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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보통 여름 휴가철이 가까워지면 서점의 베스트셀러라 할 수 있는 책들은 대부분이 자기계발서나 비교적 읽기 쉬운 소설류라고 한다. 내가 생각해도 그럴거 같다. 읽느라 머리가 아프거나 너무 길어 감당이 안되는 책들보다는 짧은 휴가를 편안하게 보내기 위해서라도 가벼운 책들이 좋지 않을까 싶기에 인문학 서적으로는 8년만에 베스트 셀러에 올랐다는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이 뜻밖이었다. 또한 인문학 서적의 주 독자층이라 할 수 있는 40대뿐만이 아니라 30대에서 폭팔적 반응을 보이고 있고 20대에서도 고르게 관심을 받고 꾸준한 판매가 이루어진 다는 것은 주목할 일이란 생각이 든다. 이 책은 하버드대 20년 연속 최고의 명강의인 마이클 센델의 수업을 담아 놓은 것으로 자신들이 당당하게 주장하던 사회정의에 또 다른 질문을 던짐으로서 독자들을 딜레마에 빠지게 한다. 무엇보다도 ’정의’라는 키워드가 독자들에게 충분한 공감을 끌어 내고 있음이렸다.
도대체 정의란 무엇인가?
철학에서의 정의란 질서를 정립하고 특히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고 유지하는 기능을 가진 원리 또는 일군의 원리 라 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정의란 사회적 도덕관념에서 비추어 볼때 옳고 그름을 따지는 하나의 기준이다라고 알고 있었다. 마이클 센델은 정의를 세가지 방식으로 구분지어 놓았다. 첫째는 공리나 행복 극대화, 즉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추구하는 것, 둘째는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 셋째는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고민하는것 이다. 저자는 첫번째인 공리주의와 두번째인 자유주의를 모두 비판하면서 정의는 올바른 분배의 문제만이 아닌 올바른 가치측정의 문제임을 내세워 세번째 공동선이 실현된 사회의 모습에 정의가 살아있음을 말한다.
그런데 그 정의를 지킨다는 것이 현 사회에서는 참으로 힘들다는 생각이다. 동물들의 약육강식의 법칙에 부응이라도 하듯이 삶을 전쟁으로 표현하면서까지 치열하게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때론 불의를 모른척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고 잘못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동참하기도 하고 그렇다. 진보와 보수의 다툼에 말려들기 싫어 중립에 서서 움직이려 하지 않을 때도 있다. 남보다 내가 더 잘 살아야 세상에 정의가 살아있는 듯 보이고 그러다 보니 끊임없는 성공에의 추구와 소유욕에 지쳐 이제는 버리는 것이 오히려 행복이 아닌가 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그렇기에 지성을 갖추고 있다는 하버드 대학생들을 대학으로 정의에 대한 강의를 하는 샌델 교수의 강의법은 참으로 흥미롭다.
7천명도 안된다는 하버대생가운데 천명이 넘는 학생들이 수강을 한다는 이 강의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속에서 정의로움을 말할 수 있는 많은 예를 찾고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답을 하면 다시 반문을 하는 방법으로 학생들을 곤혹스럽게 만든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서로의 입장을 얘기하고 대화하고 토론하면서 정의란 무엇인가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이기적이고 엘리트의식을 가진 학생들 사이에서 정의란 화두가 이처럼 폭팔적인 인기를 끄는 것은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그들 조차도 세상의 정의에 대한 혼란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내가 옳다고 생각했던 것이 생각의 전환을 이루는 순간 정의롭지 못한 일이 될수 있다는 생각에 학생들은 당황하지만 소통을 통해 정의로 가는 법을 배우고 있는 듯해 이런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그들이 무척이나 부럽기도 하다.
우리에게도 큰 이슈가 될 듯한 군대 이야기인 징병제와 지원병제, 이제는 아웃사이더의 의견도 무시해서는 안될 듯 하지만 아직 사회통념상 받아들이기 힘든 동성애 이야기, 독일인들이 머리숙여 사죄한 2차대전의 죄를 일본인들은 아직도 고개 뻣뻣이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 과연 스스로 한 일이 아니라서 그런건가 등등 읽으면서도 고민되고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과연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는 꼭지들이 많다. 또한 책안에는 과거의 철학자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아주 오래전부터 정의란 무엇인가는 철학적인 접근이던 정치적인 접근이던 간에 석학들의 주요 토론 거리였고 논쟁거리였던 거 같다. 늘 목마름의 대상이었고 삶의기준이 되었을 듯 한 었던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샌델 교수의 명강의를 볼 수 있는 사이트도 있으니 한번 가봄이 어떨까. http://www.justiceharvard.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