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전생애를 통틀어 현재만을 살아간다. 과거와 미래는 뒤늦은 발견이며, 기껏해야 두뇌의 부차적인 활동에서 빚어지는 산물일뿐, ‘현재‘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한다.
- P174

아픔을 모르는 기쁨은 존재하지 않는다. 패배와 좌절 없이 행복은 우리를 방문하지 않는다. 시련의 눈물 없이 웃음에 가치가 매겨지지 않는다. 아픔을 통해 배우지 않은 모든것이 거짓이다. 적어도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그러하다. 그 질문에 대한 모든 대답이 아픔이다.
- P181

태어남은 동요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 흔들리지 않는 것은 인생이 아니다. 의심이 가지 않는다면 신앙이 아니다.
- P182

신이 창조한 세계의 피조물 중 가장 발달한 인간이 불완전하다는 것만큼 신의 실패를 완벽하게 증명해주는 증거는 없다. - P188

나뭇잎이 계절에 따라 순환하듯 우리도 살고 죽는 문제에 구애받지 말아야 한다. 인간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오직 이것뿐이다.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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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글쓰기란 안 하는 게 더 편한 일이다. 귀찮음을 극복해야 시작할 수 있다. 무엇이 아이들의 귀찮음을 무릅쓰게 만드는가. 나의 오랜 탐구 주제였다.
- P75

너의 주저함을 너무 좋아한다는말을 꼭 하고 싶었어. 주저하고 눈치를 살피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미덕이 있잖아. 열심히 눈치를 살피는 와중에 너의 글쓰기는 하루가 다르게 일취월장해왔는데, 그것도 알고 있니? 내가 거의 올해의 문장으로 뽑고 싶을 만한 것을 너는 썼지. "우리는 꼭 마지막이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는 영화를 찍으며 즐거움을 느꼈다." 너는너도 모르는 사이에 삶의 천재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
- P92

그러니 스스로에게 훨씬 더 관대해지면 좋을 것 같아. 야무지고 부지런한 자신에 대해서 말이야. 사느라 수고가 많아 혹시나 힘에 부치면 언제든 덜 열심히 살아도 된다는 걸 기억해줘.
*열여덟 살 정혜원에게
스물다섯 살 이슬아가 사랑을 담아
- P128

우리는 예능이나 드라마나 영화나 유튜브 영상 클립 등을 통해 여러 감정을 느끼지만, 극적인 비극을 본 뒤에도 대체로 별 탈없이 일상으로 복귀한다. 숱한 미디어콘텐츠가 주는 카타르시스 기능은 어제의 내가 변함없이 오늘의 나로 살아갈 수 있도록 안정화 역할을 한다. 라캉은 이런 안정화를 비난했다. 안정화란 어제와는 다른 내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면서 우리의 마음을 고착시키는 부정적인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속지 않는 자들이 방황한다』에서는 그걸 ‘살균된 슬픔‘이라고 표현했다.
진정한 슬픔과 분노는 우리의 존재를 뒤흔든다. 원래 자리한 위치에서 떨어져나가게 하고 방황의 여정을 시작하게 한다.  - P142

외면하는 능력은 자동으로 길러지는 반면,
직면하는 능력은 애를 써서 훈련해야 얻어지기도 한다. 무엇을보지 않을 것인가. 무엇을 볼 것인가. 스스로에게 그리고 아이들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며 수업에서 나온다.
- P143

그 여자애의 글 속에서 한 교사는 화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A가 예전에 왕따를 당한 적이 있어서 아픔이 많아. 너네가 잘챙겨줬으면 좋겠다."
그 부분을 읽고 옆에 있던 아이가 말했다.
"선생님이 진짜로 이렇게 말했다면, 정말 경솔했던 것 같아요."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교사는 자기가 가진 정보를 신중하게 선별해서 말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한 아이의 사정을 다른 아이에게 허락 없이 노출시켜서도 안 되고, ‘왕따‘와 ‘아픔‘이라는 단어를 그렇게 간단히 한 문장에 정리해서도 안 됐다. 생각나는 것을 죄다 말하지 않는 윤리에 대해 생각했다.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뿐 아니라 모든 관계에서 신중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 P153

있나는 치유를 위해 글을 쓰지 않지만 글쓰기에는 분명 치유의 힘이 있다. 스스로를 멀리서 보는 연습이기 때문이다. - P210

응미 선생님과 응숙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녹슨 몸을 실감하지 않고도 배워볼 수 있는 게 글쓰기인 것 같다고. 마음을 잘 정돈해보고 싶어서 이 글쓰기 수업에 왔다고. 
- P222

