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브, 힘낼지 말지는 내가 결정해>, 하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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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_’힘 내!’ 라는 말도 부담으로 다가오는 시기가 있다. 누군가는 응원의 마음으로, 좋은 마음으로 전해준 말이겠지만 어쩔 땐 ‘지금까지 이렇게 힘내서 여기까지 왔는데 얼마나 더 힘을 내야해?’ 하며 그 말을 받아들이거나 쳐낼 힘도 없어, 덕지덕지 붙어버린 ‘힘 내’에 온몸이 파묻힌다.
나도 그랬던 적이 있어서 ‘힘 내!’ 라는 말을 조심스럽게 사용한다. 가끔은 ‘힘 내!’ 라는 말보다 가만히 들어주는 믿음에 더 응원 받을 때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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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_’가볍다’ 는 말은 가끔 부정적인 의미로도 사용되는데 가볍다는 게 꼭 나쁜 의미인 건 아닌 거 같다. 실제로 가볍게 들을 수 있는 음악,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 가볍게 볼 수 있는 드라마를 좋아하는데 이 책도 내겐 ‘가볍게’ 보기 좋은 책이었다.
캐릭터 책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확실히 눈에 익고 귀여우니까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쉬운 장점이 있고, 이번엔 특히 하상욱 작가와 만나 짧은 시들로 되어있어 짧은 시간에 금방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다.
약간의 시간을 투자해 부담 없이 책을 읽고 싶다면, 그러면서도 짧은 문장들이 툭툭 생각과 마음을 건들기 원한다면, 꽤 괜찮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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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_언젠가 인터넷에서 #게으른완벽주의자 라는 말을 보고 아, 이거 딱 난데? 라고 느꼈다. 지금 생각해보면 뭔가 제대로 하는 것 같진 않은데, 준비를 못했다고,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하면서 사실 내 앞에 있는 건 두려움인데 그걸 애써 ‘준비되지 않음’ 으로 고쳐보며 그 너머의 많은 기회들을 놓친 것 같다.
이미 완벽히 준비 되어있다면 당연히 좋겠지만, 완벽하지 않아도 일단 해보자! 해도 할 수 있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됐다. 어쩌면 이미 닿을듯 말듯 찰랑거리는 마음 속에 단 두 스푼의 용기와, 한 스푼의 재미를 떨어뜨렸을 뿐인데 나 조차도 막을 수 없이 흘러넘쳐버렸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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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건 준비가 아니라 용기. 필요한 건 용기가 아니라 재미.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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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면 어때요? 좋으면 그만이지>, 신소영

1_당연한 말이지만 ‘미혼’ 과 ‘비혼’ 은 다르다. 비혼은 결혼이라는 제도이 얽매이기 싫든, 결혼이 하기싫든, 어떤 이유든지 결혼을 선택하지 않은 것이고, 미혼은 할지 안 할지 모르지만 언젠가 할 수도 있겠지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인 것 같다.
나의 경우에는 지금은 미혼인거 같지만 결혼이 필수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고, 언젠가 결혼 할 수도 있겠다 만큼 언젠가 비혼이 될 수도 있겠니 하는 생각도 같이 갖고 있다.
그러니 누군가 ‘비혼’ 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면, ‘그런 말 하는 사람이 제일 먼저 시집/장가 가더라!’ 하는 말을 하는 사람이 더이상은 없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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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_’비혼’의 여성, 하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떠올리는 이미지는 뭘까? 커리어우먼? 자기 집도 있고 돈 잘 벌고 일도 잘하고 그러면서도 여가시간도 가지고 여행도 자주다니는 사람?

