (E) 용기가 없다의 다섯가지로 구분하고, 질문에 답해보며 자신의 부린의 유형을 확인해볼 수 있다. 내 경우는 돈이 없고!, 대출은 고려하고 있으나 정말로 돈이 없고!, 모은 돈이 3천만원 미만으로 작고 소즁하야 유형7 종잣돈이 필요한 부린이가 되었당.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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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린이 유형별 참고하면 좋은 내용이 페이지로 표시되어 있어서, 해당 페이지를 먼저 읽고, 다시 앞부터 책을 다시 읽어나갔다. 막연히 부동산 구매를 위한 종잣돈은 최소 1억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생각이 바뀐 것 같다. 서울에서 계속 살아왔기 때문에 시야가 좁아진 것은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p.204...종잣돈이 없는데 어떡하지?)
종잣돈은 누구나 없다. 특히 사회 초년생은 더 그렇다. 있는 쪽이 소수다. 하루빨리 월세를 내고 전세자금대출 이자 내고 생활비 마련하기에도 빠듯한다, 종잣돈이 모일 리가 없다. 그러면 관점을 바꿔서, 얼마가 되면 부동산 투자를 위한 종잣돈을 모았다고 할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 종잣돈은 1천만 원일 것이고, 5천만 원 또는 1억 원쯤은 있어야 종잣돈이라고 할 수 있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종잣돈은 상대적이다. 솔직하게 말해, 처음에는 나도 1억원 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1천만 원도 충분히 종잣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여기에는 필요조건이 있다. 열심히 부동산 시장을 공부하고 시야를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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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관련 책을 읽으려 시도한 적이 있었는데, 초반 몇 권 읽다가 이런저런 핑계로 중도하차했었다. 업무 시작 전에 마음이 잘 안잡히기도 했고, 업무 시작하고서는 정말로 여유가 없었고오. 이제서야 다시 주섬주섬 건드려보는데, <내가 내 집에 살고 싶을 분이야>는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시기적절한 책이었다. 이 책은 부동산 관련 지식을 담고 있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저자가 왜 부동산을 구매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실제로 주변에 있을법한 이야기라 더 잘 와닿았다.
*(p.043...내 집에 살려면 내 집을 사야 하는데?)
'집을 사고 싶다'와 '내 집에 살고 싶다'. 누군가가 두 보기를 두고 어느 쪽이 괜찮아 보이는지 물어본다면? 아니면 간단한 상황을 가정해보자. 한 사람이 "아, 나도 집 사고 싶다"라고 말하고 또 다른 누군가가 "아, 나도 내 집에 살고 싶다"라고 말한다면? 전자의 화자는 왠지 욕심이 그득그득 붙어있는 표정을 짓고 있을 것 같고, 후자는 괜히 짠해지는 안쓰러운 표정을 짓고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전자에 대해서는 "집 사서 뭐 하게? 월세 놓고 탱자탱자 놀게? 아니면 시세 차익 보고 팔게?"라는 반응이 자연스러워 보이고, 후자에 대해서는 "그러게,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라는 공감의 반응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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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그랬다. 집을 산다고 하면 느낌이 묘한데, 내 집에 살고 싶다고 하면 아련해진다. 물론 이왕에 산 집의 가격이 오르면 좋겠다만은, 그것보다 일단은 그냥 내 한몸 뉘일 내 집이 있었음 좋겠는거다. 전세든 월세든 '남의 집'에 살다보면, 남의 집에 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서러워지는 상황이 오곤 한다. 재계약 시점에 집주인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높은 전세가격을 불러서 급히 이사를 가야 한다던가,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한다거나, 아예 보증금을 못 받고 날린다거나. 저자도 서울에서 월세집을 구하며 집주인과 갈등을 빚은 경험을 책에 담고 있다. 이런 경험을 한두번 하다보면 '내 집'에 대한 열망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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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경우 기존에 어머니가 부동산 거래를 좀 하시던(?!) 분이라 부동산에 더 개방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요즘 유튜브나 책, 다른 매체를 통해 내 집을 마련한 사연들을 예전보다 쉽게 접하게 되었는데, 이런 사례들을 하나둘 접하는 것도 부동산에 대한 인식을 조금씩 바꿔주는 것 같다. 음, 내가 관심을 가지니까 보이는건지, 보이다보니 관심을 가지게 되는건지는 살짝 긴가민가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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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본가 근처에 아파트(A) 하나, 본인이 실제로 살 수도 있을 집(B)까지 총 두채의 집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 근처에서 월세로 거주하고 있지만, 여차하면 (B)에서 출퇴근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보고,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파악해서 감당할 수 있을 결정을 내리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걱정만 커져서 결국 아무것도 못하게 되는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말이다. 부동산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긴 하지만, 사실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긴 한다. 그래서 예상대로 되지 않았을 때의 상황까지 생각해보고 판단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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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잘 모르겠고, 아직은 어렵게만 느껴지는 부동산이지만. 나도 언젠가 내 집에 살고 싶으니, 야금야금 관련 책이나 유튜브 등으로 정보를 얻고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는걸로.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