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몰랐던 K - ‘진짜 선진국’ 대한민국을 위한 박노자의 불편한 제안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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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의 과잉인 시대 같다. 뭐만 하면 K를 붙인다는 생각에, 이제는 노이로제가 걸릴 정도가 되어버린 듯하다. 처음에는 긍정적이고 칭찬할 만한 의미의 K였던 것 같은데, 이제는 그저 K라는 한글자로 어떠한 사안이 가진 문제들까지 외면하려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박노자 작가님은 언제나 충격적이다. 나름대로 진보적인 생각을 가지고 살아온다고 생각했는데, 많이 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만큼 급진적인 생각들이 넘쳐난다. 사실 작가님이 언급한 해외 사례들만 보더라도 그것은 급진적인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의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잡고 있는데, 온건하고 보수적인 한국사회에서는 여전히 요원해 보이는 미래일 뿐이다. 그래도 계속해서 이런 목소리를 내주는 작가님 같은 사람들이 있어 새로운 미래를 고민해 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번 책 역시 정말, 새로운 시대의 '아방가르드(최전선)'을 경험한 느낌이었다. 작가님의 전작인 <미아로 산다는 것>이 출간 후 1년 반이나 되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그 사이에 많은 것이 변화하기도 하고, 또 그대로인 문제들도 있다는 점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하지만 박노자 작가님은 단순한 사례 제시나 충격요법으로만 끝내지 않는다. 그 끝에는 언제나 새로운 시대를 위한 제안이 있다. 작가님의 이야기가 너무 불편하고 당황스럽더라도, 불확실한 미래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박노자 작가님의 책이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유는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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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하니포터 2기' 활동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코로나 위기만이 자본주의라는 자전거를 흔드는 것은 아니다. 자전거는 이미 오래전부터 고장 나 있었다.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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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동 이야기
조남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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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주 작가는 현실의 이야기를 소설의 형태로 재현해 내는데에 탁월한 능력을 가진 것 같다. 대도시의 오래된 베드타운, 대단지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마주했을 상황들을 너무나 당황스러울 정도로 사실적으로 풀어낸다. 지금까지 나에게 너무 익숙했던 환경들이라 너무 민망할 정도다. 아파트를 둘러싼 욕망의 민낯, 그리고 욕망이 무언가 거대한 정치와 경제의 영역이 아닌 생활 속에 밀접하게 침투해 있다는 슬픈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한다. 대단지 아파트에 거주하는/거주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읽어볼 것을 원한다. 당신이 부끄러워했던 풍경을 마주할 수도, 아니면 당신이 몰랐던 부끄러운 풍경을 마주하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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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가정은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기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라는 <안나 카레니나>의 첫문장처럼, 겉으로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모든 집에는 각자의 사연이 있다. 그리고 아파트는 이 사연들이 모여있는 ‘터전’이다. 하지만 ‘아파트는 삶의 터전이자 일터’라는 단순하고도 명백한 명제를 망각한채 욕망의 대상 정도로만 인지하는 이들이 있다. 사실 그런 이들이 많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믿고 싶다. ‘백에 아흔아홉은 상식적이에요. (…) 근데 나머지 한 명이 문제죠. 언제나 그 한 명이 지독하거든요. 아주아주 지독해요.’(p55)라고 말하는 이 작품 속 관리소장처럼, 그런 사람이 백에 한 명뿐이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부디 백에 아흔아홉에 속한 사람들이 백에 한 명의 욕망에 더 이상 휩쓸리지 않아야 한다. 그렇다면 나는 어느 쪽에 속해있을까. 지독한 한 명일까, 휩쓸려다니는 아흔아홉일까, 한 명의 욕망을 제지하는 아흔아홉 중 일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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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한겨레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아 작성된 후기입니다.