그리고 만약 누군가 비혼이라 말한다면 ‘왜?’ 라고 묻는 사람들이 많을 거 같은데 누가 결혼한다고 ‘왜?’ 하는 사람이 없는 걸 생각해보면 좀 이상하다. 유독 비혼자들에게 여러가지 잣대를 많이 들이대는 거 같은데, 비혼을 하는데 거창한 이유가 있을 필요도 없고 ‘비혼인 사람들은 이런 모습이야’ 하는 고정 된 이미지도 필요없다. 결혼해도 행복할 수도 불행할 수도 있는 것처럼, 결혼을 안 해도 행복할 수도 불행할 수도 있는거고! 앞으로 다양한 가정의 형태(1인 가구, 1인과 반려동물과 함께 등등)를 편견 없이 바라보는 사회가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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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우리는 자아실현을 하며 아무 부족하이 없는 싱글 여성이 될 필요는 없다. 그렇게 되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그래서 나는 외로움과 두려움을 느낀다고 해서 실패한 것이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격려한다. 긍정적인 것들로 가득해야 행복한 것이고 그것이 내 인생의 성공을 의미한다는 생각도 버렸다. 그러자 전보다 평화와 만족감이 더 자주 나를 찾아온다.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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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방문자들>
- 장류진, 하유지, 정지향, 박민정, 김현, 김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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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_분명 아주 예전엔 그러지 않았던 거 같은데 어느 순간 부터 혼자 집에 있는게 무서워졌다. 혼자 있는 집에서 택배를 받는 게 무서워졌다. 나중에 혼자 독립할 걸 상상하면 어떤 인테리어로 꾸밀까 보다 어떤 방범 장치를 해야 ‘덜’ 불안할까가 먼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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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방문자들> 이라는 제목을 보고 처음에는 제목 좋은데? 하고 생각했다. 그 생각이 깨지기까지는 채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런 뜻일거라곤 상상도 못해서 정말 충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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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집’ 이라는 건, 가장 안전한 장소여야하지 않은가? 밖에서 어떤 질타와 힘듦과 고통을 겪고 와도 집에서 만큼은, 여기 이 공간에서 만큼은 방해 받지 않아야하고 안전하고 편안하다고 느껴야하는 거 아닐까? 정말 집이라고 느끼는 ‘집’ 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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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뿐아니라 집에서조차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이 사회는 멀쩡하지 않다. 내가 당연히 할 수 있는 말도 아주 아주 큰 ‘용기’를 필요로 하게 만드는, 그루피(groopie) 와 #그루밍성폭력 이 존재하는, 점심시간까지 성매매를 하러다녀 ‘해피아워’ 라는 말까지 생긴, 정당한 권리를 말해도 빈정과 조소와 조롱이 돌아오는, 이 사회는 비정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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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_끝까지 자신의 태도를 고수하는 등장인물이 있는가하면, 마지막에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등장인물도 있다. 근데, 그 반성하는 모습이 더 소설 같이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고치려고 하는 모습이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사회에 살고 있다니, 생각 할수록 착잡했다.
자기 밥은 자기가 차려먹고, 대리효도가 아니라 자기 부모님은 자기가 챙기는 셀프효도가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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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_ 보통은 플래그를 표지의 색깔에 맞춰서 붙인다. 표지에 맞지 않는 레드는 화남의 레드다. 아주 화남의 레드. 그마저도 처음엔 열심히 붙이다가 나중에 가서는 이러다 페이지마다 다 붙이겠다 싶어서 현타가 왔다. 정말 분노의 (심한 욕)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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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현남 오빠에게> 는 안 읽었지만, #82년생김지영 , #현남오빠에게 그리고 #새벽의방문자들 은 같은 결의 소설인 것 같다. <82년생 김지영> 을 읽었을 때는 분노와 슬픔이 공존했던 반면 <새벽의 방문자들> 은 내 세대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아서 그런지 분노,분노,분노🔥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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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혹시 고혈압이 있으신 분들은 조심히 읽으시기를. 없던 혈압도 생기게 하는 책이었다.🤦🏻‍♀️ 그리고 6개의 단편을 쉬엄쉬엄 읽는 것도 추천한다. 단편들을 이어서 읽으면 분노도 함께 휘몰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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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_이 책을 읽고, 아니 읽기 전부터 이미 찔리는 사람들에게.
/응. 이거 네 얘기야. 이 글을 읽고 있는 너, 바로 당신.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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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회사 선배는 전심시간에도 성매매를 한다고 했다. 점심에는 요금이 싸서 ‘해피아워’ 라고 불리는데, 그 선배가 해피아워를 다녀오는 데는 왕복 30분도 걸리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p.29
/”앞으로 바나나랑 호두는 누가 챙겨줘?” -p.55 (<- 너무 자연스러워서 먹는게 아니고 반려동물인줄 착각할 정도였다🤦🏻‍♀️)
/알사탕만큼 작고 사소한 싸움일지라도, 싸우자. -p.75
/강사는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더니, 엘마를 연기하기 위해서 순수하고 고결한 태도와 관능을 모두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p.125
/내가 뭘 잘못해? 웃자고 한 얘긴데. -p.218
/간혹 어떤 일들은 단지 성별을 바꿔놓는 것만으로도 큭큭 웃음이 나올 때가 있다. 그렇게 그저 우리가 함께 웃어보았으면 좋겠다. 큭큭큭. -p.267
/이렇게 사소한 일에도 큰 용기를 내야 하는 삶은 그렇게 간단하지도 수월하지도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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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까만 단발머리>, 리아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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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_예전에 우연히 유투브 연관 동영상에 뜬 #원밀리언 댄스 영상을 보고 너무 멋져서 구독했었다. 그 뒤로 종종 봤는데, #리아킴 이라는 사람의 존재를 인식한 건 #대화의희열 리아킴편을 보고 나서였다. 그제서야 ‘아! 나 저사람 아는데!’ 하고 생각할 수 있었는데 책으로 다시 보니 또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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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_예술 관련 책 보는 걸 좋아하는데, 나와 같은 분야가 아니더라도 묘하게 동질감이 느껴진다. 특히 누군가의 꿈과 희망을 이용해먹는 사람을 겪은 부분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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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_언젠가 친구가 ‘예술은 정답이 없어서 너무 어려워보여. 난 못 할거 같아! 정답이 딱딱 나오는 수학 같은게 좋아!’ 하고 말한 적 있었다. 예술은 정말로 정답이 없지만, 정답이 없어서 좋아하고 정답이 없어서 힘든 것도 맞다. 그만큼 자신에게 확신이 없다면 주변에 휘둘리기도 쉬운데, 자신에게 확신을 가지기란 말이 쉽지 막상 해보면 너무 어렵다.
