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가네시로 가즈키를 만난 건 「레벌루션 No. 3 」를 통해서 였다. 그가 조총련계 초 중학교를 다닌 우리의 피를 가진 작가였다는 것도 신기했고 이 작가의 작품을  「플라이, 대디, 플라이」「연애소설」「SPEED」「영화처럼」등 모두 읽고 소장하는 독자들이 많다는 것에서 눈길을 끌었다. 성장이 남달랐던 것 만큼 그의 작품속에는 어떤 매력과 어떤 중독이 있었던 건지 궁금해서 읽었던 작품이「레벌루션 No. 3 」였고 이 후 영화로 「플라이, 대디, 플라이」를 보며 나도 모르게 그의 작품 속 주인공들에게 매혹되었다. 이번도 예외는 아닐거라는 믿음으로 「GO」를 만나게 된다.

 

청춘. 청춘이란 그저 공부하고 대학을 가기 위해 경쟁하고 매일 바쁘게 학원으로 쫓겨 다녀야 하고 쉴틈없이 몰아치는 기성세대들의 기대와 호기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젊은 친구들이 지내는 시간이란 느낌이 강했다. 60~70년대의 교복을 입고 고교얄개시대에 나오는 개구장이들처럼 순수함과 열정과 패기와 오기와 때론 미친듯이 도전할 목표를 가지고 있는 청춘을 보는 것은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라 생각했었다. 대학에 가서야 자유가 주어지지만 그 자유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에 방황할 수 밖에 없는 이 시대의 불쌍한 청춘들에게 위로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청춘에 대한 부러움이 불같이 일어난다. 이미 나는 나이를 먹었고 청춘이란 시간으로 돌아가기에는 너무나도 먼 길을 왔다. 그럼에도 고뇌와 고민과 번민과 자기주체에 대한 심란함을 일상생활에 묻어 헤쳐나가는 친구들을 보며 나는 청춘에 대한 잘못된 견해를 가지고 있었고 그 편견이 돌아가보고 싶은 시간들에 대한 그리움을 차단하고 있었다는 생각을 했다. 재일 한국인이라는 독특한 환경속에서 험한 학창시절을 보내는 스기하라라는 친구의 우정 사랑 가족 공부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나의 생각을 바꾸어 놓았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들은 나라란 것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p81

조선인 학교를 다니다 일본 고등학교로의 진학을 결심하자 스기하라에게 민족의 반역자이며 매국노라는 자아비판을 강요당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 때 교실 뒤쪽에서 누군가 악을 쓸 때 말한다. 우리들은 나라란 것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갑자기 가슴이 뭉클해졌다. 재일 한국교포들을 외국인으로 치부하며 온갖 불이익을 주고 일본인도 아닌 한국인도 아닌 사람들로 만들어 버린 상황을 꼭 일본인에게만 떠 넘길 수 있을까.

 

온통 갈등 투성이이다. 아버지와의 갈등, 친구들과의 갈등 그리고 연인과의 갈등같은 일상적인 것들 조차도 국가와 민족 그리고 이데올로기의 갈등에 옷을 입혀 놓은 것 같다. 저자 스스로 겪었던 일들을 내포하고 있는 것일까. 가네시로 가즈키라는 이름은 일본인이지만 스스로를 재일 한국인라 당당히 밝히는 저자의 사고와 행동이 고스란히 주인공 스기하라의 갈등과 고민이 담긴 행동속에 묻어나고 있다. 사람은 다 똑같은 사람임을, 국적도 구별도 없는 그저 아주 오래전 우리의 조상이 하나였을때의 그분들의 자손임을 말하는 저자의 목소리가 귀에 담긴다.

 

이름이란 뭐지? 장미라 부르는 꽃을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아름다운 그 향기는 변함이 없는 것을...

- 세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