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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 안재성 장편소설
안재성 지음 / 창비 / 201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혁명가들은 모든 것이 불확실한 세계 속에 살고 있었다.”
“겁이 많다고 해서 용기가 없는 것은 아니었고, 의지가 약한 것은 아니었다.”
김명시. 처음 들은 이름이다. 이 이름의 이야기는 그동안 들어왔던 많은 사회주의자 혹은 민족주의자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을 감자줄기처럼 주렁주렁 달고 왔다.
아, 이들은 이렇게 독립운동을 했구나. 공산주의자의 독립운동과 민족주의 독립운동이 합일하기는 쉽지 않았겠구나. 이들의 생물적인 고민들은 지금과 다르지 않구나.
어떤 이의 관점에서 읽느냐에 따라 같은 사건도 깊이와 폭이 달라진다는 것을 체험하고 있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을 읽고 난 후에 읽는 소설이라 더욱 그런지 모르겠다. 독립운동을 하러 떠난 남편의 빈자리를 하와이의 이주민으로 가서 억척스럽게 살아낸 조선 여성과 그 친구들의 삶도 잔잔한 여운을 남겼다. 치열하고 고단한 삶이었음에도 잔잔한 여운이라니, 이런 게 소설의 힘인가. 뭉툭하게 들어온 이야기가 오래 울리는 종소리 마냥 맴을 돈다.
어디, 누구에게 동일화하느냐에 따라 그건 내 이야기가 되기도 하고, 남의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날마다 명복을 빌어야하는 산업재난 사회, 자본주의 재난 사회에서 쉽게 우울함을 느낀다. 무력함을 느끼는 순간 더욱 깊은 멍이 들고야 만다.
슴슴하게 이어지는 삶이 복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