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위의 『주역』(60번째 괘) 구절을 이런 의미로 받아들인다. 제약이 없고, 제한이 없고, 경계나 장벽이 없으면, 가령 삶이 컴퓨터 게임처럼 ‘재설정‘되어 자동 저장이 된다면 인간의 행동에 아무런 의미가 없을 거라고 말이다. 그러면 결과도 없다. 규칙과 결과가 없는 게임이라니, 얼마나 지루할까? 그건 게임이다. 
- P12

자유로운 주체가 된다는 것은 곧 결과를 직시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주체가 되려면 유한한 표본에서 선택과 결정을 해야 한다. 그것은 어떤 가능성을 위해 다른 가능성을 버리는 일이다. 미래를 가지치기하는 행위라 할수 있다. 
- P13

의미 있게 살려면 죽음이 필요하다. 그것은 버려진 가지(실현하는 것을 위해 잃은 가능성)의 죽음이자 최종적으로 자기의 죽음이다.
- P13

사실 이 책은 세네카의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라는 고전에서 제기한 주제들을 재검토한 것이라고볼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도 세네카가 품은 오랜 관심사 중 상당수가 여전히 현재성을 띠고서 이 책이 다루는 모든 주제 속으로 밀고 들어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죽음 불안은 최고의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자신만 기회를 놓치거나 소외될 수 있다는불안감이나 두려움)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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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한 따분함이 한 공간에 자리할 때,
따분함은...
해로워진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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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건물은 매번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데 반해 새 건물은 신기할 정도로 무료하고 단조로웠다. 건물은 그저 보이는 그대로, 그게 전부였다. 그러나 까사밀라는 부동의 현실 가운데 어떤 균열을 열어젖혔고,
그 균열 속에서 나는 다른 세계의 가능성을 보았다.
- P27

그리고인간이라는 미미한 존재가 이다지 훌륭한 것을 구상할 수 있다는 사실, 그러한 구상을 힘 합쳐 실현해 낼 수 있다는 사실에서 오는 아연함이다.
- P29

왜, 이토록 풍요로운 21세기에 우리는 월든 7이 아닌 피너클 호텔 하버프런트 같은 건물에 둘러싸여 있을까?
월든 7과 같은 건물은 현대에도 터무니없이 많은 비용을 들이지않고 인간적인 건물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왜?
왜 우리는 계속 이런 건물을 짓는 걸까?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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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싫어하는 건 쉬운 일이다. 뒤에서 욕하는 것도, 조롱하는 것도. 욕할 거리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 P43

친했던 척하지 마. 네 감정을 과장하지 마. 정수연의 죽음을 너희의 일로 만들지 마. 슬픈 사람은 정수연의 가족이랑 친구들이야. 너희는 정수연이랑 아무 사이도 아니었잖아. 
- P48

남들이 보기에는 사소해 보일 일이라서, 의미 부여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 죽은 다음에야 친한 척하는 건 아닐까 스스로가 위선적으로 느껴져서, 어디에다가도 꺼내 놓지 못했던 기억이었다.
- P49

길고양이는 오래 못 살아. 길어야 이 년에서 삼 년이야. 매일보던 애가 어느 날 사라지는 경우도 되게 흔해. 사체라도 발견할수 있으면 다행이고,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지 알 수 없을 때가 더 많아. 그러니까 얘들한테 이름을 붙이는 거야. 이름을 붙이고 눈에 보이는 동안 자꾸자꾸 불러 보는 거야.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금방 잊어버리게 되거든. 우리 엄마한테 배운 거야.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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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있다 보면 호정이 나의 아픔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하는 기분이 들었다. 심지어는 나를 나보다 잘 알고 있는 것처럼 굴었다. 나는 그런 호정의 친구가 될 수 없었다.
- P14

"강하면 좋죠."
"왜요?"
"잊고 나아가야 하니까요."
"잊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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