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 청춘의 밤을 꿈을 사랑을 이야기하다
강세형 지음 / 김영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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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정말 열심히 라디오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늦은 밤 감성은 최고조에 있었고 공부에 지쳐있던 내게 나즈막하게 삶에 대해, 인생에 대해 그리고 일상적인 일들에 대해 조근조근 이야기 하는 DJ들의 목소리에 매료되어 하루라도 듣지 않으면 마치 귀에 가시가 돋는듯이 들었었다. 그들의 한마디의 말은 내 마음에 화살처럼 와서 박혔고 왜 그렇게 공감이 되던지 때론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때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미래를 위한 투자라 생각하던 공부에서 잠시 해방되던 순간들이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 라디오와 멀리 지냈던 듯 하다.

 

라디오의 작가들은 참 글들을 잘 쓴다고 생각했다. 특히나 늦은 밤 프로에서 청춘에 대해 사랑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듣다 보면 마음으로는 알고 있지만 표현하지 못하던 것들이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통해 꼭 집어 들을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가벼워 보이는 문장들 속에 깊은 속내가 담겨 있고 곱씹을 수록 맛이 난다는 것은 그들만의 감성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능력이란 생각이 들어 무척이나 부럽기도 했다.

 

여기 또 한 사람 스윗소로우, 이적, 테이, 김동률 등 음악으로서는 음유시인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빌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강세형 작가의 글들을 모아 놓은  <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를 만나게 된다. 삶에 지쳐 생각지 못했던 지나간 시간들을 돌아보며 누구나 가졌을 고민들과 누구나 한번쯤 지났을 고뇌의 시간들을 참으로 맛깔스럽게 그렇지만 너무나 예쁘고 담담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녀의 글을 읽다보면 너무나 공감이 가는 이야기들이 있어 한참을 같은 페이지에서 머뭇거리게 된다. 나의 과거 어딘가에 있는 같은 추억을 공유하고 싶은 듯이 일기장을 뒤적거리며 나의 청춘 어딘가에 있을 사람들을 기억하게 한다. 아무것도 아닌거 같지만 지금의 내가 있게 해준 그 소중한 시간들을 지금껏 잊고 있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그녀의 글과 함께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의 여행을 순간 하고 마는 것이다. 

 

사랑도 있었고 이별도 있었고 좌절도 있었고 행복도 있었으며 꿈도 있었고 그걸 이루기 위한 노력도 있었다. 책 한 권에 의미를 담기도 했었고 영화를 보며 감동을 받기도 하고 마치 내일인양 흥분하기도 했었다. 바닷가를 하염없이 걷기도 했었고 배낭여행이라고 가방 하나 둘러메고 비행기를 타기도 했었다. 겁도 없었고 자신감을 넘쳤으며 세상 거칠 것 없이 헤쳐나가기만 하면 되는 줄 아는 시간들도 있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이제 추억할 수 있는 시간들이 있고 같은 추억을 가진 사람들과의 만남이 행복한 나이가 되어 읽게 되는 그녀의 글은 따뜻하고 소중하다. 짧막한 문장의 글들이 강렬하게 나는 잡아 끌고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한다. 좋았건 나빴건 과거란 그런 느낌을 가지게 하는 거 같다.

 

허둥되지 말지며 여유를 가질 것이다. 전쟁같은 현실이라고는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아직 부드럽고 온기있고 가벼운 생각들이 날개를 펼치려 노력하고 있다. 어디서 부터 읽어도 상관없고 읽다 멈추어도 부담이 없다. 눈을 즐겁게 하는 삽화는 책을 가까이 하게 만들고 <어른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는 제목만큼이나 나 스스로 나이만 먹은 철부지라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어 저자의 낙서에 더욱 마음을 빼앗기에 만든다.

 

주변의 친구들에게 선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애엄마로 , 직장일에 대한 스트레스로 하루를 버거워 하는 친구들에게 보내면 그들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나만큼이나 이 책에 공감하며 웃으며 울며 그런 시간들을 보내게 될까? 궁금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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