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 문화 관찰자 이상은의 뉴욕 이야기
이상은 지음 / 스테이지팩토리(테이스트팩토리)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70~90년대 대학생들의 가수등용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유명했던 것이 대학가요제와 강변가요제였다. 왠만치 노래를 하던 학생들이라면, 교내서클 중 음악동아리에 가입이 되어 있던 친구들이라면 한번쯤 꿈꾸어 보았을 무대이다. 아직도 기억이 난다. 짧은 단발머리에 큰 키 호리호리하다못해 빼빼 마른듯한 몸을 가졌던 어느 청춘이 탬버린을 흔들어대고 무대를 뛰어다니면서  관객을 휘어잡던 그 모습.. 바로 이상은의 데뷔무대다. 이상은 하면 담다디가 지워지지 않을 만큼 멋지고 귀엽고 풋풋함을 가지고 있던 그녀가 이제 40의 기성세대가 되어 책을 한권 내었다. 보통의 가수와는 다르게 음악작업을 하면서도 미술을 그리고 여행을 하고 문화전도사로서의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던 그녀가 언젠가는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뉴욕이란 도시를 이야기한다.

 

뉴욕 그 단어만으로도 현대적 감각이 물씬 느껴지고 거리를 바쁘게 움직이는 뉴요커들의 활기찬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커피한잔을 손에 들고 편안한 차림에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도 , 쫘악 빼입은 양복에 가방을 들고 전화를 하는 비지니스맨들도, 힙합옷에 모자를 쓰고 보드를 타며 흥분됨을 만끽하고 있는 젊음도 모두 뉴욕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그들에게서 느끼는 여유와 자신감 그리고 문화적 우월의식을 들여다 보는 이상은의 조근조근한 말솜씨는 그녀의 노래만큼이나 매력적이다. 시끄럽지 않지만 흥겹고 차분하지만 어둡지는 않은 그녀의 노래와 뉴욕은 무척이나 닮아 있는 거 같다.

 

내게 있어 여행은 자연을 보고 문화유산을 보고 사람들을 만나는 거였다. 복잡한 도시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전통이 함께 하지 않는 곳은 가보려 하지 않았다. 아마도 지금도 바쁜 도심속에서 살고 있는데 아무리 다르다고는 한 들 얼마나 차이가 있겠나 싶어 더욱 그랬던 거 같다. 그런데 이상은이 소개하는 도시 뉴욕을 지면으로나마 여행하고 나니 생각이 바뀐다.  햇살과 더불어 여유라는 사치를 부리고 온종일 도시를 돌아다니며 눈을 호강시킬 수 있는 장소들에 대한 맛갈스러운 표현들이 넘쳐나다 보니 책 한권을 읽고 난 뒤 뉴욕을 다 돌아본 기분이다.

 

책과 커피를 함께 할 수 있다는 반즈앤 노블과 저렴한 가격의 중고서점인 스트랜드 북스토어가 있다는 유니언 스퀘어와 곳곳에 숨어있는 아트 플레이스인 뉴욕의 유명 뮤지엄에도 가보고 싶다. 늘 예측불허의 일이 일어난다는 뉴욕, 거리를 활보하며 지하철을 타보고 독특한 간판들과 상점들 백인 흑인 동양인 서양인 모든 인종의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도 보고 이것저것 구경하는 재미도 좋겠다. 그러다 배가 고프면 가까운 식당에 들어가 맛난 음식들을 먹기도 하고 해가 져오는 오후에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들이키는 것도 행복하겠다. 낯선 풍경들과 사람들이겠지만 곧 익숙해질거다. 젊음의 기가 가득한 수많은 클럽과 빌딩들 불빛으로 수놓아진 밤의 야경 또한 멋질 거다. 그렇지만 짧은 시간 모든 것을 다 볼 수는 없다. 그래도 색다름에 대한 느낌과 감동 그리고 여유와 행복을 가슴속에 담아 올 수 있다면 여행은 성공이다. 그들만의 문화를 다 알수는 없지만 다른 것을 경험하고 개성강한 그들만의 열정과 삶의 방식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짜릿함이다.

 

늘 여행을 동경하고 늘 떠나고 싶은 마음이지만 삶과의 전쟁에서 물러섬은 패배라는 듯이 살고 있는 나기에 지금 내가 가진 것을 놓을 용기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저자의 말처럼 젊은 한때가 아니면 뉴욕에서 살아볼 기회는 인생에 흔지않다.  나 아직 젊은가 하고 물어보니 마음 깊은 곳에서 움찔하는 호기심과 패기와 흥분이 느껴진다. 일생에 한번 쯤....... only 나만을 위해서 살아보는 시간을 가져봄이 늙어 후회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갑자기 없던 용기가 생기는 듯 하다. .... 그러면 나도 뉴욕으로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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