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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동 이야기
조남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월
평점 :
조남주 작가는 현실의 이야기를 소설의 형태로 재현해 내는데에 탁월한 능력을 가진 것 같다. 대도시의 오래된 베드타운, 대단지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마주했을 상황들을 너무나 당황스러울 정도로 사실적으로 풀어낸다. 지금까지 나에게 너무 익숙했던 환경들이라 너무 민망할 정도다. 아파트를 둘러싼 욕망의 민낯, 그리고 욕망이 무언가 거대한 정치와 경제의 영역이 아닌 생활 속에 밀접하게 침투해 있다는 슬픈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한다. 대단지 아파트에 거주하는/거주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읽어볼 것을 원한다. 당신이 부끄러워했던 풍경을 마주할 수도, 아니면 당신이 몰랐던 부끄러운 풍경을 마주하게 되리라.
-‘행복한 가정은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기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라는 <안나 카레니나>의 첫문장처럼, 겉으로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모든 집에는 각자의 사연이 있다. 그리고 아파트는 이 사연들이 모여있는 ‘터전’이다. 하지만 ‘아파트는 삶의 터전이자 일터’라는 단순하고도 명백한 명제를 망각한채 욕망의 대상 정도로만 인지하는 이들이 있다. 사실 그런 이들이 많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믿고 싶다. ‘백에 아흔아홉은 상식적이에요. (…) 근데 나머지 한 명이 문제죠. 언제나 그 한 명이 지독하거든요. 아주아주 지독해요.’(p55)라고 말하는 이 작품 속 관리소장처럼, 그런 사람이 백에 한 명뿐이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부디 백에 아흔아홉에 속한 사람들이 백에 한 명의 욕망에 더 이상 휩쓸리지 않아야 한다. 그렇다면 나는 어느 쪽에 속해있을까. 지독한 한 명일까, 휩쓸려다니는 아흔아홉일까, 한 명의 욕망을 제지하는 아흔아홉 중 일부일까.-*본 리뷰는 한겨레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아 작성된 후기입니다.
"아. 그런 말들을 입 밖을 꺼내는구나. 뭐랄까 너무 투명하다. 차라리 위선적이기라도 하면 좋겠네. 내가 이런 말 할 처지는 아니지만."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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