일곱 명의 아이들이 적어낸 일곱 개의 다른 머릿속 그림을 보며 나는 그들의 이름과 표정과 글씨체와 문장을 외운다. 수십 개의 질문과 함께 글쓰기 수업이 출발하고 있다. 글쓰기는 변화를 다루는 예술이며 변화는 질문 없이 시작되지 않기 때문이다.
- P245

 영원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모두 친구다. 지구라는 한 달걀 안에서 안부를 물으며 살아갈 것이다. 
-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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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속에 나만 너무도 많지는 않도록 내 속에 당신 쉴 곳도 있도록 여러 편의 글을 쓰는 사이 우리에게는 체력이 붙었다.부지런히 쓸 체력과 부지런히 사랑할 체력이 부드러운 체력이우리들 자신뿐 아니라 세계를 수호한다고 나는 믿는다.
- P7

우리는 이야기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 남에게들은 이야기뿐 아니라 자신이 한 이야기 때문에 달라지기도 한다. 때때로 글쓰기는 본인에 관한 농담과 거짓말을 지어내는 일이다. 과장하고 축소하고 생략하고 건너뛰고 덧붙이며 스스로를위한 진실을 세공한다.
- P51

우리는 자신과 세상을 죄다 이해하기가 벅차서 허구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좋은 거짓말에는 빛도 어둠도 풍부하게 담겨 있다. 그와 함께 지어낸 거짓말로 진실 쪽을 가리키고 싶었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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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정신이 도달할 수 있는 정점은 판단이다. 판단을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타인의 의사를 수용하지 않는 것,
그것이 인간 정신의 정점이다. 자기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만큼 개체로서 완성도와 독립성을 보여주는 증거는 없다.
- P60

한 가지 주의할 점은 판단과 권위를 혼동하지 말라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난제와 부딪혔을 때 권위를 따르면서도 의기양양하게 스스로 판단한 것처럼 착각에 빠지곤 한다. 권위를 갖춘 말을 인용했을 뿐이면서 마치 자신이 직접 고안해낸 결론인 것처럼 스스로를 속이곤 한다.
- P61

우리가 사소한 일에서 위로를 받는 이유는 사소한 일에서 고통받기 때문이며, 신을 안다고 말하는 자 중에 신을 사랑하는 자가 극히 적은 이유는 형식과 진실의 거리가 비교도안 될 만큼 멀기 때문이다.
- P63

잘 먹고, 잘 자고, 일찍 일어나는것이 자기혐오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혐오스러운 오늘로부터 조금이라도 빨리 떠나는 것이 상책이다. 괴롭다면 평소보다 더 많이 먹고 평소보다 더 많이 자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그리고 내일 아침 일찍, 새로운 시작을 펼쳐나가면 되는 것이다.
- P78

인생을 살아가는 가장 현명한 방법을 생각하기 전에 내가 무엇과 친해져야 하는지, 무엇을 사랑하고 있는지 부터 확인해야 한다. 어떻게 살고 싶다는 소원보다는 내가 사랑하는 그것을 위해 살고 싶다는 바람이 인간에게는 더 크고 위대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P91

아무리 오래 사귄 친구이더라도 그의 마음은 나의 눈동자보다 더 약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 연약한 마음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 그는 농담도 견디지 못하고, 진담도 견디지 못한다. 작은 불행도 참지 못하고, 나의 성공에도 감정이 상한다.
인간과의 교제는 극도의 주의가 필요한 매우 힘든 수행이다. 


좋은 친구를 찾는 법은 인간에 관한 판단이다. 이때 기준은 예의다. 예의가 바른 사람은 타인과의 의견이 대립될 때 타인의 입장을 고려해서 최대한 공정한 판단을 내리려고 노력한다. 그 같은 노력의 결과가 좋지 못하더라도 이런 시도가 우정을 형성하고 지속하는데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  - P95

인생에서 가장 애처로운 시간은 먼 훗날, 관 속에 누울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을 때, 일생을 헛된 욕망을 좇느라 세월을 탕진했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는한 번 더 시간이 주어지기를 가만히 소망해보는 때다.
한 번만 더 동일한 시간의 삶이 주어진다면 보다 가치 있게 보낼 수 있을 텐데, 하고 후회할 때다.
- P100

하지만 그날이 오기 전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 낙엽처럼 힘없이 추락할 때 바람에 말하고 싶다.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그러니 후회하지 않는다고. 너를 미워하지도 않는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 P101