"아. 그런 말들을 입 밖을 꺼내는구나. 뭐랄까 너무 투명하다. 차라리 위선적이기라도 하면 좋겠네. 내가 이런 말 할 처지는 아니지만."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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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알래스카
안나 볼츠 지음, 나현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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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뇌전증의 고통 속에 살아가는 스벤과 가족들이 겪은 강도의 상처를 끌어안은 심리적인 가장이 되어버린 파커. 자신의 내면에 있는 어두움으로 인해 세상에 날을 세울 수밖에 없었던 둘은 서로에게 상처만 주는 첫만남을 가진다. 그리고 사이에는 현재 스벤의 도우미견이자 과거 파커의 가족이었던 알래스카가 있다. '알래스카는 누구를 좋아하는가'라는 경쟁심리에서 시작된 둘의 애증은 우정으로 변하고, 위기 속에서 서로를 도와주고 상처를 보듬는 친구가 된다.

 

#2.

사람의 상처를 조망하는 작품은 전반적으로 어둡고 매우 불친절하다. 사람의 시점을 번갈아 보여주다보니 가끔은 헷갈리기도 한다. 하지만 성장과정에서 엄청난 상처와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의 생각을 보여주기에는 아주 적절한 방식이라고 생각된다. 혼란스러운 성장 속에서 '공포로 가득한' 지구가 아닌 자신의 특이함을 보듬어줄 '화성' 꿈꾸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어둡지만, 엉뚱하고 경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에서, 파커가 발작으로 힘들어하는 스벤을 위해 준비한 이벤트는 엉뚱함에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면서 파커의 마음씨에 가슴 켠이 찡해지기도 한다.

 

#3.

누구에게나 삶의 공포가 존재한다. 너무도 일상적인 보이지만 세상에는 언제나 공포가 도사리고 있고, 공포는 단순히 심리적 문제만은 아니다. 언제든 범죄와 혐오의 형태로 우리를 덮쳐올 있다. 세상을 두려워하는 누군가에게 '겁쟁이'라거나 '나약하다' 식으로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공포의 원천이 어디인지, 공포를 잊기 위해 마음 속에 다른 세상을 만들 있는 방법은 없는지, 그리고 공포를 구성하는 본질적인 폭력은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것이다. 누군가에겐 하찮은 것이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문제가 있다. 자신의 가족이 겪은 범죄의 피해를 찾아 나서는 파커의 절박함처럼.

태어날 당시의 내 모습이 어땠는지 기억나지 않아서 참 다행이다. 그땐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홀딱 벗겨진 채로 누워 있었을 것이다. 전혀 모르는 얼굴, 전혀 모르는 손, 전혀 모르는 코털 아래에서. 어쩌면 그래서 아기들이 태어나자마자 빽빽 울어 대는 건지도 모른다. - P6

잠깐의 뇌신경 합선이 지나간 후, 내가 다시 온전하게 돌아와서 저러는 거라고 했다. 이본 조련사님은 알래스카와 내가 끈끈한 유대 관계를 맺고 있다고, 그러니까 둘 사이에 텔레파시가 통하는 거라고 판단했다. 발작이 진행되는 동안 그 유대 관계 또는 텔레파시가 잠깐 끊어지는 거라고, 도우미견에게 가장 끔찍한 일은 주인이 더 이상 깨어나지 않는 것이란다. - P149

동영상이 점점 더 많이 올라온다. 우리반 애들이 이렇게 정신 나간 애들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는 콘센트 옆 거실 바닥 한구석에 앉아 있다. 휴대폰을 계속 충전해야 하기 때문에. 동영상이 하나씩 도착할 때마다 아이들은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지금 우리는 예쁠 필요도, 평범할 필요도, 완벽할 필요도 없다. 오늘 저녁 6학년 2반은 전부 화성에서 신나게 춤을 추는 거다.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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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재난 국가
이철승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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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우리는 매일 쌀을 먹고 살아간다. 쌀 소비량이 매년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쌀은 우리의 주식이고, 밥은 한국인들에게 열량 섭취의 대상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이철승 교수님은 우리 사회에 내재된 수많은 문제들의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이 쌀로부터 시작한다. 우리에게 너무도 가까운 쌀. 우리가 겪는 문제의 답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던 것이다.


