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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3 :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 - 불타는 사막에 피어난 꽃 ㅣ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평점 :
유홍준 선생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3 :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는 그가 지켜온 세 가지의 기조로 아름답게 펼쳐진다. 첫째 기조는, 문화유산 전공자로서 여행자의 길잡이가 되어 유적과 유물을 '정확하게' 전달한다. 이는 '학문적 태도' 닿아있고, 둘째는 현장에 가지 못한 독자를 위해 소개자로서 주변 풍광과 도달 과정을 '재미있게' 전달하고자 하는 '문학적 소양'과 닿아있다. 마지막은 '지식인의 사회적 실천'의 의미에서 대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일깨우는 '유익함'을 추구했다. 정확하고 재미있고, 유익하고자 한 저자의 기조는 시종일관 성실하게 지면을 채웠고 그 노력이 아깝지 않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막연했던 실크로드, 오아시스라는 단어는 언뜻 낭만을 불러일으키는 면이 없지 않았다. 하물며 오아시스 도시라니! 그런 도시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으며, 어떻게 살아갈까하는 궁금함이 앞섰다.
실크로드는 길다란 연속성의 길로서의 이미지로 그려지곤 했는데, 실은 거점 도시들이 하나의 점이 되는 점의 연결이라는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저자는 죽음의 땅을 뚫은 것은 돈과 신앙의 힘이라고 했는데, 이것이 발굴되어 간 과정은 도굴과 약탈의 힘이라는 사실이 서글프고 안타까웠다. 먹고 살기 위한 돈의 힘, 구도를 위해 죽음의 땅인 사막마저 횡단한 신앙의 힘, 양심을 접어두고 자행되는 엄청난 도굴의 약탈의 힘이 그야말로 처연하고, 아름답고, 안타까운 복잡한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
학술적인 느낌의 선명한 역사 해설과 유물에 대한 이야기, 각각의 장소에 이르는 과정에서 만나는 아름다운 풍광 사진과 설명, 함께 답사 길에 오른 전문가들의 곁들여진 해설, 갖가지 신비롭고 흥미로운 전설 같은 이야기들이 읽는 맛을 더한다. 돈과 신앙과 약탈의 순환고리와 신앙심과 거대한 자연의 각축장이 척박하고 황량한 듯한 곳에서 전혀 상상하지 못한 모습으로 우뚝 선 것을 볼 때 이질감과 신비로움이 자꾸만 인식을 새롭게 했다.
노년이 되어 찾게 된다는 이런 곳을, 아직 화려한 도시를 찾아야할 초중년의 나이에 바라 본다. 가고 싶다. 그 황량한 절터에서 지고지순한 염불을 올린 신앙심에 대해서 생각해 볼 때 "형신겸비"라는 말이 다시금 떠오른다. 고창의 불화들을 일컬어 '형신겸비'라 했는데 외형과 내면의 정신까지 모두 담아냈다는 예술에 대한 최고의 찬사라고 한다.
황량하고 서글프고 처연하면서도 아름다우며 때때로 웅장하고 황망한 이곳에 서면 외형을 추구하기 전에 내면의 정신에 생각을 모을 수밖에 없고, 그런 과정을 통해 드러난 외형은 당연히 전신이라는 내면을 담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저자의 성실한 안내가 기나긴 실크로드의 여정에 대한 충분한 시물레이션을 만들어냈다. 아는 만큼 본다고하니 볼 차례가 남았다는 남모를 기약을 해본다. 정말 즐거운 읽기 과정이었다. 역사와 예술, 문화와 문학이 여행길 위해 그대로 수놓아진 성실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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