그러나 무대 위에는 시간이 흐르고 있었고, 시간은 어린소년들 앞에서 이런 대사를 중얼거렸다. "오늘은 정말 힘들었을 거야. 하지만 내일은 더 힘들겠지. 살다 보면 점점 더 괴로워질 거다. 네가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고통은점점 더 심해질 거야?" 어린 소년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시간의 판결이 이루어지기를 소망했다. 오래도록 살면서 시간이낭독한 판결문이 자신의 삶 속에서 이루어져 가는 광경을 지켜보고자 어른이 되어갔다.
- P123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람일수록 고통을 느끼는 감성이 극도로 예민하다.  - P139

예지적 성격으로 경험한 것들을 지식 삼아 세상과 타인이 원하는 나를 인식하고, 그 모습이 나 또한 원하는 모습인지를 분석한다. 이 과정에서 방황과 실패는 공식이나 매한가지다. 한 번의 좌절이 하나의 정답으로 귀납되고, 방황의 끝에서 남들에겐 없는 나만의 소양이 도출된다. 그렇게 능력과소양을 채워나가다 보면 나의 천부적 성품과 경험된 지식과한데 어우러져 세상이 바라보는 ‘나‘의 진짜 모습이 구현되는 것이다. 하고자 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이 구분되고, 의욕과 가능성이 판단된다. 구분과 판단은 세상을 살아가는 나의성격이다.
- P143

그대의 오늘은 최악이었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쁠지도 모른다. 그것을 알면서도 그대의 청춘은 내일을 준비한다. 그것이 인생이라는 나그네의 길임을 그대는 알고 있기때문이다.

- P161

어떤 사람은 더 많이 착취당하기 위해 최고 고등교육기관을 졸업하고, 어떤 사람은 팔다리가 부러질 때까지 기둥을세운다. 대체 왜 우리는 노력하는가. 왜 청춘은 꿈을 꾸는가.
그들의 꿈은 어디를 배경으로 바래지고 있는가.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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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는, 바라보고 있는, 살아가고 있는 인생은그저 인생이라는 두 글자, 다시 말해 문자일 뿐입니다. ‘인생‘
이라는 두 글자의 뒤안길에 도사리고 있는 욕망과 의지야말로 ‘인생‘이라는 글자로 표현된 실체이며, 그 표상을 고통으로 덧칠하는 주체도, 권태로 변화시킨 주범도 다른 누군가가아닌, 이 세상과 사회가 아닌 바로 우리들 자신이었다고 고백한 것입니다.
- P7

나는 늘 같은 시간에 산책하려고 노력한다. 산책은 직장과 마찬가지다. 매일 같은 시간에 출발해 같은 시간에 끝마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산책할 때는 생각할 것들을 챙겨간다. 어려운 과제들을 가져가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동행을 두지 않는다. 산책의 동료는 고뇌로 족하다.
- P26

새롭지만 전혀 새롭지 않은 정신질환이 유행처럼 번지고있다. 바로 우울이다. 거리에 나가면 우울하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되뇌는 자들이 발에 치인다. 정신과 의사들은 우울이야말로 가장 현대적인 질병이라고 정의한다. 우울은 말 그대로 정신이 우울해졌다는 뜻이다.
- P29

그래서 우울을 핑계로 얼마든지 나태해져도 그 게으름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또 우울하다는 변명으로 얼마든지 무감각해지는 것도 가능하다. 기분이 우울해서 타인의 고통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고 한마디 툭 던짐으로써 간편하게 면죄부를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우울함에 취해 있다간 얼마 지나지 않아 판단력이 흐려질 것이다. 이것은 하나의 불감증이며, 이 단계에서는 사회적 인습 전반에 무기력해져 자기 생각과 감정만이 유일하게 옳다는 망상에 빠지게된다.
- P30

아직 이르다고 생각될 때 죽음이 찾아온다. 보통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망상이다. 죽음은 그에게 꼭 필요한 순간에 이루어진다. 어린아이가 어쩔수 없이 어른으로 성장하듯 죽음은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 P46

우리는 항상 죽음을 떠올려야 한다. 그것이 우리에게 삶이 허락된 이유임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는 죽기 위해 태어난 자들이다.
- P48

우리가 할 수 있는 죽음의 준비는 오직 이것뿐이다. 더 나은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것. 두려움과 아쉬움과 남겨진 자들에 대한 걱정으로 죽음의 눈치만 보던 우리들이 당당하게죽음과 대면하여 공포도, 후회도, 근심도 없음을 확인시켜주는 것. 보다 나은 삶이 우리를 죽음으로부터 지켜주는 유일한 보호막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것이 좀 더 의연하게 죽음이라는 숙명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준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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