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 전형필

간송 전형필 - 한국의 미를 지킨 대수장가 간송의 삶과 우리 문화재 수집 이야기
이충렬 지음 / 김영사 / 2010년 5월

내가 가진 것이 많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일까? 책을 덮으며 잠시 생각에 잠겨 본다. 원래 가진 것이 많을 수록 더욱 많은 것을 탐한다고 하는데 일신의 욕심이 아닌 후손들에게 우리의 것을 물려주기 위해 그리고 우리의 것을 지켜내기 위해 만석지기로서 자신의 재산을 헐어가며 평생을 바쳐 우리의 문화재를 수집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은 나로서는 상상도 되지 않는 일이었다. 이런 대단한 일을 하신 분을 이제야 알게 되다니 후손으로서 너무나 부끄럽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어쩔수 없다.

간송미술관... 어디선가 들어본 듯도 하다. 미술이고 우리의 문화재고 별반 관심이 없다는 이유로 모르고 있었던 이 곳을 이 책 <간송 전형필>을 읽으며 꼭 한번 가봐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한다. 우리나라의 땅과 주권을 빼앗긴 것도 모자라서 우리 조상들의 숨결과 역사가 살아 있는 문화재를 일본인과 서양인들의 나라에 마구잡이로 헐값에 팔아버리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던 시절 간송 전형필은 사재를 털어 우리의 것 지키기에 나선다. 그의 노력으로 인해 교과서에서 볼 수 있었던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 청화백자철사진 사국화문병, 청화상감운학문매병, 훈민정음 혜례본, 금동여래입상,등 말할 수 없이 귀중한 문화재를 찾았고 해외반출을 막았다.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게 예술품의 수집을 재산증식의 수단이라던가 고상스런 양반네들의 취미정도로 생각하던 시대에 민족의 혼이 담긴 우리의 미술품들에 관심을 가지고 수집해 이를 한곳에 모아 두려 개인 박물관까지 지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간송 전형필>은 이런 전형필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1906년 태어나 유복한 집안에서 자란 간송은 1926년에는 휘문고등 보통학교를 1929년에는 와세다대학 법학부를 졸업한 재원이었다. 20살 약관이 나이에 시작된 애국애족의 길이라 생각했던 일이 바로 예술품 수집이었고 이를 위해 한남서림을 인수하는 등 우리 문화예술품들을 소장하기 시작한다. 책 안에는 그의 수집을 알고 값을 올리려는 사람들과의 줄다리기, 문화재를 사랑하고 이 땅에 보듬고자 한 그의 뜻에 감복해 수장품들을 내어준 사람들과 문화재에 대한 관심으로 간송을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안목과 지식까지도 전해준 오세창선생( 민족대표 33인 중 한사람이며 당대 최고의 서예가), 그의 손과 발이 되어준 이순황, 일본이면서도 간송의 꿈과 패기에 탐복했던 신보 등 수많은 지인들과의 인연등이 소개되어 있다. 

언제 해방이 될 거라는 기약은 없었다. 독립을 지키지 못한 나라에서 아무리 돈이 많다 하더라도 골동품을 사모으는 일은 어리석음일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를 지키기 위해 부를 버린 간송의 모습은 후세들에게 귀감이 될 수 밖에 없다. 어디든 귀중한 문화재가 있다하면 천리길도 마다않고 달려갔고 냉철한 판단과 진품과 값어치를 보는 안목으로 국보급 문화재들을 손에 넣었다. 이렇게 모아진 문화재들은 후세들에게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게 해 주는 밑거름이 되었음이다. 스스로 수집품중 최고라 여겼던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국보 제 70호 <훈민정음>만 보더라도 학계의 연구를 위해 한장 한장 해체해 사진을 찍게 함으로서 기꺼이 많은 학자들이 체계적 한글연구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게된다.

하찮은 서책부터 국보급 문화재까지 하나라도 더 조선의 품에 안고자 했고 그러기 위해서 때론 당시로는 상상할 수 없는 거금을 주고 일본에 있는 문화재를 사들이기도 했다. 영국인 변호사 개스비의가 소장하고 있던 청자 원숭이형 연적이나 기린형 향로등 20점 정도의 수장품들을 사오기 위해서는 매년 엄청난 수입을 보장하던 논 1만지기를 팔았고 이들의 운반을 위해 비행기를 전세재었다는 것을 보면 간송의 열정과 판단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덕분에 우리는 간송미술관에서 국보12점과, 보물 22점, 서울시 지정 문화재 4점등 귀중한 서화와 도자기등을 볼 수 있게 되었으니 이것은 행운이다. 간송미술관에 있는 서화, 도자기, 불상, 석조물, 서적들은 행복할 것이다. 자신이 지닌 가치만큼의 대접을 받았고 이제 편안하게 지내고 있을 터이니. 멋지다. 그 모습뿐만 아니라 한국의 미를 발굴하고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인품과 학식과 성품마저도 후세에게 귀감이 될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