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Euro - 가난한, 그러나 살아있는 219일간의 무전여행기
류시형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오호.. 젊은 친구가 대단한데.

책장을 덮으며 그 젊음에, 무모한 도전이지만 해 냈다는 그 패기와 열정에 그리고 가장 큰 부러움에 마음이 살짝 아려온다. 무전여행이라 대학 때 쯤이라면 한번 쯤 생각해 보았을 만한데 여자라서 무서워서 에이 뭐하러 사서 고생은 등등의 핑계를 대고 해 보지 못했던 것이 아쉽기는 하다. 직장생활 6년차쯤 되서야 비행기라는 것을 처음 타 보았고 해외라는 낯선 곳에 발을 내릴 수 있었던 나와 비교를 그렇지만 이 친구 젊은 나이에 무모한 도전이라는 것을 넘어서 깨어있는 생각과 자신을 시험해 보고자 하는 꿈과 용기가 참 대단하는 마음이 대견스럽다. 함께 여행하는 내내 즐거웠다.

 

여행 .. 직장인들의 아니 나의 로망이다. 늘 꿈꾸고 늘 계획하지만 언제나 마지막 순간에 포기하게 되는 것이 여행인거 같다. 가지가지의 이유를 대어 보지만 그것만으로는 위로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신문 광고란의 여행사 이름만 보아도 화가 날 때도 있다. 꼭 럭셔리한 여행을 원하는 것도 아닌데 삶의 작은 여유조차도 내게 허락 될 수 없는가 하는 슬픔도 때론 밀려온다. 그래서 이렇듯 오랬동안 여행을 한 여행기를 읽노라면 왜 나는 그것이 안될까 하는 자조섞인 한숨도 하게 되는 거 같다. 넒은 세상을 보면 생각이 바뀐다. 그렇다고 우리나라를 여행하는 것을 소홀이 해야 하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내 것을 알고 남의 아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는 밖에 나가본 사람은 다 알고 있을 거 같다. 그래도 비행기를 타고 떠난다고 생각하면 저절로 벌어지는 입을 다물게 할 수 는 없다. 모든 것이 즐겁기만은 할 수 없겠지만 설레임과 두려움과 새로움이 모두 뒤섞여 버린 그런 기분이라는 거다.

 

배낭하나 메고 달랑 여행을 떠난다.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리 젊은 친구이지만 그 역시 어찌 생경한 장소 다른 문화 통하지 않는 언어에 겁을 먹지 않았을까. 그래도 219일이라는 긴 시간동안 남의 나라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어 가며 비굴하지 않게  무전여행을 했다는 사실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여행을 하는 동안 돈이 없다면 사실 지금의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아껴쓰고 적게 쓸수는 있겠지만 여행자금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는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친구는 해 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좋은 기회를 가졌다. 유럽과 러시아 그리고 중국까지 내가 가보고 싶은 곳들을 여행했다. 여행의 순간이 생생이 살아 있었고 그와 함께 하는 동안 기분도 업되었다. 눈도 입도 마음도 행복해지는 시간이었다.

 

책 전반에 들어있는 아마추어적인 사진들에도 눈길이 간다. 여행의 묘미가 사진이다. 눈으로도 담는 것 보다 좋은 때를 사람을풍광을 셔터소리와 함께  남길 수 있다는 것이 좋다. 내가 찍은 여행사진들은 다 촌스러워 보이는데 참 신기하다. 책 속에 있는 사진들만 봐도 여행지의 다채로움과 문화 그리고 사람들의 서글한 인상들이 고스란히 표현되어 있다는 것이..

 

나도 하고 싶다.. 그래도 여건상 어쩔 수 없다면 이것이 대리 만족이 아닐까 싶다. 저자가 지금의 풋풋한 여행에 대한 철학을 버리지 않고 언제나 여행을 꿈꾸며 살길 바래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