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링 미 백>, B.A. 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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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_공포와 스릴러 앞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가. 생각해보면 학생 때는 항상 호기심이 무서움을 이겼다. 여름에 묘한 분위기를 타면 학교에서 공포영화를 틀어보기도 했고(물론 주도해서 트는 학생은 아니었다. 틀어져있는 것을 눈가리고 볼 뿐.), 아주 가끔 공포영화를 잘 보는 친구랑 영화관에 보러가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귀신보다 피 튀기는 장면들이 무서워지기 시작 했을 때, 스릴러라는 장르는 나를 떠나갔고(어쩌면 내가 떠나갔고) 지금은 여름이 되도 선뜻 누군가와 공포영화를 보러가고 싶은 마음이 잘 들지 않는다. 아마 일상에 약간의 긴장을 필요로하는 것들이 깃들고 나서부터 굳이 영화관에서까지 긴장하고 싶지 않아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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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유로 책에서도 공포나 스릴러는 손이 잘 안 갔는데 그럼에도 추리 소설은 꾸준히 좋아했다.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하지만 마지막까지 아무것도 알 수 없고, 알지 못해서 좋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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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링미백>이라는 제목과 함께 으스스한 표지를 보고 혹시 스릴런가, 해서 조심스럽게 책장을 넘겼지만 다행히 피 튀기는 스릴러는 아니었고, 막 긴박한 감정은 느껴지진 않았지만 역시 제일 무서운 건 사람이야, 를 슬쩍슬쩍 다시 느끼게 한 책이었다.
게다가 읽으면서 이거네, 이거야! 하고 아주 확신에 찬 추리를 했지만 역시나 내가 생각한 추리는 땡! 이었고, 그래서 약간 아주 살짝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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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_정말 마지막까지도 이해할 수 없던 캐릭터는 ‘핀’. 진짜로 진짜로 이해가 안 됐다! 정말! 아주 입 밖으로 몇 번은 내뱉고 싶은 말이 있었다. 스포일거 같아서 적을 수는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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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잃는다는 건 바로 그런 거다. 그더 웃자고 무심코 던졌던 말도 잊지 않고 기억하게 된다는 것. -p.84
/”유감스럽게도, 우울하면 결국 온 세상과 담을 쌓게 되지.”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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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_아무리 드라마가 개연성이 없고, 너무하리만치 현실성이 없고, 소위 막장이라해도 드라마는 현실의 축소판일뿐, 언제 어디서나 드라마 보다 더한 현실이 존재한다.
게다가 아무리 눈물 뽑는 드라마나 영화가 있어도 눈물 펑펑 쏟아낸 뒤 잊으면 그만인데, 현실은? 마냥 울고 있을 수만도 없고, 운다고 잊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눈물 몇 방울로써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사라질 수도 없고 사라져서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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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1980년 5월 광주의 기록을 보며, 2019년 6월의 내가 부끄러워졌다. 나는 정말 많은 것을 모르고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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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_”살아서 만나자” 라는 말이 헤어질 때 인사로 굳어지게 되려면, 그 전에 도대체 어떤 일들을 겪었어야만 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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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_’학생증과 주민등록증을 회수한 것은 혹이 전투 중에 여러분 가운데 누군가 죽는다면 그 사람은 시민군으로서의 의롭게 싸우다 죽었음으로 여기에 있는 명단을 바탕으로 반드시 국가유공자임을 증명할 것이다.(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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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주 가장 어린 시절로 기억을 되짚어봐도 우리나라가 위험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불과 30, 40년 전에 대한민국에 있었던 일을 상상해볼 수 없을 정도로. 아마 1980년 광주에서 많은 분들께서 민주화 운동을 하지 않으셨다면, 지금 내가 기억하는 대한민국의 모습도 없었을 것이다. 앞으로 기억 할 우리나라가 부끄럽지 않도록, 광주 학살을 주도한 세력의 처벌이 잘 이루어지고 그 당시 우리나라를 지켜줬던 분들의 이름이 역사 속에 잘 기록되어 우리의 마음 속에 새겨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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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입 매일 철학>, 황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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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_’철학’ 하면 일단 어렵고, 그동안 읽었던 철학책들도 다 어려웠기때문에 막연히 ‘철학책은 어렵다’ 하는 편견이 있었는데, 이 책은 저자 소개부터 아주 맘에 들었다.
이것도 선입견일지 모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쓴 책은 지금까지 다 좋았으니까!
이 책도 ‘이 분이 정말 철학을 좋아하는구나’ 가 확 느껴지는 책이었다. 그러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거니까 너도 좋아해야해! 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건데 너는 어때? 하는 느낌이라 부담도 없고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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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_읽어보니 <한입 매일 철학> 이라는 제목이 아주 잘 어울리는 책이었는데, 내용도 어렵지 않게 써있어서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었다. 이름만 알고 있던 철학자들이 이런 주장도 했었구나를 알게 되는 느낌!
