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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는 여자다 - 여성주의 관점으로 '위안부' 역사를 복원하다 ㅣ 열다 페미니즘 총서 6
캐롤라인 노마 지음, 유혜담 옮김 / 열다북스 / 2020년 7월
평점 :
o
그동안 내가 일본군 ‘위안부’ 관련해서 알고 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관점과 시각을 보여준 책이었다.
아직까지도 여성 성착취가 팽배한 사회에서 살고 있음에도 설마하는 마음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인간의 폭력성이 드러났다고 생각했고, 여러 매체에서 다루었듯 동원된 피해자는 ‘성착취 경험’이 없고 ‘강제로’ 끌려갔다는 인식이 머릿속에 박혀있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나의 그러한 생각들을 전면적으로 반박해나갔다.
1_첫째.
전시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위안소’가 뿅! 어쩌다가! 생겨난 것이 아니라, 평시 일본 사회의 민간 성착취 산업이 전시 ‘위안소’ 제도를 만드는데에 이념적, 실질적 도움을 주었다.
/민간 성착취를 통해 일본 남자들이 전시 ‘위안소’ 제도를 만들고 이용해도 거리낌을 느끼지 않을 만한 성적 태도, 윤리관, 관습을 길렀다는 것이가, 그러나 민간 성착취는 더욱 실질적인 영향도 미쳤다. 민간 성착취 상업은 군에게 시설과 사업 노하우,모집책, 소개업자, 공급망을 제공했으며, 평시나 전시나 성착취흘 여자들을 대거 확보하려면 걱 필요한 폭력 행사 및 위협 방식을 알려줬다.(p.179)
일본 “사회는 성착취를 묵인했고 문화는 성착취를 두팔 벌려 환영했다(p.228)”. “1910년대와 1920년대 일본 남자들은 더 싼값에, 더 쉽게 성착취를 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로인해 ‘성착취 수요’는 점점 더 고조되었고, 성착취 산업 이용으로 ‘성착취 섹슈얼리티’(“여자를 성적 욕구를 만족시키는 미천한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남자들의 빈곤한 섹슈얼리티(p.181)”)가 배양되고 사회 전반으로 퍼졌다.
군 성착취는 이미 공고히 쌓아 올려진 민간 성착취를 바탕으로 대규모의 인신매매와 성착취를 감행할 수 있었고, 이는 “‘위안소’ 제도 같은 군사적 기획으로 인해 남자들에게 성착취할 권리가 얼마나 평등하게 돌아가게 되었는지(p.225)”를 보여준다.
‘성착취할 권리’와 ‘평등’ 혹은 ‘평준’.
이 얼마나 끔찍하고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가.
/중일 전쟁은 일본 역사상 최초로 남자가 입대만 하면 여자를 성착취할 권리를 사시랑 보장받게 된 시기였다.(p.230)
/병사들의 성착취 권리를 챙겨주려는 일본군의 의지는 가히 코미디다. 일본군은 전쟁이 처절한 막바지로 닫는 포화 한가운데에서도 병사들의 성착취권을 알뜰살뜰 챙겼다.(p.222)
2_둘째.
분명히 존재하나 역사 속에서 다루지 않고, 지워버린 피해자를 조명한다. 피해자의 국적과 ‘위안소’로 인신매매 되어 오기 전 상황 보다 ‘피해 사실’ 그 자체에 집중하며 “기존의 민족주의 관점을 벗어나 여성 역사로서의 ‘위안부’ 역사를 있는 그대로 복원해 내는 작업에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 책은 일본군 ‘위안부’가 나오게 된 근간으로 일본 사회의 평시 민간 성착취 산업을 이야기하고 있고, 여러 사료를 통해 민간 성착취 산업에서 착취당했던 여성들이 군 성착취 산업에 동원되었음을 말하고 있다.
전쟁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일본 본토에서 민간 성착취 산업에 묶인 여성들이 해외로 인신매매 당했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그동안 우리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엇던 존재하는 피해자들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그렇기때문에 일본 여성 ‘위안부’ 피해자에 집중 되어 있는 편이다.
그래서 책을 읽을 때, 처음엔 우리나라 사정을 알기에도 부족한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책을 읽어나가며 그러한 생각은 사라졌고, ‘옮긴이의 말’에서 내 생각과 딱 맞는 문장을 찾을 수 있었다.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책에서 전범 국가의 일원인 일본 여자의 고통을 왜 이렇게 공들여 묘사하는지 마음이 불현하다면, 계속 읽어보기를 바란다.(p.397)
계속, 끝까지 읽어보라.
국적도, 성착취 경험도, 상관 없이 다 같은 피해자다. 피해자가 가져야하는 ‘피해자의 모습’은 없고, ‘피해자성’, ‘피해자다움’ 같은 것들도 필요 없고, 세상엔 ‘완전 무결한’ 피해자는 없고 있을 필요도 없다.
o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 이라는 책도 함께 읽어보길 권한다.(이 또한 ‘옮긴이의 말’에 나온다.)
o /’상호적인 성거래’라는 것은 ‘위안소’에서만 없었던 게 아니라 민간 성착취 제도에서도 존재하지 않는 허구다.(p.389)
/강제돤 성착취와 그렇지 않은 ‘성매매’가 있을 것이라는 관념을 버리고 남성 지배 채제 하에서 여성이 남성애개 성적으로 사용되기 위해 동원되고 이용되며 저려지는 구조를 직시하기 시작할 때 우리는 일본군 ‘위안부’ 제도를 그 역사적 구체성 속에서 파악할 수 있는 열린 눈을 갖게 될 것이다.(p.391)
성착취 피해자의 이미지를 “자유로운 본인의 선택”에 의한 것으로 만들면 누구에게 좋은 일일까.
/성착취를 결정하는 건 피해자의 행위가 아니라 가해자의 행위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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