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강의
야오간밍 지음, 손성하 옮김 / 김영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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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사상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 ~이즘이나 장자, 맹자, 공자의 글이나 서양의 철학가들의 글은 일부러라도 잘 접하지 않으려 했던 거 같다. 읽어봐야 이해도 안되고 어렵기만 하다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던 거지. 책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편식의 정도가 심해 후후룩 국수먹듯 한순간에 읽어 버리는 행복감을 주는 소설류나 가벼운 산문, 여행집이 딱 내 스타일이라 생각했고 또 그런 책읽기에 빠져있었던 거 같다. 그래도 대단한 시련을 겪어봤다고도 세상을 오래 살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할 수 없지만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으로서 힘겨움이 없츨 수는 없는 것이 사실이고 거기에 나이도 먹고 세상살이가 어렵다는 것도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게 되다 보니 옛 어르신들의 말씀이 이해가 되는 경우가 종종 생기곤 해서 그럴까.. 이럴 땐 이렇게 저럴땐 저렇게 하는 등의 지혜로운 말과 딱딱할거라 밀어놓았던 철학적 이야기들에서 삶에 대한 질문의 답을 찾기도 하고 오지랖 넓게도 아는 척도 하게 되는 거 같다. 따로 찾아서 접하려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듯 기회가 생기면 안 놓치고 한 두권 옛 성인들의 글에서 내 일상을 이겨내는 힘을 키우려 하게 되었다.

 

이번엔 노자다. '중국에서 존재하는 광활한 문자의 숲, 책의 바다 속에서 외국에 널리 소개되고 번역되어 읽히는 한권의 책이 바로 2천여 년 전에 쓰인 <도덕경>(p6) 이며 뉴욕타임즈에서 고금 10대 작가의 첫머리에 올릴만큼 칭송을 받고 있고 있는 인물이다. 2500년 전에 쓰여졌음에도 불구하고 5천자안에 삶의 이치와 원리를 담고 현대인들이 가져야 할 마인드와 지적교양까지 망라하는 내용을 담아 내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노자강의>는 중국 최고의 석학이며 대중적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는 야오이밍 교수의 명강의를 통해 난해하고 추상적인 노자의 글을 좀더 생활속으로 끌어 내어 일반인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한 <백가강단>의 강좌를 모아 묶은 것이다. 현대인에게 존재하는 문제점인 음식, 성공, 현대 여성의 미, 연애와 결혼, 가정, 이혼들의 생활사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모든 처세의 고민거리들까지 명쾌한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다.

 

책을 읽다보니 참 마음에 닿는 글들이 많다. 생명경시 풍조가 너무나도 심해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해진 근래에 이들이 노자의 글을 먼저 읽어 보았다면 어땠을까? 내게 큰 걱정거리가 있는 까닭은 내가 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몸이 없다면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13장) (본문p74) 에서 말하듯 희노애락이 언제나 순서없이 찾아오는 인생에서 자신의 심리를 조절하고 생명을 사랑하고 소중히 하고 보호하는 지혜가 담긴 글로 자신의 마음을 건강하게 했다면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사람들까지 힘겹게 하는 선택은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워진다.

 

심함을 버리고去甚 사치스럼움을 버리고 去奢 지나침을 버린다去泰 ( 29장) (본문p 126) 는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콕 밖힌 글이다. 저자는 이 글을 현대여성의 미에서 논하고 있지만 지나침은 세상의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미의 지나침은 성형수술과 다이어트라는 병폐를 낳았고 성공의 열망에 대한 지나침은 주변을 돌아볼 줄 아는 너그러움과 배려라는 인간의 기본적 인성을 이기심으로 바꾸어 놓았다. 노자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도道를 말한다. 사람은 땅을 본받고 人法地 땅은 하늘을 본받으며 地法天, 하늘은 도를 본받고 天 法道,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 道法自然(25장) (본문p127)가끔 길을 다니다 보면 "인상이 참 좋아 보입니다. 덕이 많으시겠어요" 라고 접근하는 사람들이 모두 도를 아십니까? 로 귀결되어 참 않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도道가 노자의 글속에서 새로움으로 느껴진다.

 

노자의 가르침은 이 뿐이 아니다. 타인을 아는 자는 지혜롭고 知人者智 자신을 아는 사람은 명철하다 自知者明 (33장) (본문 p149) 이 또한 저자는 현대의 연애와 결혼에서 언급하지만 이 어찌 혼인에서만 필요한 일이겠는가. 인간은 무리속에서 생활해야 함이 분명하고 각양각색의 사람과의 부딛침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 있는데 남을 알고 나를 아는 것만큼 중요한 처세술이 있을까 싶다. 그래서 그랬을까 저자는 이 이야기를 10강에 다시 한번 끌어냄으로서 그 중요성을 알리고 기자와 동곽수의 이야기(p229-231)를 들어 역사와 현실을 인간관계를 총결하고 있으며 지금도 적용되는 현자로서의 노자의 말을 전한다.

 

또 하나의 인간관계에서의 배움은 '처하'였다. 사람을 잘 쓰는 이는 (먼저) 상대에서 낯춘다.善用人者爲之下 (68장) (본문 p258)왠지 나를 낮추면 손해보는 듯하고 현대에서는 뻔뻔함과 자신을 높이는 것이 최고의 처세술인것처럼 굳어지고 있기에 노자의 이말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극단적인 총명과 이기심을 가졌던 사람들에게둘러쌓여있었지만 탁월한  리더쉽을 발휘했던 링컨이나 어린소녀에게 처하의 모습을 보인 아인슈타인의 일화를 보며 많은 수양과 수련을 거쳐 몸에 배게 한 처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게 하는데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노자를 철학적인 면으로 보지 않았다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인 듯 하다. 철학가로서 노자를 말하고자 했다면 아마 이제껏 가졌던 철학은 심오하고 어렵다는 편견들에 가리워 노자의 지혜를 배우고 감동받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노자의 글에 대한 해박한 지식도 책을 읽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풍부한 예를 들어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동서양을 막론하고 유명인사들의 삶의 주춧돌이 되었던 진리들에 대한 에피소드는 노자와 많은 부분이 맞닿아 있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노자사상에도, 이를 전하는 저자의 쉽고도 명확한 풀이에 두번 감탄하게 된다. 웬만한 자기계발서보다도 훨씬 멋진 책이다. 그 어떤 사람이라도 성공으로 이끌수 있다는 노자의 <도덕경>에 사람들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이 매료된 이유를 알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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