그래서 예술을 오래하려면 ‘밸런스’ 가 중요할 거 같다는 생각이 요즘 자주 든다. 물론 밸런스라고 해서 50대 50이거나, 규칙적이거나, 틀에 맞추거나 그런 건 아니고, 뭔가 자기만의 중심을 잡을 수 있는 밸런스. 예술가 자신 뿐아니라 그의 작품에서도 중요한 밸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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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면에서 리아킴은 그가 추는 춤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그 자신도 밸런스가 좋아보여서 멋졌다. 리아킴과 나는 다른 사람이니까 그와 똑같이 살아갈 순 없겠지만 그 좋은 밸런스를 닮아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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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_가장 공감이 갔던 문장은 ‘불확실성이 때로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잊지 않게 됐다는 것.’(p.175) 이었다. 어쩌면 불확실하기 때문에 두려움과 걱정이 앞섰는데, 불확실성이 기회가 되어 돌아왔음을 최근에 맞게 되어서 불확실성의 가능성을 믿게 됐다. 나를 떨게 만든 불확실성이 만들어준 돌파구를 걸어갈 때, 불확실성은 두려움이 아니라 설렘이라는 이름으로 함께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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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30분 정도 걸리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나는 내내 다이아몬드 포 스텝으로 걸었다. -p.69 (<- 대화의 희열에서도 들었지만 가장 귀여웠던 에피소드😆💖)
/둘 중 하나야. 계속 혼자 집에서 네가 좋아하는 것만 하면서 살든지, 아니면 새로운 것을 찾아 네 세계를 깨고 밖으로 나오든지. -p.209
/물 한 잔 마시고 와서 다시 또 짠다. 또 짠다. 그냥 짠다. 쥐어짠다. -p.225
/남들이 보기에 이상한 모습이어도 개의치 않는다. 우리 내면에 있는 것들이 꼭 잘 정돈돼 있고 예쁘기만 한 모습일 리 없다.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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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피치, 마음에도 엉덩이가 필요해>, 서귤

1_솔직히 캐릭터 책에 편견이 있었다. 근데 그 편견을 엉덩이로 팡팡 깨뜨린 책이라니! 손바닥에 쫙쫙 붙는 누군가의 엉덩이처럼 말랄말랑 토실토실한 글들이 정말 복숭아처럼 새콤달콤한 웃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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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서귤 작가님 이름처럼 너무 상큼하신거 아닌가요!🍊 생각해보니 복숭아보단 새콤달콤한 귤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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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_인터넷에서 ‘교수님 제가 귀여우면 됐지, 뭘 더 바라세요(◜▿‾ )ノ’ 하는 짤을 본 적 있다! 그 짤 보고, 그래 귀여우면 됐지..! 하면서 가끔 뭐가 안 풀릴 때도 떠올리면 너무 웃겨서 고민이 금방 가벼워졌다.
생각하면 생각 할 수록 복잡한 세상, 가끔은 그냥 귀여우니까 됐어! 하고 끝내도 좋은 것 같다.٩(๑ ᐛ ๑)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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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부지런히 살았던 곤 아닌지. 돈벌이에 눈이 멀어 나의 귀여움을 뿜어내는 걸 소홀히 했던 건 아닌지. 내일을 더 대충 살자. 다리가 짧아 엉덩이 대신 허리로 앉는 판다처럼.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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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_지루하고 무료할 때, 말랑말랑한 위로가 필요할 때, 이 책을 펼쳐든다면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도 있다. ‘마음에도 엉덩이가 필요해’ 라는 제목이 처음엔 무슨 말이야? 했지만 책을 읽고 나서는 알 수 있었다. 마음에도 정말 엉덩이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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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넣었다가 읽씹 당하고 처음부터 인연이 아나었다고 친구에게 말하는 내 얼굴은 노력형 쿨톤. -p.60
/그땐 9개월 뒤 평가 면담에서 이 핸드폰을 봤던 얘기가 다시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지 뭐야. 사골이야 뭐야. 묵은지야 뭐야. 지저-스.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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