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트르 평전
베르나르 앙리 레비 지음, 변광배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지구의 인구가 50억 아니 60억이라 했던가. 지금 이순간도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긴 시간 세상을 여행했던 사람들이 그 불꽃을 사그러뜨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곁을 떠나고 있다. 왜 살까를 나 자신에게 물어보기에는 이미 어느 정도의 세월이 흘러버렸는지도 모르겠다. 내 주변의 일이 아니라고 평소 느끼지는 못하고 있기도 하고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것은 하늘이 정해 놓은 이치이기에 원한다고 이루어지지도 막을 수도 없는 일이기에 결국 어떻게로 물음의 돌리고 오늘도 화이팅을 외치고 있지만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살았다 말할 수 있는지는 아무도 답을 알수 없다.

 

그렇기에 다른 이의 인생을 자꾸 들여다 보게 되는지도 모른다. 나와는 다른 사람 다른 환경 다른 결정들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내  삶에 지표를 삼기도 하고 방향을 정하기도 하며 고민의 답을 끌어내기도 한다. 주로 자신의 일상을 써 내려가거나 과거의 힘겨움을 극복하는 과정들을 열거하는 형식의 글을 빌린 수필들이 대 다수이긴 하지만 이런 경우는 동감이나 동조의 감성적인 면만을 자극하는 경우가 많아 함께 울고 웃게 되는 경우가 다이다. 이에 반해 한 인물의 태어남부터 자라온 환경 그리고 인물의 사상과 삶을 모두 아우르게 되는 평전이나 전기는 조금 더 딱딱하지만 받아들이게 되는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

 

장폴 사르트르[1905~1980)을 만나게 된 것은 처음부터 뜨악이었다. 워낙 철학이나 사상과는 거리를 두고 살았기에 그 유명한 이름만 들어보았을 뿐 아는 것 하나도 없던 이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자그만치 900페이지도 넘게 펼쳐져 있다는 것 부터가 책을 펼치기 전에 겁을 먹게 만들었다. 게다 프랑스판 판 부제인 '찰학적 탐구' 에 걸맞도록 처음부터 여지껏 읽어본 평전과는 다르게 어린시절의 이야기가 건너뛰어지고 있다. 보통 인물의 성장과 완성은 자라나는 배경과 환경에  있으니 그 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생각했던 나의 고정관념을 확 무너뜨리며 처음부터 40살의 사르트르와의 조우가 시작된다.

 

20세기의 대사상가이며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는 사르트르의 면면을 파헤치는 책을 읽다보면 위대하다 아니 모순덩어리이다 아니 여성편력이 심했던 한 남자일 뿐 이구나를 왔다 갔다 하게 된다. 사르트르의 문학과 사상에 대한 깊이있는 연구가 보이는 이 책은 옮긴이의 말을 빌리자면 저자 레비가 2005년 사르트르 탄생 100주년 기념 국제 콜로키엄에서 한 발표였던 <한명 혹은 두명의 사르트르>가 책의 집필동기와 관련이 있었다고 한다. <구토>와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쓴 문학가로서의 사르트르가 마르크스주의적 경향의 전체주의를 신봉하는 정치가가 되고 , 열렬히 이스라엘을 지지하던 그가 뮌헨 올림픽 이스라엘 선수단 테러사건의 지지로의 너무 쉬운 돌변등의 이중적 행보속에 한 사람이 아닌 두사람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르트르.. 여지껏 알쏭했던 두 명의 사르트르에게서 발견한 공통된 사상으로 반휴머니즘과 반자연주의, 반역사주의, 역사적 비관주의 를 말할 수 있다. 아직도 그의 사상이 모두 이해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스피노자와 스탕달이 동시에 되고 싶었던 젊은 사르트르는 결국 시간이 흐르며 자신의 사상을 지키기 못하고 자꾸만 변하게 된다. 인간 스스로의 창조성을 강조한 반휴머니즘과 만들어져 있는 환경속의 존재로서 인간을 탐구한 반연주의자였으며 아직도 어렵기한 헤겔과 모택동주의에 빠져드는 반역사주의와 역사적 비관주의가 핵심사상이다. 정말 한 인물의 사상과 문학을 따라가다 보니 역사의 소용돌이와 시대 사상사들의 웅성거림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힘까지도 느낄 수 있었다.

 

책이 두껍다는 것이 핸디캡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 두꺼운 반면 술술 읽혀 나간다. 저자의 사르트르의 면면에 대한 까발리기 속에 들어 있는 대선배로서의 존경의 기운이 느껴지기도 하고 잘 몰랐던 역사적 인물이지만 인간으로서 변질되어져 가는 사르트르와 함께 하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건드릴 수 없던 신성 불가침 영역같던 사생활을 속속들이 풀어헤쳐놓은 대다 개인 사생활과 학자 정치가로서의 생활은 분명 다르게 해석되어야 함을 내세워 칭송을 하기도 하고 칼날같은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우리에게서 발견 할 수 없는 한 인물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비판이 담겨져 있다는 데서 서구사회의 자유스러움이 부러울 정도로 잘 표현되어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다만 너무 많은 등장인물에 정신이 없기는 하지만 더불어 20세기 사상가들을 총 아우러 만나볼 수 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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