철학자별로 구성되어있는 각 챕터가 끝날 때마다 데카르트 아는 척 메뉴얼, 니체 아는 척 메뉴얼 등등 누구누구 아는 척 메뉴얼이 있었는데 약간 더보기 느낌도 나고 좋았다!(개인적으로 이 부분에서 정말 철학을 좋아하시는구나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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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_이 책뿐 아니라 어떤 책이라도 작가와 나는 다른 사람이니까 모든 생각이 일치할 수 없는 건 당연하다. 이 책 역시 저자의 모든 생각과 내 생각이 일치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생각해보지 못한 시각도 있었고 요즘 고민하고 있던 것이 주제로 나왔을 땐 공감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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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_이 책은 ‘꼭 목차 순서만 읽어야한다!’ 하는 책은 아닌 거 같다. 그날 그날 기분에 따라 목차를 골라 봐도 재밌을 거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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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고’를 나쁜 혹은 싫은 것으로, ‘노동 유연화’를 옳은 혹은 좋은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자신의 선택이 아니다. 주어진 기존의 언어체계를 받아들인 결과일 뿐이다. -p.165
/만약 내가 설탕물 한 컵을 만들려고 한다면 서둘러도 소용이 없도, 설탕이 녹기를 기다려야 한다. -p.195, 베르그손 <창조적 진화> 中
/아무리 원했던 직업일지라고, 그것이 우리의 본질이 될 수는 없다. -p.255
/언젠가 각자의 ‘철학’이 교차되는 곳에서 만나길 바랍니다. -p.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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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크리스토성의 뒤마>, 알렉상드르 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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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_이 책을 읽기 전 사전 정보는 동물 이야기가 나온다 와 에세이다, 이 두개였다.
그래서 동물이라길래 여러 동물들과 즐겁고 사랑스럽게 사는 이야기일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그렇지 않아서 놀랐고, 고전 에세이를 처음 읽어서 그런지 읽으면서 에세이 맞아?!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뭔가 에세이보다 소설이나 긴 이솝우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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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_짧은 이야기들이 많이 있는 책인데, 그 이야기들이 동떨어져있는 듯한 느낌이 나지 않았다. 오히려 전 이야기 마지막에 한 두줄로 소개되어 다음이야기에 나온다든지 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듯한 이야기들은 책을 쭉쭉 읽고 싶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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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_아주 많은 동물들이 나오는데 하나같이 다 사람같다. 지금도 사람들 인식 바깥에 있는 동물들은 그 자신들만의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지만(사실 사람한테 인정 받아야 할 권리는 아닌 거 같지만) 이 당시에는 더 심했던 거 같아서 책을 읽다보면 눈살을 찌푸릴 수 밖에 없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책을 다 읽고 생각해보니 과연 사람 사회에서는 이런 일들이 없었을까/없을까 ?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체와 과정과 행위는 다르겠지만 있었던 것 같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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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많은 동물들 중에도 책에 가장 많이, 오래 나와서 그런가 프리치드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 프리치드에 대한 긴 서사를 봐서 그런지 많이 감정이입이 돼서 마지막쯤에는 정말 보기가 힘들었다.
프리치드처럼, 이 책에 나온 다른 동물들처럼, 이세상에 모든 동물에게 이야기가 있다면 아마 인간에게 가혹하게 당하는 동물은 없게 되지 않을까. 다시한번 이야기의 힘을 느낄 수 있던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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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_책의 아주 처음에 나왔던,
“내가 가진 개 한 마리와 내가 가졌던 닭 여러 마리”(18p) 라는 문장도 책을 다 읽고 이게 그 말이었구나! 하고 이해하게 돼서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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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_이 책의 원제는 <내 짐승들 이야기> 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원제가 이 책에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이 책의 주인공은 뒤마씨가 아니라 동물들(어쩌면 동물들로 대변되는 사람들) 이라고 생각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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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스즈키 루리카

1_가제본 보고 본 도서를 기대했었는데 기대 보다 훨씬 좋았다. 가제본을 보고 눈물이 나지 않았다는 말을 했던 것이 무색하게 첫 이야기부터 눈물샘을 꾹꾹 누른다. 그러면서도 곧 다른 전개를 이끌어나가 방심할 수 없게 만드는 책! 묘사가 정말 좋아서 술술 읽히지만 그 속의 이야기들은 자꾸만 나를 쭉쭉 잡아 끌어 앞으로 갈 수 없게 만들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긴 후에도 그 이야기 속에 머물게 만드는 힘이 있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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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_아이들은 보기에는 작아보이지만 아이나 청년이나 노인이나 가 같은 사람이라는 거. 몸은 작지만 생각은 작지 않다는 말이 책을 읽은 내내 계속 떠올랐다.
그리고 아이의 인생은 부모의 것이 아니라 온전히 그 아이의 것이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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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_옮긴이의 글에서도 많이 공감됐다. 특히 하나에게 이것저것 다 사주고 싶고, 드리밍랜드건 어디건 유원지에 다 데려다주고 싶은 마음이 아주 가득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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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미도 하나미지만 엄마에게 유독 마음이 갔다는 옮긴이의 말에서 엄마와 같이 읽은 한 책이 떠올랐다.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이라는 책을 읽고 너무 좋아서 엄마도 꼭 읽어봐! 해서 엄마도 읽고 같이 얘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나는 손자의 이야기에 많이 치중하고 손자의 감정에 집중했던 반면, 엄마는 할아버지와 다른 어른들의 이야기와 감정에 따라 책을 읽었다는 게 신기했었다.
그래서 이 책도 나는 하나미에게 집중해서 읽었는데 엄마는 이 이야기들에서 누구를 더 보게될까 궁금해졌다. 이 리뷰를 다 쓰고 이 책을 엄마에게 들고 가야겠다. 오랜만에 엄마와 함께 읽고 싶은 책을 만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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