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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익문사 1 - 대한제국 첩보기관
강동수 지음 / 실천문학사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또 하나의 팩션을 만났다. 아주 멀지도 않다. 갑오경장과 을미사변 그리고 경술국치까지 대한민국 5000천년 역사중 가장 가슴아픈 일들을 되새겨 볼수 있는 소설 <제국익문사>이다. 흥미롭게도 1902년 6월에 고종이 설립한 근대적 국가정보기관의 시초로서 대한제국의 첩보기관 이름이란다. 지금이야 정보력이 국가의 힘을 좌지우지 할 정도로 중요한 아이템이 되었지만 너무나 순수해서 세계정세를 몰랐던 1900년대 우리의 조상들이 만든 첩보기관이라니 와우 하는 생각이 든다.
고종은 정말 필요했을 것이다. 자신의 눈과 귀가 되어줄 사람들이 말이다. 대한제국 말기, 국운은 자꾸만 기울어가고 일본과 중국 러시아 등 열강들 사이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일본 낭인들에 의해 명성황후가 시해되고 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남의 나라인양 매국을 하는 대신들 틈바구니에서 나라를 지켜내기 위해 선택한 것이 은밀히 만든 비밀정보기관이었다 한다.
소설은 이인경이란 인물을 중심에 세워 사실과 허구를 넘나든다. 개화파의 동지였던 아버지는 반란의 죄를 물어 참수를 당하고 어머니도 자살로 생을 마감한 후 홀로 남겨진 그는 장동화란 인물에 의해 제국익문사의 첩보원으로 성장하게 된다. 일본의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인 거물 정객 오쿠마 시게노부를 암살하려다 미수에 그친 이인경의 이야기속에서 대한제국의 숨가빴고 다난했던 시간들과 명성황후 시해사건의 주동자였던 우범선과 공화정을 수립하고자 했던 박영효란 인물의 행적을 그리며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주 무대는 일본이지만 조선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우범선일당을 감시하고 이들이 꾸미는 일을 봉쇄하는 일을 하는 제국익문사 요원들에게도 위험이 닥치고 일본의 견재 또한 만만치 않다. 우범선에게 접근하기 위해 이용한 그의 딸 아사코와의 사랑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적의 딸과의 사랑만큼이나 가슴아픈 일이 있을까 만은 언제나 그렇듯 조국을 위해 스스로를 포기하는 일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국모시해에 가담했던 우범선이 사실은 1903년 살해당지만 소설속에서는 살아 공화주의자로 반란을 꿈꾸는 것으로 설정되고 또한 우범선의 아들이 유명한 육종학자인 우장춘 박사라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온 국민이 적으로 간주해버릴 만행을 저지른 사람이 아버지라니 아마 우장춘 박사도 많이 괴로웠을 듯 하다. 어머니는 일본인이고 아버지는 조선인이었기에 우장춘 박사가 겪었을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고스란히 이인경의 아이의 모습과 오버랩되어 있다.
나약하게만 보였던 고종의 강단있는 선택이었던 "제국익문사"다. 우리의 이야기라서 더 그랬을까 긴장감 넘치는 첩보 스릴러 속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어 내렸다. 명성황후시해장면이 나오면서 또 시해당하신후의 치욕적인 장면들이 나오면서 억누를수 없는 감정이 추체가 안되었고 그녀가 한줌의 재로 사라져간 건청궁도 떠올랐다. 과거를 버릴 수는 없다. 하지만 똑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위해 우리의 힘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호국보훈의 달 6월 참 읽기 좋은 책이었다.
"자네의 길은 옳은 길이 아니었어(…) 그렇다면 내가 가는 길이 과연 조선의 국체를 보존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할 테지. 그건 나도 모르겠네."(2권 28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