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의사, 죽음의 땅에 희망을 심다
로스 도널드슨 지음, 신혜연 옮김 / 에이지21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시에라리온, 어디선가 들어보기는 했으나 책을 읽기 전에는 지구상에 그런 나라가 있다는 것에 관심이 없었다.

라사열, 신종플루로 온나라가 들썩이고 있어서 세상에는 새로운 바이러스에 의한 병들이 생기고 있구나 하는 정도의 짧은 의학정보만을 접하고 있었을 뿐 책을 읽기 전에는 그 치명적인 전염병으로 한 나라가 아니 세계가 공포에 휩싸여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깨끗한 환경과 안전한 음식, 그리고 풍부한 물과 함께 하는 것이 인간의 기본 권리이며 당연히 주어져야 하는 것임을 너무나도 풍요로운 생활 덕분에 망각하고 살고 있었다. 내가 샤워를 하는 동안 흘려 보내는 많은 양의 물과 아무 생각없이 틀어 놓고 자 버리는 TV가 먹어버리는 전기는 어쩜 지구의 반대편 사람들에게는 하루를 연명할 수 있는 생명의 구원줄이 될지도 모른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지를 못했다. 봉사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자신이 받은 것을 되돌리는 사람들의 행동은 그저 대단하다는 선에서 끝이었고 연말이 되면 구세군 남비에 넣는 몇 푼의 동전에 그저 뿌듯함을 느끼는 것이 나였다.

 

그러다 <청년의사, 죽음의 땅에 희망을 심다> 라는 책을 만나게 된다.  한 젊은 의사의 눈으로 보고 느끼게 되는 세계 최빈국의 실상 라사열이 사라지는 그날까지!! 의사 로스 도널드슨은 서아프리카의 열대 우림지역의 치사율 90%, 백신도 없고 해결방법도 없는 풍토병 라사열에 대한 연구를 위해 2003년 시에라리온으로 떠난다. 오래 전부터 라사열에 감염된 환자들을 돌보며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던 애니루 콘테 박사의 병원에 합류하고자 함이었다. 젊고 순수했고 열정이 넘치는 청년이었지만 막상 도착한 시에라리온의 사정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창궐한 병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속에 죽어가고 아름다움에 열광하는 다이아몬드를 둘어싼 내전으로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고 장난감 대신 무기를 맛있는 음식 대신 마약을 달고 사는 아이들이 있으며 보석의 가치보다도 대접받지 못하는 인간 생명의 경시는 세계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보급품의 원할치 않은 보급으로 시에라리온이란 한 나라를 불행의 구덩이로 몰아가고 있었다.

 

참 잘 풀어내었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너무나도 무거운 주제일 수도 있는데 읽으면서 시에라리온 나라에 대한 관심도 끌어내고 의료봉사를 하는 분들의 고생과 어려움 그리고 그들과 현지인들과 마음의 교류를 하는 과정 그 따스함 등이 느껴지게 한다. 끔찍한 가난과 전쟁, 그리고 손쓸 수 없는 병은 나라 전체를 위협하고 이 젊은 청년의 목숨마저도 위험하게 한다. 그런데도 잘사는 나라들은 관심이 없다. 이해관계들이 얽혀있고 내 입장에서만 역설하는 나라들의 모습에 화가 나게도 한다. 그러면서도 나 또한 마찬가지가 아닌가 하는 반성도 된다. 인생이 힘들다고 삶이 버겁다고 불평하는 내 자신의 어리광이 부끄러워지게 된다.

 

좀 더 알려졌음하는 생각도 들었다. 백신이 개발되어 있는 신종플루에 대해서도 온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예민해졌었는데 치사율이 90%라는 라사열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어느 영화의 소재로 등장해 알게 되었던 애볼라 바이러스처럼 치명적인 이 전영병에 대한 많은 홍보가 있었으면 한다. 지금의 남의 나라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만 어느 순간 라사열이 예전 흑사병으로 유럽인구의 1/3이 죽었던 것처럼 온 세계로 퍼져나갈지 누가 알겠는가? 청년의학도의 멈추지 않는 도전 라는 글귀가 참 마음에 든다. 그대들이 있어 세상이 좀 더 아름답고 따뜻하고 인간적이지 않은가. 자신을 무장해제시킨 채로 라사열이란 독에 노출시킨 저자에 대해 끝없는 박수를 보낸다.

 

나는 인생의 숨은 의미를 찾는 데 지쳐버렸다. 그런 의미를 찾는 대신, 차라리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p38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