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방문자들>
- 장류진, 하유지, 정지향, 박민정, 김현, 김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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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_분명 아주 예전엔 그러지 않았던 거 같은데 어느 순간 부터 혼자 집에 있는게 무서워졌다. 혼자 있는 집에서 택배를 받는 게 무서워졌다. 나중에 혼자 독립할 걸 상상하면 어떤 인테리어로 꾸밀까 보다 어떤 방범 장치를 해야 ‘덜’ 불안할까가 먼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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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방문자들> 이라는 제목을 보고 처음에는 제목 좋은데? 하고 생각했다. 그 생각이 깨지기까지는 채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런 뜻일거라곤 상상도 못해서 정말 충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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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집’ 이라는 건, 가장 안전한 장소여야하지 않은가? 밖에서 어떤 질타와 힘듦과 고통을 겪고 와도 집에서 만큼은, 여기 이 공간에서 만큼은 방해 받지 않아야하고 안전하고 편안하다고 느껴야하는 거 아닐까? 정말 집이라고 느끼는 ‘집’ 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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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뿐아니라 집에서조차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이 사회는 멀쩡하지 않다. 내가 당연히 할 수 있는 말도 아주 아주 큰 ‘용기’를 필요로 하게 만드는, 그루피(groopie) 와 #그루밍성폭력 이 존재하는, 점심시간까지 성매매를 하러다녀 ‘해피아워’ 라는 말까지 생긴, 정당한 권리를 말해도 빈정과 조소와 조롱이 돌아오는, 이 사회는 비정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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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_끝까지 자신의 태도를 고수하는 등장인물이 있는가하면, 마지막에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등장인물도 있다. 근데, 그 반성하는 모습이 더 소설 같이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고치려고 하는 모습이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사회에 살고 있다니, 생각 할수록 착잡했다.
자기 밥은 자기가 차려먹고, 대리효도가 아니라 자기 부모님은 자기가 챙기는 셀프효도가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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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_ 보통은 플래그를 표지의 색깔에 맞춰서 붙인다. 표지에 맞지 않는 레드는 화남의 레드다. 아주 화남의 레드. 그마저도 처음엔 열심히 붙이다가 나중에 가서는 이러다 페이지마다 다 붙이겠다 싶어서 현타가 왔다. 정말 분노의 (심한 욕)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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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현남 오빠에게> 는 안 읽었지만, #82년생김지영 , #현남오빠에게 그리고 #새벽의방문자들 은 같은 결의 소설인 것 같다. <82년생 김지영> 을 읽었을 때는 분노와 슬픔이 공존했던 반면 <새벽의 방문자들> 은 내 세대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아서 그런지 분노,분노,분노🔥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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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혹시 고혈압이 있으신 분들은 조심히 읽으시기를. 없던 혈압도 생기게 하는 책이었다.🤦🏻‍♀️ 그리고 6개의 단편을 쉬엄쉬엄 읽는 것도 추천한다. 단편들을 이어서 읽으면 분노도 함께 휘몰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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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_이 책을 읽고, 아니 읽기 전부터 이미 찔리는 사람들에게.
/응. 이거 네 얘기야. 이 글을 읽고 있는 너, 바로 당신.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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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회사 선배는 전심시간에도 성매매를 한다고 했다. 점심에는 요금이 싸서 ‘해피아워’ 라고 불리는데, 그 선배가 해피아워를 다녀오는 데는 왕복 30분도 걸리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p.29
/”앞으로 바나나랑 호두는 누가 챙겨줘?” -p.55 (<- 너무 자연스러워서 먹는게 아니고 반려동물인줄 착각할 정도였다🤦🏻‍♀️)
/알사탕만큼 작고 사소한 싸움일지라도, 싸우자. -p.75
/강사는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더니, 엘마를 연기하기 위해서 순수하고 고결한 태도와 관능을 모두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p.125
/내가 뭘 잘못해? 웃자고 한 얘긴데. -p.218
/간혹 어떤 일들은 단지 성별을 바꿔놓는 것만으로도 큭큭 웃음이 나올 때가 있다. 그렇게 그저 우리가 함께 웃어보았으면 좋겠다. 큭큭큭. -p.267
/이렇게 사소한 일에도 큰 용기를 내야 하는 삶은 그렇게 간단하지도 수월하지도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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