#1.⠀
"우리는 흔히 역사를 단절과 격변으로 점철된, 역사적 국면마다 구체제가 청산되고 새로운 체제가 들어서는 것으로 이해한다. 역사책이 그렇게 '사건'을 중심으로 장이 나뉘어 서술되기 때문이다. (...) 그런데 역사의 주체인 민초의 입장에서 보면 역사는 격절이 아니다. 앞의 다섯 번의 격변을 통과한 산업화 세대는 동일한 주체들이다."(p113)⠀

#1-1.⠀
지금 우리에게 과연 세대론이 유의미할까? 세대를 나눈다고 하지만 어쨌든 우리는 같은 사회를 살고 있고, 살아가야 한다. 게다가 너무도 급변하고 다양화되는 사회에서 세대론은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이 만들어내는 목소리의 힘을 무시해버린다. 어설픈 거리두기와 편가르기보다는 같이 하나로 묶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하나의 사회에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 이 책의 사회불평등 탐색도 여기서 출발한다. 어쨌든 우리는 같은 시공간속에서 살아가고 같은 사회에서 '쌀농사'로 비롯된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는 전제로부터.⠀

#2.⠀
"공동생산과 사적소유"라는 쌀농사의 아이러니한 특성이 가져온 공정성에 대한 집착과 불평등의 문제. 이철승 교수님은 이 아이러니를 통해 한국 사회의 여러 계층 문제들을 설명해나간다. 그리고 어쩌면 이것이 기본소득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기본소득은 '너무도 복잡하고 정보화된 네트워크 사회에서 누가 어떻게 돈을 벌고 누가 누구의 경제활동에 기여하는가'를 판단할 수 없다는 점에서 출발한 논의이기도 하다. 이미 '사람이 모이면 돈이 된다'는 것이 진리처럼 입증되는 정보화사회는 새로운 시대의 출현이 아니다. 이 문제는 이미 쌀농사 시대부터 내재되어 있었던 것이다.⠀

#3.⠀
생각해보면 한국은 쌀농사에 적합한 땅이 아니었을지 모른다. 쌀 농사를 짓는 대부분의 지역은 우리보다 훨씬 기온이 높고 일정하며, 2기작-3기작이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한반도는 1년에 1번의 농사만 가능하며 연교차도 엄청나게 크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쌀에 대한 사랑만으로 쌀농사를 발전시켰고 쌀이 남아 도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한국인이 극한 상황에 강하다는 것은 쌀농사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인구나 면적 등의 문제로 내수시장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는 곳에서도 산업화를 이뤄내고 경제성장을 이뤄낸 특이한 나라. 극한에서의 쌀농사로부터 체득된 위기 대처 능력이 아니었을까.

#3-1.⠀
쌀농사 국가인 대한민국의 구성원들은 점점 밀농사 지대인 서구의 문화를 받아들이기 시작하고 어떨 때는 더욱 익숙해한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1인당 쌀 섭취량은 점점 줄어들고 밀 섭취량이 그 감소분을 채우고 있다. 특히 청년세대에서 쌀농사 지대의 전통적 가치에 공감하지 못하게 되는데, 어쩌면 이것은 쌀 섭취량 감소와 쌀에 대한 애정으로부터 멀어지는 것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마을의 누군가는 다른 방식의 파종법을 시험할 수 있도록 공동노동의 표준화 과정에서 제외시켜줄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았으면, 한반도에서 이앙법 실험은 실패했을 것이다. - P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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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 메가트렌드 패러다임의 전환
천성현 지음 / 가디언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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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 트렌드를 한눈에 짚어준다는 점은 good. 하지만 2-3년 정도 늦은 느낌이 아쉽다. 큰 흐름이 변하진 않았겠지만 코로나 등으로 인한 비대면 이슈에 대한 인사이트는 부족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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