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의 판도라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14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 지음, 정창 옮김 / 들녘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근래에 열심히 소장용으로 모으고 있는 책이 있다. 바로 들녘의 일루저니스트시리즈이다. 시리즈 중 처음 읽어던 책은 느림의 발견이었다. 독특했고 지루하지 않았고 영미권 소설에 물들어 있던 사고에 전환을 가져다 주는 멋진 책이었기에 도대체 이 시리즈는 어떤 것인가 관심을 가지고 한 권 두 권 읽게 되었다. 스페인, 프랑스, 독일., 페루등의 다양한 지역의 다양한 작가를 만나게 해 주고 개성적이며 독특한 소재와 접하게 해 주는 일루저스트 세계의 작가 14번재로 만나게 되는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의 콩고의 판도라이다. 여지껏 읽은 책 중 두께로도 최고고 (600여 페이지) 표지도 너무 예쁘며 소개 또한 빠져들것만 같은 매력이 넘친다.

 

우리가 괴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괴물이 필요하다.

 

이런 일이 있을수도 있겠다 싶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필 대작이 문제가 되어 한 때 신문을 장식하며 시끌벅쩍 했던 때가 있었다. 내가 작가의 세계에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말할 수는 없지만 외국에서 조차도 소설의 소재가 된다면 어디서나 가능한 일이겠다 싶었다. 그런데 이건 좀 심하다. 유명작가의 소설을 대신 써주는 사람들이 마치 피라미드의 조직처럼 엉겨있다. 그 마지막에는 매일 8페이지가 넘는 살인적인 소설쓰는 노예 대필 작가 토머스 톰슨이 있다. 그리고 살인이 일어난다. 마치 스릴러 소설인양 그 시작이 아주 흥미롭다. 그리고 자신이 노예대필작가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피라미드의 끝을 찾아 톰슨은 탐정놀이를 하게 되고 우연히 만나게 되는 젊은 변호사 노필에게서의 살인용의자 마커스 가비의 경험과 사건을 소설로 써 달라는 의뢰가 들어온다. 교도서에서 듣게 되는 마커스의 체험 속에 아프리카 콩고를 무대로 펼쳐지는 인간군상들의 이야기, 그리고 마커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에게 동화되어 가는 톰슨은 급기야 소설로 대중적인 인기를 끌어 마커스를 자유롭게 만들어 주고자 하는데...

 

소설 안에 또 하나의 소설이 있다.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내다 귀족 자제인 윌리엄과 리처드를 만나 더 많은 부를 찾기 위해 콩고의 밀림으로 떠나는 원정대에 합류하게 되는 마커스의 이야기속에는 윌리엄과 리처드가 보여주는 물질만능주의와 인종차별주의 그리고 인간미까지도 없는 황금을 찾아 떠나는 유럽 상류자제들의 행태가 담겨있고 땅속 지하세계와 괴물들이 등장하는 판타지 소설같은 면모도 보인다. 빠질 수 없는 연애소설의 구색도 갖추고 법정소설인양 살인사건을 해결하고자 하는 수사관들, 부패한 법정과 그리고 판결을 이끌어 내는 과정까지 읽는 독자가 원하는 결말을 기대하게 만드는 짜릿함도 있다.

 

이쯤되면 이것이 리얼일까 상상일까 궁금해진다. 독자들은 소설에 빠져들어 현실이라 생각하고 읽게 마련인데 소설속의 소설은 이를 상상이라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여지를 준다. 헷갈리지만 헤어날 수 없는 것을 보면 저자인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이 정말 글을 잘 쓴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많은 것들이 얽혀있지만 하나씩 그 매듭을 풀어나가는 솜씨에 감탄을 금할 길이 없다. 콩고의 판도라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상자의 두껑을 여는 순간 모든 것이 날아가 버리고 이제 하나씩 상자안에 담겨 있던 것들을 찾아 떠나는 여행에 이 책을 읽는 내내 동참했다는 뿌듯함이 느껴진다.

 

아프리카, 밀림이 보이고 둥둥둥 원주민들이 치는 북소리가 울린다. 얼굴에 흰칠을 하고 창을 들고 있는 흑인들의 모습도 떠올려진다.

 

과연 그것은 무슨 차이일까. 마커스는 다시 자문했다. 밀림이 왜 그렇게 아름답게 보이는 것일까. 마침내 그는 그 차이는 풍경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콩고의 풍경은 예전의 그가 아닌, 지금 그의 마음에 따라 달라졌던 것이다...P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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