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중원 1 - 이기원 장편소설
이기원 지음 / 삼성출판사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드라마나 영화가 되기 전 원작을 읽는 것은 짜릿하다. 내가 읽은 원작과 드라마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고 내가 좋아하고 인정하던 배우들이등장인물들이 어떻게 표현하고 어떤 감정처리를 하는지 보는 것 또한 기분이 좋다. 때론 원작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드라마나 영화가 흘러가는 것이 속상하고 기분이 안좋기도 하지만 둘의 조화가 멋지게 이루어지면 그 만큼 행복하게 방영시간을 기다리는 순간도 없다. 2007년 야마자끼 도요코 원작 <하얀거탑>을 20부작 미니스리즈로 각색·집필하여 김명민이란 배우를 더욱 멋지게 부각시켰고 의학드라마의 진수를 보여주었던 이기원 작가의 야심작 <제중원>이 기대되는 이유도 그것이다. 이미 2009년 11월 방송예정으로 박용우 한혜진 연정훈 등의 배우들까지 결정된 상태에서 설레임으로 읽게 되는 제중원은 백정의 아들이 조선 최초의 의사 최고의 의사가 되는 긴 여정을 그리고 있다.

 

백정이란 신분은 사람도 아니었다. 더구나 조선시대 유교사상에 깊이 물들어 있던 우리의 사회에서 동물보다도 더 못한 천출이었다. 그 신분의 벽을 넘어 역경을 이기고 조선 최고의 의사로 성공하는 황정의 이야기를 담은 <제중원>은 구한말 역사적 격변기 속에 우리나라의 최초 근대식 국립 서양 의료기관인 '제중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제중원'은 조선에 서양식 병원을 세우고 싶었던 고종과 갑신정변 때 민영익을 치료해 살렸던 알렌의 힘으로 만들어진 서양의학도입의 상징이 된다.

 

이 제중원을 중심으로 유약해 보이지만 초반의 불우한 과거를 딪고 사람들의 시선을 잊고 자신의 재주를 갈고 닦을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고 나보다는 아픈 이들을 먼저 생각할 줄 알았던 황정과 양반이며 고위관료의 자제로 성균관의 유생이지만 서양문물에 심취해 서양의가 되는 그래서 황정과는 원수이자 라이벌 관계가 되는 백도양 그리고 중인의 딸로서 당당히 시대의 편견에 맞서 현대여성으로 거듭나는 석란의 세 사람을 중심으로 경쟁과 사랑 그리고 시대극이 맞물려 멋진 스토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황정을 보고 있노라면 드라마<허준>의 구도를 보는 듯도 하고 백도양을 보고 있노라면 <하얀거탑>의 장준혁을 보는 듯하다.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불가능하다 생각한 일을 하고 있어서 일까 한없이 환자들의 입장에서 서 주는 황정의 마음이 참 곱다. 진실된 자신은 아니었지만 의사로서의 책임을 다하며 살다 어느 날 다리가 다 썩어드러가는 아버지를 만나게 되고 출세한 아들을 위해 천하디 천한 백정으로 모진 삶을 살며 자신을 위해 모른척 물러나주는 아버지를 붙잡고 눈물을 흘리는 아들의 모습에서 그의 나도 마음이 뜨거워진다.현실을 인정하고  다시 도망자의 신세가 되었지만 세상은 그를 그냥 두지 않았다. 혼사를 압둔 고관대작의 딸의 치료를 했건만 그녀는 더렵혀진 몸이라 하여 목을 매어 자살을 해 버리고 반가의 여자를 능욕했다는 죄를 물어 참수형에 이르는데..

 

<제중원>의 타이틀롤을 맡은 배우 박용우의 글이 인상깊다. 구한말 백정으로 태어난 황정이 신분의 벽을 뛰어 넘어 조선 최초의 의사가 된 데에는 많은 '운' 이 따랐습니다. 그리고 그 운은 황정 스스로 현실에 굴하지 않고 치열하게 노력하고 움직여서 만든 결과였고요.이 소설에는 그런한 '불가능한 꿈'을 꾸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불행'을 '행운'으로 바꾸고, '꿈'을 '현실'로 바꾸고 '과거'를 '미래'로 바꾸는 힘 말입니다.

 

저자의 말처럼 주인공의 강력한 욕망과 목표가 살아있는 소설이었다. 현실의 벽을 돌파해 나갈수 있는 패기가 살아있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힘없고 좌절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북돋아주고 소설이었다. 우리 어떤 꿈을 꾸고 있는가. 아니라고 하면서도 자꾸만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내 자신을 돌아보며 과연 나는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가진 것을 버릴 수 없어 움켜쥐는 통에 미래를 꿈꾸고 있지 못한지 생각하게 되는 소설이었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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