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호의 인연 - 최인호 에세이
최인호 지음, 백종하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마음을 편하게 하는 책이 있다. 물론 소설도 그런 류가 있기는 하지만 기억의 대부분은 에세이였던 거 같다. 사람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래서 옆집아저씨같기도 하고 동네 아줌마 같기도 하고 때론 취업에 고달픈 동생같기도 하고 사랑에 목말라 하는 내 친구 같기도 한 작가들의 속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에세이 말이다. 책을 읽다보면 나만 이렇게 힘든 것은 아니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인생을 나보다 먼저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에 도움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에세이를 읽게 되는 거 같다.

 

최인호.. 이름 석자만 대도 70-80년대 책을 즐겨 읽었던 사람이라면 아! 하고 알만한 작가다. 아니 이후 세대라도 <상도>라는 드라마를 통해 알수도 있겠다. <고래사냥><겨울나그네>등 작품이 가장 많이 영화화되었다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최인호 작가의 <인연>은 <산중일기..2008 랜덤하우스출간> 이후 두번째로 만나게 되는 에세이인거 같다. 그 때도 그 따스한 글에 내 자신의 답답함을 위로 받았던 거 같은데 이번에는 새해를 출발하는 내게 어떤 생각거리를 던져줄지 사뭇 궁금해졌다.

 

<인연> 제목마저도 좋다.  불가에서 말하듯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나의 부모님 나의 가족 내 친구 내 지인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나와 어떤 인연이기에 이승에서 만나 알고 살아가는 것인지 우리는 작가의 인연을 따라 여행을 하며 그 소중함에 대해서 알게 된다. 이건 추억으로의 여행이다. 작가는 오래도록 사용했던 티비나 가전제품, 오래 알고 지냈던 친구 한명, 시 하나를 통해 교감을 느껴버린 문학가들, 버려졌던 난 화분에서 꽃대를 올리는 생명의 신비함과 위대함, 아내에게 보냈던 연애시절의 편지 한통 등 주변을 돌아보며 자신의 생애동안 맺어진 인연을 떠올리며 한 줄 한 줄 글을 썼다. 그리고 그 안에는 애정이 뜸북 담겨져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진정 만나고 싶어 하는 그 인연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중략> 생에 크고 작은 인연이란 따로 없다. 우리가 얼마나 크고 작게 느끼는가에 모든 인연은 그 무게와 질감, 부피와 색채가 변할 것이다. 운명이 그러하듯 인연 또한 우리들의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 아닐까?"(52쪽)

 

나는 인연이라는 것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았기에  내게 머무는 사람들과 스쳐가는 사람들 모두 소중히 여기지 않았던 거 같다. 하지만 그들 모두가 나의 가치관에 영향을 주었으며 지금의 나의 삶을 만들어준 매개체가 되었단 생각을 하니 조금 다르게 보인다. 세상은 모두 인연으로 만들어지고 인연을 통해서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밀러의 말을 인용 우리 모두를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이라 했다. 신의 섭리에 의해 만나고 헤어지고 소멸하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인연이란 거다. 이 인연이 소중한 이유는 서로의 빛을 받아 반짝이기 때문이라는 말에 깊은 공감을 한다. 투병을 하면서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할 수 있었던 저자의 글은 오랫동안 가슴에 남아 있을 거 같다. 우선은 오늘 엄마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야 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내 가장 깊은 인연이기에....

 

<2010.1.12 모처럼만에 정말 기분좋은 책을 만났다. 나보다 인생선배인 분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내 생활에 대한 반성이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다. 그분의 소설만을 접하기 보다는 에세이를 읽는 것을 잘했단 생각을 한다. 답답했던 마음이 좀 풀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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